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소아과 문 닫는다… 소청과의사회 '폐과' 선언

"대통령만 의지, 정부는 빈 껍데기 정책만… 간판 내릴 수밖에"
폐과 후 일반과 전환 회원 사후 조치까지 준비… 지역사회 혼란 불가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3-29 10:00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결국 '폐과'를 선언했다.

소아의료가 수년 전부터 침몰 중인 상황에서 수차례 심폐소생을 요청한 끝에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에 소아의료체계 개선책까지 내놨으나 실효성은 전무하다는 판단이다.

이날 폐과 선언을 시작으로 소청과의사회는 소청과를 떠나 피부미용, 통증, 내과 등 소위 '노키즈존'으로 진료과 전환을 희망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교육 지원을 진행, 향후 일년 내 문을 닫는 소청과의사회 소속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돼 소청과 지역사회 일차의료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청과의사회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를 선언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더는 하고 싶어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며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과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소청과 의사 수입은 28%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낮은 진료비를 많은 진료량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것으로 알려진 소청과지만, 병원 유지를 위한 제반비용은 상승하는 가운데 수익은 줄어드는 악화일로가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그나마 소청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은 정치인의 마구잡이 선심 속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 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 유일한 소아청소년 비급여였던 예방접종이 사라졌다"며 "심지어 올해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은 기존의 40%만 받게 질병청이 강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해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다"며 "그러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 째 동결으로, 동남아 국가의 1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개원가 현황은 인턴의사가 의대 졸업 후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개원을 통한 수입을 예상할 수도 있고, 세부전문의를 마친 뒤 대학병원에서 중증환자 진료에 매진하다가도 정년을 마치면 개원할 수 있는 선택지로서 정년 이후를 가늠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 대비 25.4%까지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이 같은 지표는 대대적인 개선 없이는 상황을 반전하기 어렵지만 대책은 지지부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건강보험이 부족하다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소아의료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으나, 정작 보건복지부는 빈 껍데기 정책만 내놨고 질병청은 예방접종비를 실질적으로는 깎고 있으며 기획재정부는 소청과 호소를 한 귀로 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인턴 의사가 소청과를 전공하면, 의대만 나온 의사보다 수입이 적다"면서 "정부 대책을 보면 인턴 의사가 소청과를 전공하겠다고 할까, 대학병원 교수님들이 보람 갖고 계속 일할까 , 소아 세부 전공을 통해 난이도 높고 희귀한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결심이 설까 의문만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소청과의사회에 따르면 이미 전문과목 폐과 후 일반과로 전환하는 회원에 대한 교육 등 사후조치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폐과 선언이 부족한 정책을 향한 '볼멘 소리'가 아닌 실질적 소청과 일차의료 폐과 효과가 예상돼 지역사회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 회장은 "소청과 폐과와 타과 전환을 위한 교육 기간은 일년 정도로 생각한다"며 "폐과 이야기도 회원들로부터 나온 만큼 90%는 공감하고 있으며, 못해도 절반은 따라올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순간에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조차 아이들이 숨져가고 치료받을 곳이 없어 길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정부가 대통령을 속이면서 아이를 살리는 데 반하는 대책만 양산하고 있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들과 국민들께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말씀이지만 오늘자로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더 이상은 아이 건강을 돌봐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돼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리러 나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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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2023.03.29 13:16:08

    대한민국 다 어렵습니다
    소아과만 뭘 더 할수도 더 해줄수도 없지요
    아이 둘인 아빠로서
    각자도생인 현실이 안타깝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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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 2023.03.29 13:19:46

      그러니 소아과 안한다는 거죠
      저 의사선생님들도 집에 애들도 있고, 더이상 사명감만으로 가족을 희생할 순 없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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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2023.03.29 12:44:05

    응원합니다. 한번 호되게 당해야 정신차립니다.
    폐과...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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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2023.03.29 11:59:47

    그런것 치고 소아과에 대기가 너무 길어서 못가겠는데?
    동네 소아과 전화연결도 안돼
    환자가 너무 많아서 수화기를 내려놨어요
    애 감기걸렸는데 소아과 가기가 무서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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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2023.03.29 12:37:09

      그게 주변 소아과가 망해서 그래요. 안 망한 곳에 몰려서. 좋은 게 아닙니다. 그게 바로 의료 전달체계 붕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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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2023.03.29 11:20:10

    공단 심평원 이 그지들아 올해 흑자라며 지원 좀 해줘라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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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과**2023.03.29 11:00:16

    어차피 고생고생해서 소청과 전문의되어도 일반의와 같은 (더 못한) 대우 받음
    죽을때까지 내 개인적인 모든 삶과 즐거움, 행복, 스스로의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명감만을 가지고 일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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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펙폭***2023.03.29 10:37:49

    기사 읽어보니깐 보건복지부, 질병청 공무원들이 소아청소년과 폐과 시킨거나 다름없네. 공무원들아 니들 입맛에 맞는 돼도않는 정책 내놓지 말고, 현장에 맞는 정책 좀 내놔라. 안그래도 신생아 울음소리가 나지않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과 소아과 귀한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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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청과****2023.03.29 10:25:11

    모든 경제적 활동이 이익창출인데
    사명감 갖고 운영한다는 것이 말이안되지요 
    정부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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