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한의사 초음파 판결 '계란으로 바위치기' 필요한 이유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1-09 11:3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새해부터 태풍의 눈 한가운데 섰다. 의료계를 둘러싼 각종 현안이 격화하고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가장 큰 현안은 한의계와 갈등이다. 지난달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 1심과 2심을 뒤집은 판결인 만큼 의료계는 예측 불가 상태에서 판결을 맞이했다.

여기에 한의계는 '다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사용된 근거를 동력삼아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꾀하는 모양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판결 이후 성명에 이어 신년사, 시무식 등에서 2023년을 현대 진단기기 사용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 대응에는 아직까지 아쉬움이 남는다.

원심이 뒤집힌 판결이더라도 의료계 현안 대응 책임은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응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는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박성민 대의원회 의장 모두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박 의장은 "이번 판결에 집행부가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고 생각하지만, 대표자로서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반성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반성과 함께 냉철한 판단력으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 반드시 허점과 비합리적 문제, 법률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것이며, 이런 틈새 공략을 통해 반드시 판결을 뒤집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는 이를 위한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 직전 1시간 남짓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진행했으나, 대응 주체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회견이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료계 인사는 "대응 주체를 따로 조직해 키울지, 한방대책특별위원회로 갈지 등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사실상 의료계 대표자들이 모여 대법원 판결을 규탄했다는 정도의 의미만 남았다. 기자회견 내용은 기존에 의료계가 지적해온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

의료계는 그동안 이필수 의사협회장 삭발과 단체별 릴레이 성명 배포, 서울시의사회 규탄대회 등을 통해 판결 부당성에 대한 홍보는 지속해왔다. 이제는 판결을 뒤집기 위한 '틈새' 공략에도 주력할 때다.

대법원 판결을 되돌리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시각이 많다. 바위가 갈라지면 성과가 되고, 계란 흔적만 남으면 아쉬움이 된다. 그러나 바위에 계란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대표 단체로서는 책임을 다한 것이다.

또한 의료계로서는 이번 판결은 물론 한의계 현대 진단기기 사용 확대 움직임에 대한 사전준비 병행도 숙제다.

현안 대응을 최우선으로 둔 의료계 한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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