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다는 소청과·산부인과‥의원급 개·폐업 현황 살펴보니

개원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까지 발생‥전공의·전문의 숫자 감소 심각
위기 극복할 파격적인 보상 없으면 현 상황 지속‥"소극적인 대안은 무쓸모"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07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진료를 할 의사가 없어 위기라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현실은 의원급 개·폐업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활용해 의원 기관수를 검색해 본 결과, ▲2018년 신규 1,959 - 폐업 1,179 ▲2019년 신규 1,819 - 폐업 1,046 ▲2020년 신규 1,773 - 폐업 1,149 ▲2021년 신규 1,856 - 폐업 1,059 ▲2022년 신규 2,078 - 폐업 1,032으로 나타났다.

의원 표시과목별로 살펴보면, 소아청소년과는 ▲2018년 신규 122 - 폐업 121  ▲2019년 신규 114 - 폐업 98 ▲2020년 신규 103 - 폐업 154 ▲2021년 신규 93 - 폐업 120 ▲2022년 신규 87 - 폐업 57이다.

소청과의 경우 2020년과 2021년이 개원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산부인과는 ▲2018년 신규 45 - 폐업 53 ▲2019년 신규 49 - 폐업 46 ▲2020년 신규 34 - 폐업 41 ▲2021년 신규 55 - 폐업 40 ▲2022년 신규 60 - 폐업 46이었다.

산부인과는 2018년과 2020년에 개원보다 폐업이 많았다.
 

소청과와 산부인과 의사 단체는 꾸준히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한 수가 제도를 지적해 왔다.

이 때문에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의대생들은 전공의 선택에서도 소청과와 산부인과를 제외하기 시작했다.

2019년만 해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6명 중 185명(89.8%)이었다. 2020년에도 205명 중 146명이 지원하며 71.2%를 기록했다.

그런데 2021년 소청과 전공의 확보는 38.2%, 2022년에는 28.1%로 폭락했다. 2023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25.4%를 기록하며 더 최악으로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산부인과는 전공의 충원율이 2017년 97.8%에서 2022년 68.9%로 줄었다. 산부인과의 경우 이탈률이 많아 전문의 수도 2000년 253명에서 2023년 10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소청과와 산부인과를 살리려면 '적정 수가'가 급선무라고 꼽았다. 미약하고 부족한 정책이 아니라 '확실'하고 '강력한' 수가 인상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실제로 전공의·전문의 기피 현상은 근본적으로 저수가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의원급 수가 가산, 고난도·고위험 응급수술 등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과목과 야간·휴일에 적정 보상은 이전부터 계속된 제안이기도 하다.

소아 진료는 노동집약적 특성을 갖고 있다. 학회는 소아의료체계 개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수가 인상 강도의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는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비정상적인 낮은 보상, 그리고 저수가는 대량 진료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 유래없는 초저출산과 코로나 팬데믹은 진료량을 격감시켰고 지역 거점 1차 진료체계를 급속히 붕괴시켰다"며 "불충분한 보상 수가의 정상화는 인력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과 열악한 근무 조건도 산부인과 의료 인력과 분만 의료기관 감소를 이끌었다.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는 응급상황 대처를 어렵게 하고 분만취약지 증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

이에 산부인과학회는 안전한 분만을 위한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를 제안했다. 임산부 1인당 30만 원 보험금을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지원하고, 모성 사망 시 1억, 임신 34주 이후 신생아 뇌성마비 시 3억 원의 보상금 지급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전체 시군 지역의 시설, 인력 기준을 갖춘 분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는 지역 수가를 신설해 추가 지급하고, 의료 사고 예방 등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정책수가 신설도 제안됐다. 분만 담당 의사의 성과급 지급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홍순철 교수(고려대학교)는 "분만의 특성상 응급환자와 같이 1년 365일 24시간 임산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국가적 보상 및 낮은 수가로 인해 더이상 분만 의료기관 유지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청과와 산부인과의 심각한 현실이 모든 미디어를 잠식한 가운데, 개선보다는 어려운 상황만 조명돼 과연 의대생들이 지원을 할지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검색만 해도 소청과와 산부인과의 암울한 상황은 무더기로 나온다. 이를 보고 과연 의대생들이 지원을 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파격적인 조건이나 대안이 아니라면 위기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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