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사회 대한민국,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모두가 나서야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2-08 06:02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플랜75'라는 영화가 화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비 부담 증가와 노동력 부족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75세가 되면 국가가 위로금과 여행 기회를 주고 사망하도록 권유한다는 내용이다. 허구이지만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설정이다.

포유류 동물에서 평생 심장박동수가 비슷하다는 이론적인 근거에 일치하게도 1900년대 초반 인간의 수명은 50세 정도였으나, 항생제, 제세동기 등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대부분 국가의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접어든 현대 사회에서 고령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질환, 특히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지게 된다. 가장 흔하면서 뇌졸중의 원인 심장 부정맥인 심방세동의 경우에도 40세 이후 3~4명중 한 명꼴로 일생 중 심방세동 발병의 위험이 있다고 하며, CHA2DS2-VASc (심부전, 고혈압, 75세이상, 당뇨, 뇌경색 병력,  혈관질환) 스코어에 따라 뇌경색과 전신색전증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치료를 받아야한다.

'플랜75' 영화와는 달리 75세 이상에서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80-85세 이상의 '초고령' 심방세동 환자분들도 약물이 주된 치료였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전극도자절제술 등 적극적인 시술을 원하시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미국의 기대 수명은 세계은행 보고에 의하면 76.1세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OCED 회원국들보다 낮으며 심장질환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사회경제적 격차에 의한 의료 이용 수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식습관의 문제도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밖 심장마비 발생률은 해마다 계속 증가하는 반면 그에 따른 사망률은 기대할 만한 정도로 호전되지 않는다는 최근 우리나라 건강보험데이터 연구를 통해서도 그 이유를 식습관의 문제로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을 위해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에서 'Life's Simple 7' 체크를 권고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혈당의 의학적 관리와 함께 건강한 식단, 적절한 운동, 금연, 체중 감소를 통한 생활습관 조절의 총 7가지 요소를 말한다 (최근에는 수면을 추가한 'Life's Essential 8'을 발표하기도 했다.).

즉,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짠맛 (고혈압), 기름진 음식 (이상지질혈증), 단맛 (당뇨) 등 결국 '먹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먹고 사는 문제'라는 인간의 일생에서 '먹는 것'은 결국 '삶과 죽음'의 문제에 의학적으로 직접 관여한다는 것이다.

요즘 TV나 유투브의 많은 채널에서 '먹방'이 대세다. 과식 퍼포먼스를 넘어 심혈관 건강에 반하는 음식들이 자극적으로 노출되는 장면들이 넘쳐나고 있어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혹자는 스트레스 많고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면 인생에 무슨 '락 (樂)'이 있겠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다만,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한 방편으로 심혈관에 건강한 음식 섭취의 생활 방식은 의료 보건학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할 시급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 접근성과 최상의 치료 성적을 보여주는 의술과 의료진을 갖춘 국가이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국가 검진 등의 의료 시스템과 첨단 치료 기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수년 내 다가올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한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한 음식 생활 캠페인'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지, '플랜75' 영화에서의 대상자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 자체가 국가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이라는 시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전방위적인 음식 생활 습관 조절을 통해 '건강한 고령 사회'를 이루어 나간다는 중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의료의 핵심 어젠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고]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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