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암치료 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면서 살고 싶습니다

민경윤 비영리 사단법인 간환우협회 회장

메디파나 기자2023-03-13 11:12

제가 간암 발병하여 절제수술 후 자료를 찾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부터 "아름다운 인생의 마지막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 내려 놓고 편하게 살기로 한 것입니다.

B형 간염은 별로 공개 하고 싶지 않은 모두가 제일 꺼리는 질병중의 하나 입니다. 아내가 신혼 초에 50대 초반인 두형님들이 돌아가시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큰형님은 식도정맥류로 지혈이 안 되어서, 몇 년 후 둘째 형님은 간성혼수등 간경변말기로 30대 중반부터 15년간 투병생활 하시다가 돌아 가셨는데 당시 30살도 안 된 나를 보고 아내가 "당신도 마지막은 저렇게 되겠구나!" 말했던 기억이 벌써 40년이 지났습니다.

이때부터 아내는 제가 어떻게 떠나는지?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B형간염보유자는 환갑을 못 넘겼던 시절이라 저도 환갑을 넘길까?

그때부터 내 인생의 목표는 환갑까지 사는 것 이었고, 그 후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준비하고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1995년부터 짧고 굵게 살자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가고 싶은 해외여행도 매년 2~3차례 다녔고 자가용도 1986년도인가 현대 엑셀 나오자마자 샀던 것 같습니다. 은퇴 후에는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미술도 시작했고 악기도 하나 다루고 싶어서 섹스폰도 열심히 불렀습니다.

그러나 결국 59세를 못 넘기고 2015년 11월에 간암 발병하여 수술하고 이제 환갑은 훌쩍 넘겼습니다. 당시 아산병원에 입원하여 자료를 찾아 보니까 5년 생존율이 35% 이어서 앞으로 5년만 더 재밌게 살자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던 비상금도 몽땅 아내 앞으로 통장 만들어 주고 수술실에 들어 갔었습니다. 간암치료 후부터 60살이 넘어 사는 제 인생은 덤(보너스)으로 사는 인생으로 재밌게 살려고 했고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간암치료한 사람은 항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고 우리 모두 정상인 보다는 평균 수명이 짧은 것도 사실 입니다. 15년전만 해도 간암수술후 오래 사신분들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발병후 아내가 옛날 은사님이 말기암으로 죽기 얼마 전 집에서 예쁜 드레스 입고 주변 친구와 지인들 초대해서 파티하고 돌아 가셨다는 얘기를 해외 여행가서 진지하게 얘기해 주더군요. 당신도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고 있으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간암 치료 후 평균 수명이 많이 늘었지만 저는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간암치료할 당시만 해도 5년만 아무 탈없이 살았으면 하면서 살아 왔는데 그 5년이 지났습니다. 간암치료후 5년동안 공부도 많이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두려워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점점 평균수명이 늘고 있고 그나마 60을 넘긴 분들은 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데 괜찮은데 최근 젊은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여서 크게 고통받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분들 모두 제대로 된 정기검진을 받지 않고 있던 분들 입니다.

B형간염 보유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B형간염 보유자가 전체인구의 10%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1995년부터 국가에서 신생아에게 B형간염 백신과 산모가 B형간염이면 면역글로블린을 의무적으로 맞추기 시작하면서 이후에 태어난 분들은 B형간염보유자가 0.4%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B형간염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의 수직감염률이 5% 된다고 합니다.

이것도 100% 예방할 수 있는데 즉, 임신 중에 비리어드 복용만 해도 예방할 수 있는데 산부인과 의사와 본인의 무지함에 수직감염이 아직도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부터 임신 중에 비리어드 급여로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산 후 비리어드를 중단하면 산모는 먹지 않은 것만도 못할 수 있습니다. 이왕 복용 시작한 것 계속 복용하라는 이유는 복용하다 중단하면 더 활성화될 수도 있습니다. 어제 화실에 갔다가 10년 고교 선배 형수님이 같이 그림을 그린지가 7년이 넘었는데 우연히 간염 보유자인 것을 처음 얘기하더군요.

