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골수성 백혈병, 가이드라인대로 치료할 수 있어야"

[인터뷰] 신촌세브란스병원 혈액암센터 정준원 교수
치료제 개발로 글로벌 가이드라인 빠른 변화…제한적 환경에 환자 실망도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2-10-11 06:08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국내 사망원인 1위 질병으로 꼽히는 암은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더해지고 있다. 

혈액암 중 하나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역시 최근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에 따라 환자들은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를 키워가고 있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신촌세브란스병원 혈액암센터 정준원 교수를 만나 AML이라는 질환에 대한 설명과 함께 향후 AML 환자의 치료에 있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4가지 유형의 AML, 세부 질환 치료제 늘어

정준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암은 크게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구분된다. 고형암은 말 그대로 굳은 덩어리를 형성하는 암으로 위암과 대장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등 대부분의 암이 여기에 속한다. 

혈액암은 혈액의 구성 성분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나 혈액을 만드는 골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계(림프구·림프절·림프관)에 생긴 암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백혈병, 악성림프종, 다발성골수종이 혈액암에 속한다. 백혈구가 암세포로 바뀌면 백혈병, 림프구가 암세포로 바뀌면 악성림프종,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면 다발골수종이라 부른다.

백혈병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되고, 백혈병 세포가 발생한 세포 종류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모구성으로 나뉜다. 이렇게 각각을 조합하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과립구, 적혈구, 혈소판 쪽에서 백혈병이 발생할 경우 이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이라고 한다.

혈액암의 국내 유병률은 암 환자 25만 명 중 1만3000~1만5000명 정도로 10%가 채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절반은 악성림프종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혈액암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AML이 두 번째로 많다.

AML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AML ▲골수 형성 이상을 동반한 AML ▲과거 암 치료 이력에 의해 발생하는 '치료 관련 AML' ▲앞서 언급된 세 가지 그룹에 속하지 않는 AML의 4가지로 다시 구분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유형의 AML이 있지만, 기본적인 치료법은 동일하다. AML은 분류에 상관 없이 모두 혈액과 골수 내 백혈병 세포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관해 유도 항암치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약제를 3일간 투여하고 시타라빈을 7일간 투여하기 때문에 '7+3 요법'으로 불린다.

이 같은 관해 유도 항암 치료는 지난 50년간 동일하게 진행됐으며, 세분화된 질환으로 분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세부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AML의 분류별로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그 가운데 암세포 특이적으로 침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된 복합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복합제는 혈액으로 투약하게 되면 타깃으로 하는 비이상적 형태를 가진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들어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더 좋다. 따라서 기존에 이상적인 형태를 가진 세포를 타깃하는 치료법에서 예후가 좋지 않았던 '골수형성 이상을 동반한 AML'과 '치료 관련 AML'의 치료 효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복합제는 아직까지 해외에서만 출시돼있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정준원 교수는 "골수 형성 이상을 동반한 AML은 기존 사용 약제나 7+3요법 약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투약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됐던 것"이라면서 "새로운 표적치료제를 추가하는 등 새로운 치료법도 있지만, 기존 약제를 더 잘 전달하도록 성상을 바꾸는 것도 새로운 치료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구로 NCCN 가이드라인 빠른 업데이트…국내 적용 '제한적' 한계도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AML을 치료하는 데 있어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가이드라인을 많이 활용하는 편으로, NCCN 가이드라인은 자주 변경되는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연구를 근거로 신뢰성을 입증해 효과적인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이를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임상연구 등이 굉장히 많이 진행되고 있어 이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이 더욱 자주 변경되는 추세다.

AML은 다른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며, 따라서 고령 환자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AML의 치료는 5~6개월에 걸쳐 반복적인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데,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반면 치료 성적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 환자들은 치료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때마다 이를 따라갈 필요가 있고, AML과 관련해 새로운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약물들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급여 기준 아래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가이드라인에 나와있는 부분을 실제 치료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정 교수는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용하라고 돼있는데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어떻게 치료받아야 하는지 인터넷 등을 통해 알고 있는 환자도 많은데 필요한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100% 본인부담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AML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에게도 "치료 가이드라인이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치료에 잘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과 치료제를 선택해 제공하고,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격려 및 상담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정 교수는 향후 AML 치료제 개발에 있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백혈병 치료는 대부분 고용량 항암제와 면역 억제제를 투여해 환자의 병든 골수와 백혈병 세포를 제거하고, 조혈모세포를 주입해 건강한 혈액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기 전에 항암치료를 통해 관해율을 올릴 수 있어야 하고, 많은 환자들이 그 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식을 시행할 수 없는 아주 고령환자들을 위해 치료의 부담감을 줄이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돼야 하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향후 AML 치료제 개발의 목표이자 큰 방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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