남들이 가지 않은 길‥ '혁신' 이뤄낸 병원 사례에 '박수 갈채'

KHC 2022 혁신 병원 사례에 병원 관계자들 큰 관심
'유일',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 붙기까지 병원 임직원 합심해 노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01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혁신'은 '바꾸거나 고쳐 아주 새롭게 하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혁신은 병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결과는 의료계 내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30일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2(KHC 2022) '병원 혁신사례 - 병원 현장을 가다' 세션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정표를 세운 병원들이 소개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병원계 관계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뇌혈관전문병원'의 모범 사례
경북 포항에 위치한 에스포항병원은 경북 유일 뇌혈관전문병원이다.

김문철 대표병원장은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심혈관센터 및 뇌혈관센터는 대부분 서울 및 경기권에 몰려 있으므로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전문병원이 필수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의 난이도 높은 진료와 시술을 일부 분담하며 지역 기반으로 제공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에스포항병원에는 신경외과 7명, 신경과 3명, 영상의학과 1명의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다.

뇌혈관전문병원이라는 이름답게 전문적인 수술과 관련 치료가 많다. 경북 지역에서 유일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에스포항병원 자체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에스포항병원은 전원율도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포항에 놀러왔다 급하게 병원을 찾은 환자 외에는 대부분 뇌혈관을 전문으로 하는 에스포항병원에 남아 치료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에스포항병원은 세계뇌졸중학회로부터 4회 연속 가장 높은 다이아몬드 등급을 인증받았다. 세계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집중치료실 운영 여부, 뇌졸중 치료 전문인력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김 병원장은 이러한 성과의 이유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다"고 답했다.

그는 "에스포항병원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아침 전 의료진이 모여 환자의 케이스 공유와 지속적인 협진으로 최선의 치료법을 찾고 있다. 지역 의료에 적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외에 전문의 해외 연수 지원과 해외 병원들과의 협력, 꾸준한 연구 논문 발표 등은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김 병원장은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스포항병원은 24시간 직장 보육시설을 운영 중이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후 즉시 업무 복귀도 가능하다. 이밖에 전 직원 단합대회 및 해외연수, 10년 근속 근무자 금뱃지 수여 및 유럽 크루즈 여행, 자녀 학자금 지원, 사내결혼 포상금 지급 등 다양한 복지를 마련했다.

김 병원장은 "직원들에게 우리 병원이 왜 필요한지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한다.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행해지므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먼저 만들었다. 행복한 직원이 고객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위기를 넘어 기회로, 울산의 대표 병원
울산 권역에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은 여러 위기가 있었다.

울산대병원은 암센터 신축과 2015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후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그런데 지난 3주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최상의 점수에도 불구하고 진료 권역의 불이익으로 탈락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하자 전문의 이탈, 간호사 사직률이 늘어났고 인턴, 전공의 지원율은 하락했다.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가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연간 200억 손실도 감안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 위기는 울산대병원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울산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재진입 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시스템적인 대응에 나섰다. 우선적 과제로 중환자 중심의 진료체계와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지역거점병원 역할로 강화했다.

이를 통해 재원 일수 단축, 중환자 병상 확대, 신포괄수가 시범사업 참여, 간호간병서비스병동 확대 등이 이뤄졌다.

특히 울산대병원은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1,2차 병·의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의료환자의 회송을 2019년부터 107명, 2020년 169명, 2021년 247명으로 늘리는 등 신뢰를 쌓았다.

의료진의 수급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우수한 전공의를 확보하기 위해 전공의 특별법 실제적 준수, 시술지원팀 운영, 임금 및 복지 확대, 교육기능 강화 등을 시행했다. 그 결과 울산대병원은 2021년 인턴 지원율 전국 1위, 전공의 만족도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문의 초임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정착지원 제도 운영, 야간·휴일 근무 보상도 강화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기존 12~13명 수준이었으나, 6~8명으로 줄었다. 결국 두 자릿수였던 간호사 사직률은 한 자리가 됐다.

울산대학교병원 정융기 병원장은 "울산지역 내 국공립병원이 없는 만큼 지역 사회에 필요한 공공의료의 구심점으로 그 기능과 역할을 담당했다. 그 결과 울산대병원은 4주기 평가에서 전국 6위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재진입했다"고 말했다.

울산대병원의 2021년 진료수익은 5,269억원으로 영남권 1위를 차지했다.

