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승산이 없어요"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1-12 06:01

최근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공통된 말이 있다.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요양급여가  결정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지난하다는 것이다. 

혁신 의료기기를 시장에 출시한 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를테면 의료 AI 영상 기업과 전자약,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기업들이다.

A기업은 AI(의료·산업)관련 특허 100여개를 보유한 딥테크 기업이다. 이 기업은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 받은 의료기기만 해도 20개나 될 정도다. 

그럼에도 A기업은 보안·교육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의료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B기업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중 가장 많은 혁신 의료기기(4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급에는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나마 지난해 8월 이 회사 제품 중 하나가 국내 진단S/W 첫 사례로 요양급여 결정을 받으면서 판로 개척에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서다.

C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자약을 만드는 이 기업은 대조 임상시험에서 기존 전문약 보다 더욱 우수한 관해율을 나타내며, 샛별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를 받기 전까지 이 기업은 국내 매출은 그간 지지부진해왔다. 그러는 동안 개발 총괄을 맡은 의사 출신 임원도 개발자들도 속속 회사를 떠나 냉가슴을 앓아야했다. 

이들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국내에서는 수가 인정을 받기가 힘들어 승산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의료기기 산업은 분명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라 말하지만, 그 대접은 매우 박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신 의료기기 중 최소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1년간 유예하고, 의료현장에서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시적으로나마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신의료기술 활용과 의료기기 시장' 보고서를 발간하며, "신의료기술에 사용된 의료기기는 요양급여가 결정되기까지 861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는 법정소요 기간인 100일보다 8.5배 소요되는 기간이다.  

이처럼 업계가 느끼는 유예 제도의 문턱은 높다. 기존기술과 비교한 임상문헌이 있는 경우와 대상 질환, 적응증 등 사용목적이 특정된 경우에 한해 유예 대상을 선정하는데, 의료 인공지능 등은 기존 기술로 분류돼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3년 업무계획에서 의료기기와 의료기술 분야에 '선진입·후평가'를 추진하는 규제혁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확대 제도를 유지하면서, 주요국 인허가·규제강화 및 자국 보호조치 등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기업이 신의료기술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혁신 의지를 기대해 본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