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역할·예산 고려할 때 더 커져야 한다"

[인터뷰] 지영미 질병관리청 청장
질병관리청 예산 규모 상당…국정과제 이례적 단독 주관 맡아
"코로나 사태 중 승격, 한 발 늦어…안정적 역량 확대 필요"
권역별센터·글로벌화 통한 성장 기대…청 맞는 조직혁신 병행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5-08 06:01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미래 신종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한 대응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 역량과 역할을 확대하고 나아가 '처'로 한 단계 승격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영미 청장은 3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대응 중장기 계획'과 관련,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과 향후 개선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사진=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지영미 청장은 "질병관리청 예산 규모가 상당하다. 새 정부 국정과제 중 2번은 질병관리청 주관 과제다. 그만큼 이번 정부에서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주관기관인 만큼 위상을 높여줘야 한다. 때문에 대놓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역할과 예산 규모를 고려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키워야 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에서 처음으로 독립 외청이 됐지만 아직도 복지부하고 인력운영 등을 같이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기관이 신생 청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더 기관이 커야 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과정에서 뒤늦게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강조했다.

지영미 청장은 "2010년에 오송으로 올 때 질병청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말이 있었고, 2015년에 메르스를 겪은 후에도 질병청으로 될 줄 알았지만 결국 기회를 놓쳤다"며 "코로나19 사태 중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지만, 많이 늦은 셈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저 청으로서 승격된 후에 독립적인 운영을 하면서 역량을 더 키워놨어야 됐는데, 코로나19 와중에 질병관리청으로 되다보니 당시에 임시 조직인 방대본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청으로 정착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신종 감염병 사태에 직면하고 나서야 또다시 처로 승격하는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역량 확대를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미리 처로 승격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 위치에서 역할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 일환으로 5개 권역별 센터 역할 확대, 질병관리청 입지 세계화 등 2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지영미 청장은 "중요한 것은 2020년 9월에 청으로 만들어지면서 5개 권역별 센터가 만들어졌는데, 이 센터들은 지방청 역할을 하게 되는 초석"이라면서 "권역별 센터를 잘 정착시키고 역할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국제 업무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한국이 G10 위상에 맞는 국가로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 우리 조직 구성원이 각자 더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실제로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영미 청장에 따르면, 미국 CDC는 구성원 중 상당수가 전 세계에 위치한 WHO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을 만큼 상당한 전문가들로 평가된다. 이런 인력들이 많이 모여야만 글로벌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청장 생각이다.

지영미 청장은 "미국 CDC처럼은 안되겠지만, 일부 해외 국가처럼 우리도 방역관 개념으로 아시아권에 오피스를 만들어서 아시아권 전체를 같이 살펴보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며 "올해에 질병청 내는 아니지만 글로벌 헬스 시큐리티 오피스를 만드는 것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것처럼 글로벌 헬스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역할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청은 산림청과 2020년 9월 출범한 '새내기' 청이니만큼, 산림청을 '멘토'로 삼고 조직 혁신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에도 지영미 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산림청으로부터 조직문화 개선 우수사례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지영미 청장은 "산림청이 청 중에서는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직인데, 산림청으로부터 직접 업무, 조직 혁신 등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며 "질병관리청도 이제 청으로서 어떤 식으로 혁신을 해야 될지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향후 정책 방향도 제시됐다. 현재로선 WHO 결정과 무관하게 국내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영미 청장은 "국가마다 편차가 많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은 해제를 선언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리해야 되는 시점이 됐다고 생각을 한다. 혹시 WHO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안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 나름대로 위기 단계를 낮추는 조치를 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중대본 회의, 부처 협의, 전문가 협의 등 논의 과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의료체계에 관련해서는 "감염병 분야 의료 역량도 질병관리청이 관리해야 되지만, 병원 관리는 복지부 업무이다 보니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풀어야 되는데 확실하게 풀리지 않은 면이 있어서 얘기를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관리수당 부분이나 코로나19 진단 관련 수가 등이 다 조정이 돼야 하는데 아직 복지부 간에 준비가 안 된 부분이 있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전으로 돌아가더라도 감염병 기본 조직은 남겨야 하고, 감염병에 관련한 상시 교육이 필요하다. 또 긴급대응기금을 만들어서 정부 예산 외에도 안정적으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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