이제 울산대병원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정 병원장은 "3만 평 정도의 새 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총 8만 평 정도의 병원은 국내에 유일할 것이다. 환자 중심의 치료, 다양한 센터 설립, 최고 수준의 치료를 가진 병원을 만들기 위해 도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 지리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 진료센터'
경기 서남부에 위치한 시화병원은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시흥 최초 심뇌혈관센터 개소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시화병원은 인천 공항과 시화공단, 반월공단 등 국가산업단지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및 해외 거주 외국인까지 진료가 가능하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실제 시흥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2년 27,715명에서 2022년 69,046명으로 2.5배 이상 상승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과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진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

시화병원은 10년 전부터 한 발 빠르게 원활한 외국인 의료 공급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2011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을 위한 진료팀을 구성한 시화병원은 국가 지원 사업을 통해 외국인 환자 의료서비스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의료사업팀을 출범했고, 다음 해 외국인 진료센터를 개소했다.

적극적인 해외 환자 유치 활동에 따라 2016년에는 해외의료관광 우수 의료기관으로 선정됐고, 동시에 국제진료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시화병원은 2020년 신축 이전과 국제진료센터를 확장 및 리모델링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만을 위한 안심진료소 구축과 중국대사관 지정 의료기관이 되면서 2021년 외국인 이용객이 2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에는 종합병원 최초로 외국인 환자 유치의료기관 평가지정제(KAHF)에 선정됐다. 시화병원은 환자의 동선을 고려한 외래 인테리어 변경과 빠른 회복을 위한 외국인 전용 병동 구성, 공용 부분 외국어 표기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울러 시회병원의 국제진료센터에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키르기스어, 카자흐어가 가능한 원어민 전담 코디네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시화병원 김영진 PI 실장은 "시화병원 국제진료센터는 국내 및 해외 취약 계층 외국인 환자를 발굴해 공공의료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진료의 영역을 넘어 문화를 존중하는 국경 없는 의료서비스로 지역 거점 의료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 국내 최초 '팔다리혈관센터'
건국대병원에는 2015년부터 최초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바로 '팔다리혈관센터'다.

건국대학교 팔다리혈관센터 박상우 센터장은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뇌동맥 등에 비해 말초혈관이라 불리우는 사지혈관의 중요성은 많이 간과돼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구의 고령화와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이전보다 점진적으로 당뇨병 환자와 이로 인한 만성신부전증 및 각종 성인병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질환은 특히 다리와 심혈관, 뇌혈관 등에 영향을 줘 심한 경우 하지 절단, 심정지로 인한 사망, 뇌졸중 등을 일으킨다.

다리 동맥의 폐쇄 및 협착으로는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하지정맥류와 같은 질환이 대표적이다.

다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상지의 혈관질환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집중되고 있다. 만성신부전 환자에게서 혈액투석로는 생명길과도 같다. 이 투석로가 막히고 좁아지는 것을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국대병원의 팔다리혈관센터는 다리와 팔의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이 목표다.

팔다리혈관센터는 상하지의 동맥과 정맥을 모두 망라하고, 하지동맥의 협착과 폐쇄로 인한 허혈성 질환, 당뇨발 및 팔다리 정맥혈전에 의한 부종, 하지정맥류, 투석환자의 투석접근로 협착과 막힘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팔다리혈관센터는 최신식의 초음파, CT, MRI 등의 장비를 이용해 정확한 진단을 한 후 투시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혈관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정확한 치료를 한다.

전신마취 후 시행하는 수술과는 달리 국소마취 후 2-3mm 정도의 굵기를 가지는 가느다란 도관을 이용해 시술을 하기 때문에 환자의 신체부담이 적다. 고령의 환자도 치료가 가능하고 통증이 적으며 퇴원과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박 센터장은 "팔 다리 혈관질환은 매우 다양하고 삶의 질 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매우 필수적인 치료 영역이다. 하지만 심장 및 뇌와 같이 전문적인 치료 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병원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현재 건국대 팔다리혈관센터는 90% 이상의 기술적 성공률, 중요 합병증 및 시술 관련 사망 1% 미만, 당일 진료에서 당일 치료, 주말 및 공휴일 관계없이 24시간 365일 풀타임 근무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센터장은 "센터를 찾아오는 외래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진 관심이 크진 않지만 필요했던 치료 센터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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