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개선하려면… "최종치료 집착한 시스템 벗어나야"

"권역외상센터 20여 곳, 기준대로 운영 가능한 곳은 몇 안돼"
출혈 잡고 혈압 낮추는 등 '일차적 처치' 가능한 기관 늘려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3-31 06:0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사망한 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조사에 나섰고, 국회에서도 부의장 언급과 정의당 논평이 나오는 등 관심을 갖는 상황이다.

정작 의료계에서는 언론에 비춰지지 않았을 뿐 일어나던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종치료'에 집착하는 기조를 벗어나 한 번에 시스템을 고치려는 시도보다 작은 부분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구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청소년이 병실을 찾아 구급차를 타고 떠돌다 사망한 사건이 조명되면서, 사회적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29일에는 국회에서도 해당 사건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SNS를 통해 사건을 언급하며 "응급실, 의사, 병상을 찾아 국민이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응급의료체계 붕괴 관련 브리핑을 통해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응급실 뺑뺑이' 환자는 2021년에만 19만6561명이었다"면서 "환자가 길거리에서 죽어가고 우리가 신뢰하던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원인은 결국 의료진 부족"이라며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획기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이날 대구광역시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히고, 담당자를 대구로 파견했다.

반면 의료계는 놀라기보다는 '여전한 문제'라는 반응도 나온다.

30일 응급실에 종사하는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에 대해 7년 전 전북대 소아 사망 사건을 겪고도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해 발생한 비효율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언론에 나오지 않은 것 뿐이지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다"면서 "결국은 병원이나 인력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최종치료에 집착하는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역외상센터는 지나치게 많지만 정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극히 일부라고 지적하면서, 한 번에 최종치료까지 마치지 못하더라도 당장 일차적 처지를 통해 안정시킬 수 있는 병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역외상센터는 하룻밤 준비해야 하는 당직이 수술팀 20명씩 4팀으로 80명이다. 이런 규모를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 20여 곳 가운데 몇 없다"면서 "결국 한정적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큰 출혈부터 잡는 수술이나 수액을 써서 혈압을 올리는 등 일차적 처치를 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 등 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실 외상도 심정지도 낮은 단계의 일차적 처치가 우선이다. 죽고 사는 문제를 일차적으로 처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 번에 최종치료까지 마쳐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낮은 단계라도 일차적 처치를 할 수 있는 기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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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2023.03.31 09:23:34

    일차적 치료만 하고 후속 치료를 못하면 의료과실로 소송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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