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형벌화,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진료 특수성 고려해야"

의료행위에 과실치사상 기준 동일 적용, 진료 할 수 없는 환경 만드는 셈
신현영 의원 "형벌주의 최소화 노력 필요…환자-의사 신뢰 회복해 나가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07 13:21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과실에 대한 징벌적 접근과 형벌화 추세가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의료행위가 갖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형벌화 추세는 국제적 기준이나 흐름에도 맞지 않는 데다, 방어진료를 유발해 의료 비용을 높이고 질은 낮춘다는 지적이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7일 의료현안 연속토론회 첫 번째로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내 의료과실 형벌화 경향이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우 소장에 따르면 의료분쟁조정중재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업무상과실치상은 3557%, 업무상과실치사는 192%로 폭증했다. 이후 의료분쟁 자동조정제도가 시행된 2017년을 기점으로 상해 1965건, 사망 1024건 수준으로 정착됐다.

이처럼 형벌화 경향이 고착되며 국내 의사 1인당 기소 건수는 337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는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 수준이다.

최근 한 언론이 의대생 2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삶의 질'이 67.1%로 가장 높았고,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 우려'도 64.4%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해 일반적인 업무상 과실치사상 기준을 적용한다는 데 대한 문제인식도 제기됐다.

이재호 대한환자안전학회장은 의료행위가 갖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응급진료나 중환자 진료, 수술 등 침습적 행위는 물론, 올바르게 사용해도 치명적일 수 있는 고위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대상은 취약한 환자라는 것. 이에 대해 일반적 업무상 과실치사상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진료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 학회장에 따르면 영국은 환자에게 발생하면 안되는 의료사고를 정의한 '네버 이벤트'에 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매년 300~500건이 보고되고 있다. 모두 형사처벌로 이어진다면 매년 400명가량 의사가 처벌받겠지만,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과실치사로 인한 경찰 접수 151개 사례 중 의사는 37명, 연평균 3.1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검찰 왕립기소부 기소 결정도 연평균 0.8명에 불과했다.

이 학회장은 영국의 경우 이 같은 보고를 소송과 형벌이 아닌 예방과 유사사고 감소를 위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회장은 "올바르게 적용되더라도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것이 의료행위"라며 "책임과 보상 등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는 식으로 논의된다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역시 의료사고로 인한 구속 후 무죄 판결을 받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소아청소년과 기피에 기름을 부었다고 평가했다. 저수가로 인한 어려움에 저출생 현상까지 더해지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해당 사건이 알려지며 소청과 기피가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전공의들은 병원을 고를 때 응급실과 신생아중환자실에 우선 당직으로 선다는 조건이 있으면 가지 않는다"며 "내년이면 40%에 가까운 병원이 전공의가 없는 채로 운영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우 소장은 의료사고 형벌화 추세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필수의료특례법을 통한 형사처벌 면책과 함께 검찰과 경찰 의료사고 전담부서 설치를 통한 의료 분야 전문성 강화, 법원의 신중한 판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현영 의원 역시 발제자로 나서 의료사고에 대한 징벌적 처벌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신 의원은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를 비롯해 착한 사마리아인법, 응급실 반의사불벌죄 폐지법 등 의료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신 의원은 이번주 필수의료 관련 국가 책임과 국민 권리, 의료인 보호 및 지원 등을 담은 제정법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에는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를 분만사고에서 의료사고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 의원은 "의료행위의 징벌적 처벌에 대한 대안으로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 보상을 넘어서는 모든 무과실 의료사고에 국가 보상이 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형벌주의 최소화 노력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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