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20년 만의 콩팥병 신약, 희망이라고 말하는 환자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2-23 05:58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요즘은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니 기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제2형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 치료제'에 대한 문의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 

그동안 신장질환에 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뚜렷한 치료 성과를 보인 치료제는 없었다.

그런데 20여 년 만에 제2형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 신약이 등장했다.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하는 간접적인 기전이 아닌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케렌디아'는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를 넘겨도 아직 보험 급여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유독 희귀질환과 항암제들이 집중 조명을 받았던 탓에, 신장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자료에 의하면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2017년 20만6,061명에서 2021년 28만2,169명으로 36.9%나 증가했다. 특히 80대에서는 무려 82.8%나 급증했다.

동시에 국내에서 말기 신부전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당뇨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 국내 말기 신부전의 원인 질환 중 약 50%는 당뇨병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신부전 원인 질환 중 고혈압이 2위이지만, 당뇨병은 이보다 약 2배 이상 높다.

이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증가 속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1위다.

만성 신장질환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신대체 요법인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주 3일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복막투석은 매일 집에서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그만큼 비용 부담도 상당히 커진다. 투석 환자 연평균 진료비는 3,000만원 이상. 국가 차원에서도 말기 신부전 환자의 의료비용이 전체 국가 의료비용의 3.2%~4.1%를 차지한다.

더욱이 단일 질환 중 의료비 지출이 가장 높은 1위가 암이 아닌 말기 신장질환이다.

따라서 신장질환은 진단 시부터 빠르게 개입해 악화되는 것을 막고, 투석이나 이식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 과정에 개입하고 싶어도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다.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물로는 고혈압 치료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II수용체 차단제(ARB)와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대부분 고혈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쓰이다가 나중에 신장 보호 효과가 확인된 케이스다. 

결국 이 약들은 간접적인 기전으로 신장질환을 치료함을 의미한다. 이마저도 빈뇨, 생식기 감염 등의 불편으로 고령층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렌디아의 등장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에겐 희망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투석이나 이식을 고려하는 단계까지 질환이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케렌디아는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1차 복합 평가 변수인 말기 신부전, 추정 사구체 여과율의 40% 이상 지속적 감소, 콩팥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18% 유의하게 줄였다. 심혈관 관련 2차 평가 변수도 위약 대비 좋은 결과를 보였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는 이미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에 신장 및 심혈관계 혜택을 근거로 케렌디아가 권고되고 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대한신장학회 역시 국내 당뇨병성 신장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3 당뇨병 진료지침 개정에 케렌디아를 반영한다고 예고했다. 이는 케렌디아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투영됐다고 보여진다.

케렌디아가 국내 허가를 받은 지 10개월이 돼 가고 있다.

환자와 전문의를 포함한 현장의 기대감은 크지만 아직 정부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환자들이 애가 타 기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뇨병 환자가 이미 600만 명을 돌파했고,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이 가운데 50%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주 2-3회 투석, 이후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약이 없을 때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치료제가 있다. 환자도, 그런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들도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

환자들이 기자에게 또 다시 문의를 했을 때, 부디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답변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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