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신경차단술, 저항성고혈압 환자에게 분명한 치료 옵션 될 것"

[인터뷰]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편욱범 교수 
국내  최초 개발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 '디넥스' 임상연구 수행
"시술 간편하고 부작용도 경미…고혈압 치료에 확실한 무기 될 것" 
"고혈압은 심혈관계 질환의 근원…국민 모두 수시로 혈압 체크 해달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2-11-22 06:05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을 통한 고혈압 치료가 약물요법 중심 고혈압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신장신경차단술이란 카테터를 신장 동맥에 삽입해 신장 동맥 주변의 신경다발을 고주파로 절제해 혈압을 낮춘다.  

신장신경차단술을 통한 고혈압 치료는 안전하고 혈압 강하 효과가 우수하며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메드트로닉이나 애보트, 리코르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의료기기들은 신장신경차단술을 이용한 고혈압 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독의 관계사인 칼로스메디칼이 국내 최초로 신장신경차단술을 이용한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 '디넥스'를 개발하고 있다. 

디넥스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16명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임상시험에서 진료실 수축기 혈압이 24.4mmHG 감소되는 등 임상적으로 유의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였다. 

현재 국내 확증적 임상시험이 서울성모병원 등을 비롯한 30개 기관에서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148명의 환자 모집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지난 6월부터는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의 총 20개 기관에서 디넥스의 탐색적 임상을 위한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오는 2023년까지 회사는 총 100명의 환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에 국내에서 현재 디넥스 관련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편욱범 교수(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사진)에게 신장신경차단술의 이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조교수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대서울병원 병원장(2019~2022년) 등을 역임했다. 

또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고혈압학회 26~27대 이사장을 역임한 국내 심혈관질환 관련 석학이다.   

다음은 편욱범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국내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제일 큰 원인은 고령화다. 젊은 사람들의 고혈압 유병률은 20~30%대에 머물지만, 고령층은 70~80%대에 육박한다. 또 급속한 도시화에 의한 운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Q. 신장신경차단술 확증임상을 수행 중이다. 신장신경차단술 같은 경우 어떤 환자들에게 시술이 되는가.  

- 고혈압 환자의 10~15% 정도는 약을 써도 혈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저항성 고혈압이라 부르는데 그 원인은 다양하다. 국내 고혈압 환자가 1,000만 명이니까 약 100만 명이 저항성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이 환자들을 조절이 안 된 채로 내버려 두면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자칫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신장신경차단술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Q. 그렇다면 신장신경차단술이 혈압약을 대체할 수 있나?

-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술이 고가인 데다 혈압약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충분히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혈압약을 생각보다 잘 안 먹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증상이 없다 보니까 복약 순응도가 낮다.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시라"고 의료진이 교육도 하지만, 교육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은 저항성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Q. 신장신경차단술 자체의 부작용은 없나?

- 이 시술이 본격적으로 나온 게 약 15년, 20년 정도 됐다. 그간 나온 연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안전하고 임상에 적용할만하다는 게 결론을 내렸다. 

다만 시술 시 카테터가 삽입되는 허벅지 동맥 주변에 멍이 드는 정도의 경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심각한 합병증이 없었기 때문에 15년, 20년에 걸쳐서 연구가 지속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시술 시간도 준비하는 게 오래 걸려서 그렇지 실제 시술은 10분~15분으로 간단하다.  

Q. 신경차단술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이렇게 비유할 수 있겠다. 전쟁에 나가는데 소총 하나만 가지고 와서 싸우라 하는 것보다 소총도 주고, 수류탄도 주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더 높지 않겠나. 

즉, 의사 입장에는 한 가지 새로운 무기가 더 추가되는 셈이다. 

또 혈압 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의 경우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신장신경차단술 임상시험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우리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유효성이 확인된다면 상당히 좋은 툴이 될 것이다. 
편욱범 이대서울병원 교수가 신장신경차단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고혈압 예방이나 관리에 대해 국민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고혈압은 진단도 쉽고 치료도 쉽다. 하지만 심장혈관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다. 그럼에도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절반이 채 안 된다. 

그 이유는 본인이 고혈압인지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실제 고혈압 환자의 30%는 자기가 고혈압인지 아예 인지를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집에 혈압계를 구비 해 두고, 수시로 혈압을 잴 것을 권한다. 다들 집에 체온계는 두는데 혈압계는 안 둔다. 체온이 높은지 아닌지는 내가 체온을 재지 않아도 손으로 만지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혈압은 200이 넘어도 손으로 만져서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전문의로서 "체온계보다는 혈압계를 구입해서 꾸준히 혈압을 재시라"고 말하고 싶다.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들의 조절률은 70%에서 80%가 나온다.

그동안 학회에서 고혈압 인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했다. 올해는 국회에 가서 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 매체들이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내년에는 ‘혈압 측정의 달(MM, May Measurement Month, 매년 5월)’ 캠페인 추진에 있어 대중매체를 더 이용하려 한다.

고혈압 인지율을 5%만 올려도 연간 수천,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Q.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은.

- 의학은 어떻게든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목숨을 살리려는 시도를 지금도 하고 있다. 의사들을 더 믿고 신뢰해달라. 

의사가 약을 먹으라고 그랬음에도, 옆집 아주머니가 "젊은 사람이 왜 약을 먹어"하면 또 마음이 바뀐다. 99명이 약을 먹으라 해도 한 명이 먹지 말라고 하면 그 한 명 말을 믿게 된다. 사실 사람 심리가 그렇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오래 살고 의사 따라 하면 일찍 죽는다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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