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의사들이 호소해야 하는 국내 '소아암' 치료 현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24 06:00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소아암을 치료해도 모자랄 시간에 의사들이 직접 나서 글을 쓰고, 토론회장에 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소아암 치료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었다.

의사들은 전국에 분포하는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 수를 공개했다. 전국에 고작 69명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의 평균 연령은 50세. 이 중에서 50% 가량은 10년 내 은퇴 예정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방 지역은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최근에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국내 소아암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소아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하나같이 '전문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인력이 충원될 것이란 기대도 갖기 힘들다. 올해 소청과 전공의 정원 충족율은 25%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남은 소아암 진료 의사가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36시간 연속 근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전공의 대신 당직을 서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없다 보니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도 줄어들고 있다. 소아응급실도 점차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안전한 소아청소년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국내 소아청소년암 완치율 및 생존율은 점차 낮아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호소에 정부는 뒤늦게 소아암 거점병원 육성 등 응급대책을 내놓고 수가 체계 혁신을 통해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몇 명 남지 않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더이상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속도감있고 확실한 대책을 요청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는 수도권-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소아암 진료와 관련된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소아암 전문의 인력난이 초래되고 있다.

소아암 환자들은 집중치료와 이에 따르는 각종 부작용 치료를 위해 다른 질환보다 의사와 간호인력 등 의료인력 서비스가 더 많이 필요하다.

소아암 환자들은 채혈, 정맥주사, 골수검사 등 각종 시술을 할 때 동시에 여러 명의 의료진들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진료 각 과정마다 환자와 보호자 두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명과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타 분과보다 노동집약적 진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동집약적 의료 서비스들은 급여 목록에 명시된 수술/시술,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일본의 경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각 현의 현립 어린이병원과 거점소아암병원에 1년에 200~300억여 원의 운영비를 정부와 각 현에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각 현립병원에서는 환자 수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최선의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춰 최선의 환자 진료를 실시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벗어나 지역별·기관별로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에는 소아암관리법 자체가 없다. 소아암 등 중증질환체계를 국가 필수의료체계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제정이 요구된다.

소아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직접 언론에 호소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사명감으로 직접 목소리를 낸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벼랑 끝에 놓인 소아암 치료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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