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준법투쟁' 선언했지만…병원 현장은 "글쎄"

병원 전문의들 "아직 반응 없어…노조 있는 대학병원은 지켜봐야"
"간협도 의협도 PA 해결 아닌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 지적도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5-18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간호계가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며 준법투쟁 전개를 선언했다. PA로 대표되는 병원 간호사들이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1만 명 수준으로 추산되는 PA가 전면 참여할 경우 의료 대란이 우려되나, 첫날 일선 현장에선 혼란을 체감하진 못하는 분위기다.

정작 PA가 원하는 것은 업무 범위 명확화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점에서, 대학병원 현장과 동떨어진 간호법을 빌미로 현장 PA 간호사를 투쟁에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PA 문제를 묵혀둔 채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에 대한 지적도 함께다.

17일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거부권에 반발하며 단체행동 방향을 발표했다.

단체행동 방안에는 대국민 홍보를 시작으로 준법투쟁, 면허증 반납운동, 연차 사용 규탄대회, 총선기획단, 간호관리자 준법투쟁 선언을 통한 간호법 재추진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의료현장 영향이 가장 큰 부분은 준법투쟁이다. 진료지원간호사(PA)란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 등이 대신하는 것으로, 면허범위를 벗어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전국 1만 명 규모가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간협은 불법진료와 함께 임상병리사 등 타 보건의료직능 면허 업무에 대한 의사 업무지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간협 준법투쟁 선언에도 아직 현장은 잠잠한 분위기다.

수도권 종합병원 소속 신경외과 A 전문의는 간호협회 선언과 달리 현장에서 PA 간호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A 전문의는 "협회 차원에서 하는 얘기지, 현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의사도 그렇지만 간호사도 대학병원, 종합병원, 의원급 등 근무지별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어 단체행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장 차이가 크다 보니 하나로 통합한 법을 만들기도 어렵고, 그렇다 보니 단체행동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적절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합리적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너무 직역간 싸움처럼 돼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속 마취과 B 전문의도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B 전문의는 "주변 간호사 선생님들은 간호법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서 "사실 PA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은 하는 일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명확히 해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방 종합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C 전문의도 원내 준법투쟁 가능성을 낮게 봤다.

C 전문의는 "우리 병원은 간호사 선생님 처우가 좋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면접 경쟁률이 20대 1을 넘어서기도 한다"며 "사실 준법투쟁이라고 해도 업무거부에 따라 권고사직 수순이 이뤄질텐데, 백업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어 큰 혼란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분 종합병원이나 로컬, 의원급 소속 간호사들은 참여율이 낮을 것으로 봤지만, 대학병원 소속 간호사의 경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학병원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대학병원급은 대부분 노조가 형성돼 있어 상급 간호사가 협회 방침을 따르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속 내과 D 전문의는 간호협회가 PA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간호법을 목적으로 준법투쟁에 내모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D 전문의는 "개인적으로는 PA 문제도 어렵지만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묵혀두기만 하면서 합법도 불법도 아닌 채로 현장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간호협회 대응은 안타깝다"며 "PA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직역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닌 간호법을 빌미로 PA 간호사를 볼모로 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의료현장 이해당사자지만 이 같은 문제를 묵혀둔 채 대책 마련이나 논의에 나서지 않는 의사협회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주도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의사협회도 마찬가지"라며 "간호협회도 의사협회도 의료 현장을 위한 논의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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