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졸피뎀' 나눠 준 의사…의사면허 정지 1개월 "합당"

높은 도덕성·직업윤리 의식 요구되는 '의사'…'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약류 전달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5-09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가족에게 집에 보관하고 있던 '졸피뎀'을 나눠준 의사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를 명령한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직업윤리에 비춰봤을 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료기록 없이 위험성이 높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전달하는 행위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판단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 병원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2019년 6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해로 기소된 후 모두 유죄로 인정받아 벌금 1,000만 원 및 몰수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인 A씨가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 등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법을 위반하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처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7정을 제공한 사실을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의 임무에 종사하며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직업으로서,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인에게는 높은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이에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하여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A씨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사유인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를 규정한 의료법 시행령 제32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병원이 아닌 주거지에서 보관하고 있던 약을 나눠준 행위만으로 '진료행위' 내지 '의료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으며, 가족에게 약을 나눠준 행위 자체가 사회 통념상 비난 가능성이 있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볼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설령 해당 행위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라고 할지라도, 품위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로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관련 형사판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과도하며, 이는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재판부는 처분 근거가 된 의료법 제32조에서 명시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사회통념 상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고도의 도덕성과 직업윤리에 크게 반하는 행위를 하여 전문직 종사자로서 의료인에게 부여된 의무를 훼손하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평가되는 진료행위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진료행위'에는 '진찰, 검안, 검사, 문진' 등을 통해 병의 상태를 판단하는 진단(診斷)과 '처방, 투약, 수술, 시술' 등 병의 치료(治療)에 관한 행위뿐만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의료인이 직접 행하지 아니할 경우 국민의 신체에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이에 유사한 행위가 널리 포함되는 개념이다"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판부는 의사인 A씨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집에서 진료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별다른 복용방법이나 투약용량, 부작용 등에 대한 지도·설명조차 없이 처남에게 졸피뎀 7정을 제공한 행위는 시행령규정에서 말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은 법에서 정한 '의무 사항'이 아니기에 의협 윤리위의 자체 징계대상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서 절차적 하자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사에게는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환자로 하여금 그 의사를 신뢰하게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며 "만약 의사가 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지키지 못하여 국민 일반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면 이는 의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은 그 특성상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질서를 훼손하므로 이를 임의로 반출하는 등의 행위는 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로서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 의료질서의 확립,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의 확보라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복지부의 처분이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관련기사보기

부당청구 보다 '서류 미제출 죄' 더 커‥영업정지 1년 '합당'

부당청구 보다 '서류 미제출 죄' 더 커‥영업정지 1년 '합당'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복지부 현지조사를 통해 약 3백만 원의 부당청구 사실이 발각된 의원이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받아 논란이 벌어졌다. 복지부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며 법정소송까지 벌어졌지만, 법원도 복지부의 손을 들어주며 영업정지 1년 행정처분은 확정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로써 A씨의 1년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 확정됐다. A씨는 B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의사로 지난 2016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간무사에 처방전 발행 지시한 의사‥면허정지 구제된 이유는?

간무사에 처방전 발행 지시한 의사‥면허정지 구제된 이유는?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발행을 지시해 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사법부를 통해 구제됐다. 복지부는 해당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다고 판단해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사법부는 해당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한 것은 의사이기 때문에 이를 무면허의료행위 교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 대전고등법원은 대법원으로부터 파기 환송된 의사 A씨의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월 14일 환자 3명에

3차례 현지조사 거부한 의사‥法, 1년 업무정지 처분 '합당'

3차례 현지조사 거부한 의사‥法, 1년 업무정지 처분 '합당'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3차례 거부한 의사가 1년의 업무정지 처분받은 것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의사는 전(前)직원들이 모두 퇴사했고, 현재 말기 만성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당장 현지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지만, 재판부는 해당 사유가 행정조사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017년 8월 28일 보건복

3년간 4천만원 리베이트 의사‥면허정지 아닌 취소 '합당'

3년간 4천만원 리베이트 의사‥면허정지 아닌 취소 '합당'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한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면허 정지가 아닌 면허취소라는 처분이 합당하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제약사로부터 3년간 4천3백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A씨가 의사면허취소 처분을 내린 복지부를 상대로 법원에 의사면허취소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끝내 패소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6월경부터 B제약회사 영업사원 C씨로부터 B제약회사가 생산·판매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해주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그때부터 2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