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필수의료 대책 정면 반박… "현상 유지 땜질식 정책"

소청과 대책 항목별 문제점 지적… "엉뚱한 타깃에 실효성 부족"
"아이들 생명에 돈 쓸 생각 없이 현상 유지만" 폐과 선언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3-29 10:00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대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청과의사회는 필수의료 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책 등 두 차례에 걸친 소청과 대책에 대해 항목별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간 복지부는 발표된 필수의료 대책이 개선 시작 수순며 과제 추가와 현실화를 통해 보완해나간다는 뉘앙스를 강조해 의료계 불만을 달래왔으나, 조목조목 반박한 첫 사례다.

29일 소청과의사회는 폐과 기자회견을 통해 복지부 필수의료 대책 가운데 소청과에 해당하는 부분을 항목별로 지적했다.

먼저 중증소아의료체계확충은 소청과 기피 현상을 외면한 채 곁가지에 대한 대책이라고 질타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경우 인력 확보 수준이나 소아 진료 성과, 사업 계획 이행 여부 등에 따라 어린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차등 보상하는 대책이다. 그러나 중증소아 단기 입원 서비스를 제외하면 소청과 대책이 아닌 소아재활의학과 대책이며, 이익을 통한 개선이 아닌 현상 유지를 위한 손실보상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서울대병원조차 어린이병원 적자가 100억이 넘는 적자가 지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적자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닌 이익이 나게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대책은 숫자만 늘리고 적자만 나지 않게 해주겠다는 것으로, 심지어 보상은 의료진이 아니라 병원에만 한다"고 말했다.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 역시 지방 거점병원을 육성한다는 정책이지만, 전공의 모집율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 이미 대가 끊긴 소아암 전문의와 소청과 전공의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 역시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봤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은 응급실 소아환자 진료실적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8곳에서 12곳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미 인력 공백으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이 아닌 응급의료기관 지정취소나 상급병원 탈락 등 채찍을 든 데다 시설확충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소청과의사회는 "현재도 응급실과 병실은 있으나 소청과 의사가 없어 입원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응급소아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하는 대학병원이 허다한 형편"이라며 "인력 공백이 생겨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데 엉뚱하게 시설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우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꼬집었다.

평일 23~24시 심야시간까지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도 실패한 정책의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심야나 주말에는 중증 환아도 오는데, 달빛병원 정도 인프라가 아닌 종합병원급 이상 인프라를 가진 곳에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하는 급속 진행 응급질환 소아 환자 시간을 지체시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심지어 처음 공모에서 소청과전문의 자격을 요구하다 돌아가지 않으니 소아 진료 경험이 많은 타과 의사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변경할 정도로 실패를 자인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과는 평일 9~18시, 토요일 9~13시, 일요일 휴진인데 소청과는 평일 19시, 토요일 16시, 일요일도 9~13시까지 일하는데 심야까지 일해야 겨우 먹고산다면 어떤 인턴의사가 소청과를 전공하겠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소아 급성 증상을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하는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 초진과 같은 위험성을 갖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저녁부터 토하고 배아픈 24개월 아이는 바이러스 장염인가, 2일 후 장이 괴사돼 사망하는 장중첩증인가, 진단이 늦으면 복막염으로 사망하는 급성충수돌기염인가"라며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면역력이 낮은 아이들은 대면진료에서도 오진 확률이 있는데, 전화로 증상 상담과 처치 안내를 한다는 것은 정신나간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를 키우며 훈육이나 육아에 대한 문제를 동네 소청과에서 해결하는 심층상담교육 시범사업조차 행정상 문제로 지지부진하다고 토로했다. 보상 수준은 극히 낮으나, 사업 본질에서 벗어난 수많은 행정적 요구가 병원과 부모에게 요구돼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소청과의사회는 "사업 본질과 관련 없는 여러 문제점을 시급히 해결해 줄 것을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구했으나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사업 시작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보호자들의 매우 높은 요구에도 대다수 소청과 사업실적은 극히 미미한 상태"라고 질타했다.

적정보상을 통한 의료인력 확보 역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만 8세 미만 30% 가산에서 1세 미만은 50%로 상향하고,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연령가산과 병의원급 신생아실·모자동실 입원료를 30%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1세 미만 인구가 적은 상황에서 적정보상이라고 볼 수 없는 데다,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역시 병원이 아니라 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적정보상이 아니라 생색만 낸 병아리 눈물 만큼의 지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인력확충 추진도 비현실적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소청과의사회는 "아이들 생명을 위해 돈은 절대 쓸 생각이 없고 의대정원을 늘리면 열악한 소청과라도 할 수 없이 전공하지 않겠냐는 정책을 포장만 감싼 것"이라며 "파산 직전 중소기업 직원 정원만 늘리면 중소기업에 많이 지원할 거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소청과는 두 차례에 걸친 정부 대책이 이처럼 지원보다는 현상 유지를 위한 땜질식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폐과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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