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음 먹으면 전국 대형병원 문 닫는다… 불법 PA 해법은?

합법화 전 PA 만든 '저수가·전달체계' 의료 제도 개선부터
공공의료 부족·의대정원 확대 대안 '공공의사면허' 제시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3-20 06:04

바른의료연구소 정재현 기획조정실장, 조병욱 연구위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 공공연한 비밀인 진료보조인력(PA) 합법화 논의 전에 PA가 등장한 제도적 문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법임에도 만연할 정도의 현실이니 합법화부터 추진한다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그럼에도 필요성이 여전하다면 합법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바른의료연구소가 주최한 'PA합법화와 의대증원 올바른 방향과 대책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바른의료연구소 정재현 기획조정실장은 PA 논란에 대해 이 같은 시각을 제기했다.

PA는 의사 업무 가운데 일부를 간호사 등이 대신하는 것으로,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법 위반 행위다. 지난 2021년 정부 용역으로 진행된 '진료인력 실태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 1만 명 수준 PA가 면허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행되는 불법 의료행위 종류로는 처방과 진단서 작성부터 수술동의서 설명, 수술부위 봉합과 매듭부터 침습적 검사, 초음파 검사, 전신마취 시 기관 삽관 및 발관, 설명 등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되며, 환자를 기망하는 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환자는 의사에 의해 의료행위가 시행될 것으로 알고 비용을 지불하지만, PA는 불법인 만큼 수가가 없다는 점에서 허위 부당청구에도 해당된다. 허위 부당청구는 규모에 따라 과징금부터 업무정지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정 기획조정실장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업무정지가 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가 수련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면서 의료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도 발생한다. 음성적이지만 공공연히 행해지다 보니 교수나 지도전문의는 새로 온 전공의보다 장기간 손발을 맞춰온 PA와의 업무를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PA는 필수의료 문제와도 연결된다. 기형적 저수가 체계와 형사처벌 부담 증가로 인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사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부 업무를 대신할 PA를 고용하는 형태는 필수의료 투자를 저하시켜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병원계 책임론도 제기된다. 병원이 의료인력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인 만큼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 특히 기형적 저수가로 인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정당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PA로 대체하고만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법으로 대한의학회에서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를 활용, 일정 부분 교육과 업무능력을 확인 후 확장된 업무를 부여하고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는 '진료보조사' 제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반대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사 증원과 필수 보건의료인력 확보를 대안으로 꼽는다.

정 기획조정실장은 ▲실효성 있는 필수의료 대책 ▲병원급 의료기관 전문의 고용 확대 ▲상급종합병원 진료 기능 축소 및 연구·교육 중심 전환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특히 이를 가능하게 하는 OECD 평균 이상 수준의 수가 현실화는 대전제로 제시했다.

PA가 역할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합법화를 서두르는 것보다 PA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풀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의사 공급과 관계 없이 단순한 업무에 대해서는 PA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수가 현실화나 제도적 해결을 위한 노력 전에 합법화부터 시키자는 논리는 순서가 맞지 않다"면서 "이 같은 노력 이후에도 필요성이 여전한 부분이 있다면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의대정원 문제와도 연결된다. 의료계와 달리 보건의료노조 등은 의사 수 부족을 PA 원인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공공의료 부족에 대한 해법으로도 의대정원 확대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 조병욱 연구위원은 의사 수가 적은 것과 부족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적은 것은 맞지만, 의학발달과 의료서비스 제공, 국민 기대수명, 예방 가능한 사망률 등 다양한 지표는 OECD 평균보다 나은 점을 고려한다면 부족하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것.

특히 의대정원 확대 주장은 인원이 늘면서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공공의료의 부족한 곳을 메우는 낙수효과를 기대하지만,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인 만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 연구위원은 공공의사면허 신설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인력을 위한 의료면허를 만들어 국립·시립병원이나 적십자병원 등 공공보건의료법에 명시된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교육은 기존 의대에 위탁교육 방식으로 진행하며, ROTC처럼 방학 기간에 공공의료를 위한 추가교육 예과 과정을 수료한 뒤 본과 위탁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정부나 시민단체, 일부 정당은 공공의대 신설이나 의대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의사단체는 사실상 무대응이나 거부 의사만 밝혔을 뿐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완벽히 막지 못한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필요해 대안 차원에서 고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의사면허는 의학과 보건행정, 공공의료까지 포함한 공무원을 새로 뽑는 개념"이라며 "민간의료 인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안정적 인력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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