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기기 대법 판결에 뒤집힌 醫-韓 희비…갈등 심화 주목

대법원, 1·2심 유죄 뒤집고 무죄 판결…원심 달리 한의계 손 들어
의료법 위반 법적 논리 사용 불가…한의사 초음파 법적제한 해제
대법원 판례 후 양측 입장 더 명확해져…醫-韓 갈등 심화 불가피

이정수 / 조후현 기자2022-12-23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조후현 기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로 의료계와 한의계 간 희비가 뒤집히면서, 그간 빚어진 양측 갈등이 더욱 심화될지 주목된다.

22일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천대엽) 전원합의체는 한의사 A씨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의료계는 해당된다고 보고 의료법 위반을 주장해왔다.

이에 1심과 2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의료계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판결로 원심을 뒤집으면서 한의계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의료계와 한의계는 입장이 뒤집히게 됐다. 의료계는 지난 수년간 지켜왔던 의료법 위반이라는 법적 논리를 내밀 수 없게 됐고, 한의계는 그간 묶여있던 법적 제한에서 풀려나게 됐다.

양측은 이날 대법원 판례 이후에도 기존에 밝혀왔던 입장과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대법원 판단기준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반면, 한의계는 보건당국 후속조치 촉구를 덧붙이면서 활용성 확대를 꾀하고 나섰다. 이에 법적 대응과 의료 정책을 두고 양측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醫 "의사도 전문가 아니면 초음파 안 써…오진은 보건위생상 큰 위해"

의료계는 예상을 뒤엎는 대법원 판결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특히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기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처치를 받게 되는 것은 국민건강에 있어 명백한 보건위생상 위해라는 지적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 생활을 30년 이상 했는데, 학교에서 배우고 연수강좌에서도 습득했지만 초음파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오진의 위해 없이 국민과 환자에게 자신있게 기기를 활용해 진단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단순히 배우고 안 배우고가 아니라 전문적 지식습득 과정을 거쳐 연수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다듬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방사선 진단기기를 잘못 사용해 몸에 방사선이 축적되는 것보다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더 큰 보건위생상 위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는 의사 중에서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영상의학과 등 별도 진료과가 있는 상황"이라며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배경지식이 전혀 다른 이에게 허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자체의 위험도가 낮아도 검사 결과가 중요한 것인데, 이번 사건처럼 오진하거나 잘못된 처치가 들어가면 피해를 받는 것은 환자들"이라며 "자궁내막암을 놓치고 치료가 늦어진 명백한 환자 피해 사건임에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아니라는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도 "환자 자궁암을 놓친 문제를 단순히 논리로만 따져 위해가 없다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밝혔다.

한의대에서 관련 교육 제도·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돼 왔다는 대법원 의견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김교웅 한특위원장은 "교육 과정이 보완돼 배운다고 주장하지만 배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문제"라며 "한의대 교수는 한방 전문가지만 의과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의료계는 충격이 큰 만큼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단체 차원 성명서 배포는 물론, 1인 시위도 언급됐다.

의협은 22일 긴급히 관련 회의를 갖고 구체적 대응 방향 모색에 나섰다.

김 한특위원장은 "한특위에서 그치지 않고 의협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도 "굉장히 유감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의협은 이 같은 비상식적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서울시의사회장은 "충격적 판결에 회원들 모두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계에서는 벌써부터 초음파를 넘어 혈액검사까지 추진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도 성명서를 배포하고, 대법원 앞 1인시위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韓醫 "정의로운 판결…보건당국 후속조치 촉구"

한의계는 대법원 판결 이후 곧바로 목소리를 높여 환영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대법원 판결을 '정의롭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을 공식화하면서 보건당국 후속조치까지 촉구했다.

한의협은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민 건강을 위해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채워져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줄 단초가 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민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이라는 당면한 국가정책을 해결하고, 국민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볼모로 한 특정이익단체 눈치를 보지 않는 보건당국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후속조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명서에서 '초음파 진단기기'가 아닌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현대 진단기기'로 언급해 향후 타 진단기기로 사용범위를 확장할 의도를 내비쳤다.

한의협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해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한의약 치료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한 현대 진단기기를 진료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 조후현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2-12-23 06:09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