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택의 권리와 책임

고용규 (주)동우들 대표이사 

메디파나 기자2023-05-18 06:00

언제부터가 우리 곁에 익숙하게 다가온 음식이 있다. 그것은 중국음식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짬짜면'이다. 두 개로 구분된 하나의 그릇이 다소 특이할 뿐, '짬짜면'의 요리법은 특별하지 않다.

왜냐하면 짜장면과 짬뽕이 하나의 그릇에 그냥 반반씩 나누어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짬짜면'은 단순히 변형된 음식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메뉴판을 보면서 짜장면과 짬뽕을 저울질한다. '짜장면을 먹을 것이냐? 아님 짬뽕을 먹을 것이냐?'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하는 자신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이렇게 결정장애(決定障碍)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짬짜면'이다. 그래서 '짬짜면'은 선택이라는 인간의 고뇌가 빚어낸 음식이자 철학적 산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는 20세기 현대철학의 거두(巨頭)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철학자이다. 그는 인생을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 C(choice, 선택)"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즉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인생의 본질을 명쾌하게 꿰뚫어보는 말이다. 실제로도 우리의 인생은 그러하다. 어느 누구도 한평생 선택의 고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일생동안 스스로 내린 선택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들의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르트르도 이 점을 분명히 지적하였다. 이처럼 선택이 인생의 기본전제라면, 선택의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의하면, "인간은 욕망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 욕망은 '에너지보전의 법칙'과 같이 형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은 채 무의식 속에 억압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의 문제와 갈등들이 분출된다." 그로인해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행동한다. 그 대표적인 행동양식이 바로 선택인 것이다. 즉 선택은 인간에게 자기 욕망충족의 중요한 방식이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욕망을 충족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늪처럼, 욕망은 채우려고 할수록 채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이런 것을 잘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욕망의 노예가 되기가 쉽다. 그 결과, 인간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서로 갈등하고 싸우면서 살생(殺生)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 인류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생존한다. 너와 나를 포괄한 '우리'가 존재할 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존속은 상호 존중과 이해, 그리고 배려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들 간의 권리가 서로 절제되어야 한다.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이런 연유로 선택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와 동시에 선택의 권리가 제한되어야 하는 것도 엄연히 마땅하다. 

또한 권리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선택의 권리가 있으면 반드시 선택의 책임도 저절로 동반된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그것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재발을 예방하는 길이다. 특히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가슴 속 깊이 꼭 간직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사회에서는 엄중한 선택의 시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사르트르-'

라는 말처럼 삶은 선택이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책임을 져야 한다.

[기고] 고용규 ㈜동우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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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3-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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