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들의 희망퇴직 프로그램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2-09-29 06:03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몇 해 전 영화 <인 디 에어>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은 호텔과 비행기를 집삼아 1년 내내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닌다. 

그 만큼 그를 찾는 이가 많아서다.

그의 직업은 직원들을 직접 해고하기 꺼리는 고용주들을 대신해 해고를 통보해주는 ‘해고 전문가’다. 

“고용시장이 유연하기로 유명한 미국조차 전문가를 쓸 정도로 인사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닌 일이구나”라는 점을 당시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이 영화를 떠올릴 만한 사건이 최근 제약업계에서도 발생했다. 국내 주요 다국적 제약 한국법인들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이다. 실시 기업은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한국 GSK 등이다.

자세히 묻진 않았지만, 이 회사들도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을 거라 사료된다. 

희망퇴직을 실시한 기업들은 주로 사업 조직 개편 차원이라 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대면 영업의 강화, 글로벌 차원에서의 인원 감축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해당 기업들은 “모든 절차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고, 직원 개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물론 희망퇴직은 해고와 엄연히 다르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해고와 달리 희망퇴직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희망퇴직을 ‘옳다, 그르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하면 노동 수요 역시 변하기 마련이다. 

유튜브로 미디어 소비자들이 넘어가면서 TV광고 시장이 쪼그라든 것처럼, 은행 업무가 휴대폰 안으로 들어오며 은행지점이 사라지는 것처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몇 %의 감원이란 숫자로 치부할 게 아닌 퇴직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삶이 변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제약바이오노조가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노조 측은 이번 희망퇴직을 두고 “한국화이자제약은 희망퇴직이 공지되기 전 영업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조직도 변경을 이유로 서류 및 면접전형을 진행했고, 여기에 선발되지 못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사실상의 강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GSK는 ‘회사는 경영상 부득이한 사정(하도급, 용역, 외주 전환 포함)으로 감원하고자 할 때는 조합과 합의한다’라는 내용이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노동조합과 어떠한 합의 과정도 없이 희망퇴직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며 “이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또 한편으론 본사의 글로벌 방침이라지만,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만 더 넓혔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국내 고용 시장이 예전보다 많이 유연해졌다지만, 서구권에 비해 많이 경직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퇴직 대상이 되는 ‘중간 이상의 연차’의 경우 재취업은 사실상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는 세계화를 상징하는 ‘렉서스’와 지역과 전통 문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가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지화(Localization)'를 위해서는 지역 전통적 가치관과 자본, 생산성 사이에서 그 무언가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창출이겠지만, 인적자원의 처우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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