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B' 없어도 '오프라벨' 사용 가능‥개정 4년 후, 변화 뚜렷

2019년, IRB 미실시 기관도 허가 범위 초과 약제 사용 가능하도록 개정
황반변성 '아바스틴', 성조숙증 진단시약 '데카펩틸주' 등 환자 접근성 크게 완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30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과거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설치된 의약품 임상시험 실시기관만이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오프라벨·Off label)' 의약품을 신청할 수 있었다.

무분별한 허가 초과 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는 대학병원이 아닌 병의원에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이 크게 제한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여러 조율 끝에 2019년 10월, 보건복지부는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의 비급여 사용 승인 기준을 완화했다.

이 개정에 따라 의약품 임상시험 실시기관이 아닌 요양기관에서도 허가 초과 사용약제 승인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동일한 사용승인 사항으로 승인 받은 기관이 전체 의약품임상시험실시기관 대비 1/3 이상인 약제 ▲동일한 사용승인 사항으로 사용한 례수가 신청일 전년도 기준 3,000례 이상인 약제 ▲대상 질환의 특성 상 위의 두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희귀질환 및 소아질환으로써 허가초과 사용승인 신청 요양기관의 확대 필요성이 인정되는 약제에 해당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적절성 여부를 확인해 허가초과 사용을 승인한다.

다만, IRB 미실시기관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전문과목별 학회 등 관련 단체가 신청을 해야 심평원이 승인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해당 고시가 개정된지 약 4년. 많은 약제가 승인되지는 않았으나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에 따르면, IRB 미실시기관의 최초 승인 약제는 한국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다.

본래 아바스틴은 항암제로 잘 알려져 있으나, 황반변성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환자들에게 오프라벨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허가 외 사용 규제로 일반 안과에서는 아예 처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황반변성 환자들은 아바스틴을 처방받기 위해 IRB가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고시 개정 이후, 2020년 2월 대한안과학회가 안과 상병에 아바스틴의 허가 범위 초과 사용을 신청했다. 

황반변성 치료는 안구 내로 약물을 직접 주입해야 한다. 아바스틴의 경우 희석해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염 등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무균의 조건 하에 희석 및 보관하더라도 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심평원은 감염 관리 방안 논의를 거쳐 아바스틴의 허가 초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심평원은 2022년 1월 대한안과학회에 승인 내역을 통보했고, 2월부터 IRB 미실시기관에서 사용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안과 상병과 관련한 아바스틴 오프라벨 신청은 230여 곳으로 조사됐다.

IRB 미실시기관의 두 번째 승인 약제는 한국페링제약의 '데카펩틸(트립토렐린)' 0.1mg이다.

건강보험 급여가 되던 유일한 성조숙증 진단시약인 '렐레팍트(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그 대안으로 데카펩틸주가 떠올랐다.

데카펩틸주는 ▲혈청중 성스테로이드 저하를 필요로 하는 호르몬 의존성 전립선암 ▲불임 여성에서 체외수정시술 및 수정란 이식에서 성선호르몬(사람폐경 생식샘자극호르몬(hMG), 난포자극호르몬(FSH), 사람융모성 생식샘자극호르몬(hCG))과 병행해 배란을 유도하기 위한 보조적 치료에 사용된다.

이 데카펩틸주는 해외 연구를 통해 진단시약으로써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조기 유방 발육을 보이는 6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렐레팍트와 데카펩틸 0.1mg을 무작위로 투여한 결과, 황체화호르몬(LH), 난포자극 호르몬(FSH) 수치에서 높은 확률로 성조숙증 진단을 할 수 있었다.

2021년 10월 대한병원협회는 데카펩틸주의 허가 범위 초과 사용을 신청했고, 심평원은 2022년 6월 30일에 병협에 승인 내역을 통보, 2022년 7월부터 IRB 미실시기관에서 사용 신청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80여 곳이 오프라벨 신청을 했다고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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