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바꾼 의료‥치료 잘하는 병원→사회적 가치 실현 병원으로

의료폐기물 줄이고, 취약 계층 의료 봉사, 공정한 인사 제도 눈길
ESG 경영 확산하려면 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30 11:4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ESG'라고 불리우며 의료계 환경을 바꿔 놓고 있다.

과거 의료기관은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엔 ESG가 강조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병원'으로 한 단계 높은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내·외 의료기관의 ESG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ESG 경영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경영 활동을 조금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이라고 인식했다.

이에 의료기관들은 '환경' 면에서 의료폐기물 줄이기 및 식당 잔반 줄이기, 개인 컵 사용과 장례식장 일회용품 감축, 태양광 발전 등을 시행하고 있다.

병원 내 페이퍼 위주였던 회의는 페이퍼리스 종이가 없는 회의로 전환되고 있으며, 환자에게 발급하는 진료비 상세내역서 양식도 개선해 용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사회활동' 측면에서는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비대면 진료와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및 상생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투명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는 의료법인의 경우 외부감사를 통한 병원 경영 윤리를 실천하고 있다. 임직원 참여를 확대한 투명한 의사결정과 공정한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정보공개도 확대 중이다.

국내 의료기관 중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강북삼성병원, 고려대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서울아산병원, 세종병원, 전남대병원 등이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2021년 12월 ESG 위원회를 발족한 뒤, '사회에 공헌해 사랑받는 병원이 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ESG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ESG 경영 기반의 스마트 미래 병원을 구축했으며, 빅데이터 시스템 등과의 활용과 응용을 위해 10년 전부터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과 연계로 모든 검진 데이터를 클리닝하고 표준화한 바 있다.

고대의료원은 2020년 6월 사회공헌사업추진단(TFT)을 설치하고, '최고의 사회적 의료기관 도약'을 선언했다. 2021년 5월에는 사회적 가치실현을 전담할 사회공헌사업본부를 출범했다.

특히 기업과 차별화된 병원의 지속 가능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탄소중립 전략 수립 보고서'도 발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산업계 ESG를 수용하기보다 의료계로 해석해 E.S.G 분야별로 ▲친환경 병원 : 케어 과정에서 오염물질 발생·배출을 최소화 ▲안전한 병원 : 환자와 직원이 모두 안전하게 진료받고 근무할 수 있는 병원 ▲공정한 병원 :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 생태계 구축을 수립했다.

그 결과, 병원업계 최초로 수열·지역난방 등 친환경 에너지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량 1만 톤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내 의료폐기물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일반쓰레기 혼입도 방지해 의료폐기물을 감축 중이다.

환자 안전에 있어서는 스마트 진료 현장이 마련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상 디스플레이와 원내 EMR을 연계해 사람으로 인한 오류를 줄였다. 여기엔 환자 정보, 감염정보, 주의사항이 자동 표기된다. 또한 회진 전용 태블릿인 Darwin-T로 환자 정보 조회, 처방 및 검사 결과 확인 등 회진 시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는 회진 로봇도 있다. 로봇이 의료진별 회진 대상을 조회하고 스스로 병상으로 이동한다. 이를 통해 비대면 화상회진 및 환자와 검사결과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사회공헌 면에서는 저소득층 환자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 암환자 정신건강 진단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임직원 안전을 위해서는 주요 퇴직 원인인 3교대 근무제를 개선했다. 간호사가 안전하고 근무만족도 높은 의료현장을 조성한 것이다. 더불어 인적 배송에 의존했던 물류를 로봇 배송 시스템으로 전환해, 의료용품의 감염 최소화했다.

서울대병원은 2021년 3월,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최초로 ESG 경영을 선포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국토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적극 참여로 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했고, 서울시 및 산림청 주관 스마트가든 조성공사 사업 참여로 환자 대기 공간에 자연친화적 스마트가든을 설치했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경영의 투명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전문분야의 외부위원을 포함한 인권센터를 설치했고, 부패방지시책평가 결과 2020년 공공의료기관 청렴도 평가 전 부문 1위를 획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ESG위원회를 발족했다.

저개발 국가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아산 인 아시아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사회공헌 환경친화경영 기업신뢰도 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2022년 3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병원'에 16년 연속 선정됐다.

이밖에 태양광 발전 시설 탄소배출 저감 등 친환경 경영에도 힘써 왔으며, 윤리경영실을 운영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재단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투명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진흥원은 ESG 경영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국제의료사업을 추진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 및 분석을 시행했다. 조사 대상은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유치 의료기관 1,769개소 종사자다.

국제의료사업 추진 의료기관 1,769개소 종사자 중 총 877명이 응답했으며, 이 중 병원 41.0%, 의원 40.6%, 종합병원 11.6%, 상급종합병원 6.7%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 결과, ESG 개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답은 54%, 잘 알고 있음 31.1%, 알지 못하는 경우 9.5%,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 5.4%, 매우 잘 알고 있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관련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영진 및 임직원의 인식 개선 24.4%, 협력업체(공급망) ESG 리스크 및 성과 관리협력 23.8%, 국내외 ESG 관련 규제 및 정부정책 선제 대응 20.3%, ESG로 인한 이미지 및 평판 관리 14.8%, 지역사회 및 시민단체 등과 협력 8.5%, 해외 협력기관의 요구 대응(사업확대 및 신사업 창출) 8.2%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가장 필요한 지원은 ESG 경영을 장려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 32.5%, 의료기관 대상 ESG 교육 31.8%, 의료기관 ESG 평가 기준 정립 24.1%, ESG 우수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인증 및 홍보 11.4% 순이었다.

소속기관이 ESG 경영추진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의료기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34.7%, 자금조달-개선 세제 감면 등 경제적 혜택 확보 18.7%, 장기적 경영 성과 개선에 도움 18.5%, 기관 이미지 향상(예. 명성, 이미지 등) 13.2%, 운영 관련 리스크 선제적 대응 10.6%,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 4.3% 순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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