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새해에는 '만성질환'에 대한 역차별 오해가 사라지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26 06:03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최근 5년간 약제 급여 현황을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증질환 치료제의 급여 적정성 평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급여평가가 진행된 항암제 및 희귀난치질환 치료제는 총 62개 제품(127개 품목)이었다.

이 가운데 47개 제품(98개 품목)이 급여 등재됐다.

제약사 신청일로부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결과 통보일까지 소요시간도 규정해 놓은 150일을 지켰다. 항암제가 평균 106.5일, 희귀난치질환 치료제는 103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암 및 희귀질환 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만성질환'에 있어서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도입된 초고가 신약들이 빠르게 급여에 성공한 반면, 오랜 시간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만성질환 약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당뇨병 치료제가 그렇다. 2020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별로 묶여 있던 당뇨병 치료제 간 병용요법 허가사항을 효능·효과별로 단순 변경했다.

이를 기반으로 병용요법의 급여 확대가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만성질환 치료제의 급여 소외 배경에는 새롭게 개발되는 신약이 적은 이유도 있다.

식약처의 신약 허가 동향을 살펴보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비중은 높지만 이에 비해 만성질환 품목 허가 수는 적었다.

지난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28개 신약 중 8개 제품이 항악성종양제 또는 희귀질환 치료제였다. 만성질환 치료제는 편두통, 아토피 피부염, 만성 심부전 등 4개 제품으로 보고됐다.

최근 12년간 누적 허가 현황에서도 항악제가 91품목으로 가장 많았고, 순환계 약물은 34품목이었다.

이런 와중에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의 사망률과 질환조절률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청의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2021)에 의하면, 국내 사망 원인 상위 10개 중 암질환을 제외한 7개가 만성질환이었다.

그 중 의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였다.

심뇌혈관질환 중 가장 큰 폭의 사망률 증가를 보인 질환은 '심부전'이었다. 심부전 사망률은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15.9명으로 2011년 대비 82.8% 늘어났다.

모든 만성질환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부전의 경우 악화가 반복되며 진행되는 만성질환이다. 그리고 사망률이 암에 못지 않을 만큼 높으며 치료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질환이다.

심부전 환자가 퇴원을 해도 30일 내 재입원율은 56%, 2년 내 사망률은 22.5%에 이른다.

이러한 심부전은 약물 치료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꾸준한 치료제 복용과 관리는 사망 및 입원을 예방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막는다.

국회와 보건복지부에서도 심부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과 대책 마련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최근 5년간(2017-2021) 심부전 진료인원 28.2%, 총진료비 62.2%가 증가한 자료를 토대로, 강선우 의원은 환자 개인은 물론 의료 재정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2022년도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국가 차원의 심부전 지원 방안 마련을 언급하며, 적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급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바이엘 코리아의 '베르쿠보(베리시구앗)'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입원 빈도는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입원은 심부전 환자의 사망 위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입원 빈도와 생존 기간은 반비례한다. 첫 번째 입원 경험 심부전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6년, 두 번째 입원 경험 환자는 1.8년, 세 번째 입원 환자의 경우 1.5년으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 점에서 베르쿠보는 이미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악화를 경험한 심부전 환자들이 사용하는 2차 치료제다. 베르쿠보는 고위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사망 및 입원 위험을 감소시켰다.

베르쿠보는 이전 치료제들과는 다르게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0sGC)를 촉진하는 기전이다. VICTORIA 연구를 통해 고위험 환자(NT-pro BNP 중앙값 2,816 pg/mL)의 심혈관질환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의 위험의 연간 절대 위험(absolute risk)을 4.2% 감소시켰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올해 개정된 심부전 진료지침에 베르쿠보를 표준요법으로 신규 등재시키기도 했다.

의사들은 만성질환 급여에 대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같은 치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 새해에는 보다 많은 만성질환 약제 급여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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