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 2심도 '무죄'…추론만으로 의료과실 몰아가는 '마녀사냥' 경종

[인터뷰]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대표변호사
논란됐던 '주사제 분주·지연 투여' 위법 아냐, 사망 원인 '주사제' 아닐 가능성도 받아들여져
法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위해서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판단 필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2-25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7명 전원이 항소심에서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항소심은 당시 의료진의 과실임이 명백한 것처럼 몰아갔던 '마녀사냥'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피고인 측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담헌의 장성환 대표변호사는 특히 추론에 근거해 불리한 가능성만 조합한 검찰의 태도에 문제를 지적하고, 엄격한 증거판단에 따른 형사재판의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던 판결이라는 설명이다.
과실로 지목된 '주사제 분주·지연 투여'…2심 "위법 아냐"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16일이었다. 

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동시에 신생아가 사망했다는 정황만으로 검찰은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했고, 이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사건 관련자 의사 4명과 간호사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했다.

실제로 신생아 4명은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신생아에게서 발견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됐다.

당시 신생아들은 공통적으로 정맥중심관을 통해 '스모프리피드' 주사제를 투여받았는데, 해당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분주 및 지연 투여과정에서 오염이 된 스모프리피드를 주사한 의료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소 과정에서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이들의 죄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호도됐으나, 지난 2019년 2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7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장성환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는 전공의를 제외한 피고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준비과정에서 감염방지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스모프리피드 투여 준비과정에서의 과실로 인해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고, 그로 인해 패혈증이 발생해 신생아들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1심에서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준비과정에서 과실 여부로 쟁점이 된 주사제 분주 및 지연 투여에 대해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성환 변호사는 "주사제 분할사용이 금지되지 않고 적절한 감염관리가 전제되는 한 분주 그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며 "실제로 분주는 널리 행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도 1개의 약병에서 소분되어 여러 명에게 분주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재판부 역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문제없이 이어진 분주 관행이 이번 사건에서만 문제를 일으켰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스모프리피드 오염이 반드시 분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이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지연투여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에 대한 검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리 상온에 방치한다고 하더라도 애당초 없던 균이 증식될 수는 없으므로 지연 투여 자체로 인해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같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같은 주사제를 맞은 신생아는 혈액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사망하지도 않았던 점 등을 통해 주사제 자체가 직접적인 감염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됐다.
피해자 4명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검출…장내 세균 집락화에 의한 패혈증 가능성 有

그렇다면 환아들을 사망케 한 원인은 무엇일까?

장성환 변호사는 "모든 피해자들의 장 조직 내지 장 내용물, 분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고, 그 유전자형이 피해자들의 혈액에서 확인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유전자형과 일치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피해자들의 장에 집락화되어 있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장점막을 뚫고 혈류로 들어가 패혈증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고, 재판부도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모두 저출생체중아로서 더욱이 모두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음을 고려하면 장벽의 방어능력이 취약해진 나머지 미세한 손상을 통해 혈류감염이 발생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며 “장내 세균의 집락화로 인한 패혈증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으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형사재판, 인과관계 추정해 입증책임 완화하는 민사와 달라…죄형법정주의 바탕으로 과실 입증 필요해

장성환 변호사는 무엇보다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결론'을 이미 정해 놓은 듯이 진행된 조사 과정 등에 대해 꼬집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입원해 있던 신생아 4명이 거의 동시에 사망한 사건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감정과 직관에 호소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더욱이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가능성은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만을 채택·조합하고 있는 바, 이 사건을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로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 변호사는 "형사재판은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민사재판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형사재판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엄격한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인과관계와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5월 대법원 판례에서도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해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를 인정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성환 변호사는 "안타까운 사건인 것은 사실이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것이 형사재판이다. 막연한 추론으로 누군가에게 죄를 지울수는 없기 때문이다"라며 "해당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발생하는 등 파장이 컸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월 22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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