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매 약물치료, 조기에 시작해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제주한국병원 신경과 고근혁 과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2-21 10:20

아직 완치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치매도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관리 가능한 병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치매를 둘러싼 진단 및 치료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덕이다.

특히 다양한 약물,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하면, 환자의 좋은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여러 옵션 가운데서도 치매 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약물치료다. 치매 약물치료는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치매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아세틸콜린 분해요소 억제제 유형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이 있는데 , 이들 치료제는 조기부터 사용을 시작할수록 환자가 그 혜택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여 최대한 빨리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치매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치매 약물치료를 갑자기 중단하면 인지기능이 급격히 저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들과 지속한 환자들의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점수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도네페질을 통한 약물치료를 지속한 집단보다 중단한 집단의 MMSE 점수가 치료 중단 1년 후 1.9점 더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P<0.001) 약물치료 지속 집단의 인지기능이 더 잘 유지된 것이 확인됐다.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이 유지되면, 결과적으로 환자와 가족이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도네페질 치료를 중단한 경우와 지속한 경우의 1년 이내 요양기관 입소율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중단한 집단의 요양기관 입소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0·010). 

치매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유지이다.  조기부터의 꾸준한 약물치료는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환자의 좋은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시켜 환자가 가족의 품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게 현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매 치료 방법이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와 보호자 중 일부는 치매 약물치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아쉽다. 치매 조기부터의 지속적 약물치료가 치매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행복을 위한 길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향후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때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라도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의 기능을 가능한 유지시켜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기고| 제주한국병원 신경과 고근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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