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發 성분명 처방 논란 일파만파… 의약갈등 '현재진행형'

[테마로 보는 의약계 결산⑦] 도입 주장에 식약처장 동의하며 촉발… 비판 성명서에 고발까지
동절기 의약품 품절 사태에도 '성분명 처방-국민선택분업' 동상이몽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2-12-22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올해 의약계는 비대면 진료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성분명 처방 논란에 결국 갈등이 점화됐다.

국정감사에서 약사 출신 국회의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성분명 처방 도입을 주장하고 동의하자, 의약 단체 간 비판 성명서와 고발로 이어진 것.

논란은 고소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와 독감 트윈데믹으로 의약품 품절 현상이 발생하자 의사 단체는 국민선택분업을, 약사 단체는 성분명 처방을 다시 꺼내들며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성분명 처방 논란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장에서 촉발됐다. 이날 국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성분명 처방 도입을 주장하고, 같은 약사 출신 오유경 식약처장은 동의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의약계가 성명서를 통해 비판을 주고 받으며 갈등이 본격화했다.

먼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전국의사총연합이 강하게 반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주성분이 같다고 다 같은 약이 아니며, 약사가 멋대로 조제 해놓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약사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대부분 약국에서 자동포장기계가 약사 업무를 에러 없이 하고 있는 시점에 개국 약사라는 직역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총도 비판 목소리를 더했다. 전의총은 "국민선택분업을 실시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약사회는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약사회는 "밑도 끝도 없는 막장 수식어를 늘어놓은 수준이하 성명을 발표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비상식에 실소를 금치 못하며 의사 만능주의 환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면서 "성분명 처방은 소비자 선택권 및 의료접근성 강화, 환자 약제비 및 건강보험 약품비 절감 효과 등 신속히 도입해야할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것은 리베이트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라며 "돈의 권력을 놓기 싫다고 생떼 쓰는 뻔뻔한 모습과 다름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는 '리베이트 잃을까 생떼' '의사만능주의' '수준 이하' 등 표현을 두고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고, 전의총은 '백마진'을 거론하며 약사가 합법적 금액만 받았는지 조사해보라며 맞불을 놨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서울특별시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등이 의약분업 재평가와 선택분업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더했다.

약계에서는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도 성분명 처방이 제네릭 난립으로 인한 국가적 비용을 줄이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끝내 의약계 고소전으로 번지자 갈등 시발점이 된 식약처는 주무부처로 판단을 넘기며 한걸음 물러났다. 식약처는 "현재 의약분업 형태는 의-약-정 협의를 거친 합의사항인 만큼 성분명 처방은 주무부처 주도로 의-약-정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으로 인한 의약갈등은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13일 성분명 처방 도입 의지를 분명히 하고, 소청과의사회 고소 대응 의지도 밝혔다.

이달 식약처, 복지부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내년 2월까지 성분명 처방 필요성을 알리는 대국민 라디오 캠페인을 추진한다. 약사 유튜버, 약대생 SNS 기획단 등 SNS 활용 홍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으로 인한 의약품 품절 사태가 나타나자 의약 단체가 재대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24개 구약사회는 지난 20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의약품 품절 사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촉구하며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간소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회원들은 매일 약을 찾아 헤메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약품 유통체계에 대한 전반적 점검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품절사태를 근본적이고 제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인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간소화 등에 대해서는 약정협의체를 가동해 논의하고 즉각 실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청과의사회는 2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긴급 국민선택분업'을 해법으로 촉구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 추운날 약을 찾아 길거리를 헤메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봄부터 지속되고 있다"며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은 약 구하기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바로 약을 받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아 열성경련은 오래 지속되면 뇌손상 등 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급성후두염 역시 개선되지 않으면 호흡곤란으로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면서 "트윈데믹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원하는 환자는 의원에서 약을 타갈 수 있는 '국민선택분업' 제도를 긴급히 도입해달라"고 촉구했다.

의약품 품절 사태가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의약계는 성분명 처방과 국민선택분업이라는 각각의 해법을 주장하며 갈등은 해를 넘겨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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