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 신생아 사건 의료진 과실 '입증 불가'…마녀사냥 끝?

주사제 분주·지연 주사 '의료과실'로 지목됐으나, 근거 부족해…원인은 '미궁' 속으로
의협 "합리적 판결 다행이지만, 사건 이후 소청과 붕괴 심각…의료분쟁특례법 필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2-17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사회면을 뒤흔들었던 2017년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의 의료진들이 항소심에서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료진의 '과실'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마녀사냥을 당했던 사건 당시의 분위기와는 달리, 오랜 법정 공방 속에 재판부는 신생아 4명의 사망과 의료진의 의료행위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2019년 2월 21일 1심 재판부는 소아청소년과 조수진 교수와 수간호사 등 관련자 총 7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당시 검찰 측의 항소로 3년의 재판이 이어졌다.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아 4명에게 연이어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론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발표했고, 조수진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재판의 핵심은 의료진이 신생아 4명에게 주사한 것으로 알려진 주사제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는 과정에서 감염관리 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이 된 '시트로박터 프론디균' 감염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2심에서도 검사 측과 피고 측은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자체 오염 가능성과 분주 과정에서 외부 오염 가능성 등을 다퉜으나, 사망한 신생아와 동일한 주사를 맞았으나 패혈증에 걸리지 않은 생존자가 있다는 점 등이 의료진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했다.

또 애초 문제시 된 스모프리피드 주사제의 분주 자체는 '위법'이 아니며, 주사제 분주 및 분주 지연으로 인해 오염이 됐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스모프리피드 제조, 운송, 보관, 투여 등 분주의 다른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신생아에게 사용된 수액세트나 쓰리웨이, 캡 등 의료기기가 처음부터 오염내지 불량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같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피해자 4명이 거의 동시에 동일한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유사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는 관련자들을 단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이유도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칫 법리와 증거가 아닌 감정과 직관에 호소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정이 되기도 하다"고 이번 판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 공소 사실은 기본적으로 (검사의) 추론에 근거하고, 더욱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만 채택·조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로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당시 스모프리피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 외에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설령 당시 주사제가 균에 오염됐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의료진의 분주 지연 투여로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없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해당 공소 사실은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전원 무죄라는 합리적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의료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구속수사를 하고, 중형을 구형하면서, 신생아과는 극도의 기피과로 분류됐으며 소아청소년과 또한 전공의 지원률이 가장 적어 소아청소년과의 붕괴위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마녀사냥에 가까웠던 당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받고 의사들이 소신껏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구속하고 실형을 내리는 등의 위협적인 수사를 지양해야 한다"며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시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의료분쟁으로 인한 의료진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의료진들의 소신 진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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