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철저히 준비하되 불합리한 입법 억제력에 그치길"

[인터뷰]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
"간호법 저지 중심 의협 아닌 간무협이었어야… 정무적 감각 아쉬워"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2-21 06:07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35대 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파업이 언제든 가능하도록 리더십을 바탕으로 체계를 갖추고 준비돼 있어야 할 필요는 있다. 다만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입법·정책에 대한 억제력에서 사태가 수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최근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등 현안을 두고 나오는 파업 목소리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이날 주 전 회장은 간호법 대응과 필수의료 문제 등 보건의료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먼저 간호법은 의협이 전면에 나선 대응주체 설정이 아쉽다고 조언했다. 

국민 입장에서 정확한 내용파악이 어려운 간호법 제정을 두고 직역 갈등이 일어날 경우, 간호사에 비해 권력집단으로 인식되는 의사가 간호법 저지에 앞장서는 것은 투쟁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간호법 제정에 의한 생존권을 우려하는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내 다른 직역이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고, 의협은 지원하는 형태가 효율적이었을 것으로 봤다.

특히 민주당은 서민과 약자를 위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만큼 간호조무사가 앞장섰다면 강행처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주 전 회장은 "간호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협은 뒤로 빠져 지원하는 형태가 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간호사보다 약자인 단체가 중심이 돼 반대해야 어려운 사람들 앞에 서겠다는 민주당이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투쟁을 하고 협상을 하더라도 정무적 감각을 갖고 좀 더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주 전 회장은 필수의료에 대해서도 수가와 의료분쟁특례법에 이어 한 발 더 나아간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료를 바라보는 국가적 시각 자체가 바뀔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는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과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에 대한 환자단체 의견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내 환자단체 대표는 진료실 내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 제정에 대해 '오죽했으면 때렸겠냐, 환자에게 맞는 걸 두려워해서 어떻게 의사하겠느냐'고 언급했고, 필수의료 관련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에 대해서도 반대했다"며 "수가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의사와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예전 심장수술 일화를 예로 들었다. 당시 심장수술 후유증으로 입원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앞으로 위문품이 오자, 미국 심장의학회로 보내달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환자 건강을 챙겨주는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존중심을 평소에 갖고 있던 것이며, 이는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에서 의료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보면 심장 관련 환우단체에 보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을 밀어붙이며 대두되는 파업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파업으로 타격을 받는 대상은 법안을 강행처리한 민주당이 아닌 정부와 여당이라는 것이다.

특히 파업이라는 수단에 대한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제든 가능한 체계를 갖춰 불합리한 입법·정책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협상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은 있으나, 실제 일어난다면 의료계는 물론 국민 피해도 막대한 만큼 파업 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상대는 민주당인데, 파업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의료계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나온 결론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주 전 회장은 향후 의협 회장 출마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그는 "주변에서 차기 회장 선거를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주변 의견을 더 들어보고 젊은 친구들과도 만나보며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더 훌륭한 후배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밀어줄 것이고, 내가 의료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 나서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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