젊을 때 급성간염을 앓고 지나갔다고 하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 검진받고 있다고 하면서 항상 의사가 괜찮다고 하는 말만 듣고 그냥 있었다고 하더군요. 집에 가서 검사 기록지 보내라고 했더니 DNA검사는 없고 초음파검사에서 결절이 3개 보였는데 CT 찍고 이상 없다고 하였다고 하더군요. 당장 민트 병원에 MRI 신청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같은 화실에서 내가 간암 치료받고 2년간 화실도 안 나온 것도 잘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책도 쓴 것까지 다 알고 있었는데 여태까지 한 번도 얘기를 안 했더라고요. 더군다나 친동생이 몇 년 전에 간암으로 사망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작년에는 예전에 같이 그림 그리던 분이 자기도 B형간염 보유자라고 해서 내가 쓴 책도 주고 협회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공부하라고 했는데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받는데 아직 약 먹을 때 안되었고 괜찮다고 하면서 괜히 얘기 꺼낸 것 같은 인상을 주어서 더 이상 묻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B형간염 보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남이 알까 봐서 그리고 알리고 싶지 않아서 자꾸 숨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식구들이 간암으로 고통받고 사망해도 나는 증상이 없으니까 그냥 그냥 넘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치료 약이 없었지만 이제는 좋은 항바이러스제가 있습니다. 이것만 복용하면 평생 편하게 살아갈 수 있고 남에게 전염도 시키지 않는데 아직도 대부분이 모두 숨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협회 회원들 보면 처음 가입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어느 날 잘 안 들어오는 회원들이 80%는 됩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서 뒤늦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허둥대고 들어옵니다.

슬픈 얘기이지만 갑자기 생각나는 젊은 30대 여성회원이 있었습니다. 작년 삼성병원에서 만나서 먹고 싶은 것 있냐고 물었더니 샤부샤부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잠실 롯데호텔에 가서 사주었고 그 후 신랑한테 계속 치료 진행 상황에 대해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직접 전화에서 신랑한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한동안 조용해서 그분 선배에게 전화했더니 하늘나라로 떠난 지 두 달 되었다고 합니다.. 얘들도 넷이나 되었던 것 같은데 하늘나라에서나마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2018년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에는 B형간염이 약 121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연령별 인구수로 계산해 보면 350만 명입니다. 그만큼 B형간염 인분들이 숨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정기검진 받는 분들이 40만 명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편견을 없애고 정기검진 잘 받고 치료 타이밍 놓치지 말도록 하기 위해서 작년에 사단법인 간환우협회를 설립한 것입니다.

7년 전 아산병원 105병동에서 간암 절제수술 후 투병생활을 하면서 간질환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했습니다. 특히 바이러스간염인 B형간염에 대한 논문 등 자료도 많이 찾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나의 경험과 자료를 보고 공부한 것 가지고 책을 쓰기로 작정하고 준비하며 보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아니고 건강 관련 종사자도 아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주제넘은 변으로 치부되지는 않을는지 염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간 온라인 활동을 통하여 얻은 신념이 끝까지 저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정기검진도 나름대로 열심히 받았고, 건강 상태가 항상 좋다는 얘기만 듣다가 어느 날 간암이 오고 나서 방황하던 때를 뒤돌아봅니다.

왜 발병했을까?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나에게 왜 간암이 왔을까? 정신없이 간암 절제 수술을 받고는 친분이 있는 의사분들과 상담도 하고, 책방에 가서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간학회 세미나를 찾아가서 듣고, 동영상도 보고, 네이버와 다음, 구글에서 간 관련 카페와 블로그도 거의 다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닥가닥 종잡을 수 있는 길이 좀 보이더군요.

그렇게 얻은 지식을 토대로 질의에 답글을 쓰다가 저처럼 아직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지내는 많은 분들을 위해 책도 두 권을 자비로 쓰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만 잘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던 수동형 환자에서 벗어나 주제넘은 판단을 넘보는 조금은 똑똑한 환자로서 말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내가 B형 간염 보유자입니다"라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시선이 달라집니다. B형 간염에 대한 아주 간단한 오해 때문이지요. 사람들의 B형 간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우리 간염보유자들은 항상 사회생활할 때 조심하고 숨기면서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이 드는지 겪어 본 이들만 그 심정을 압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정기검진을 받는 분들이 제가 계산해 보면 15%도 되지 않습니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반, 외면하고픈 타인의 선입견이 반인 셈이겠죠. 실제 350만명이나 되는 B형간염보유자들이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통계수치가 터무니없이 적은 것 입니다. 늘 침묵하는 장기, 그래서 그냥 나는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의지로 지내다가 어느 날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되고서야 병원을 찾게 됩니다. 강력한 베믈리디 등 항바이러스제가 있는 지금은 간염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여 대비하고 치료 타이밍, 즉 복용 시점을 놓치지 말고 복용만 하면 평생 무탈하게 살아가실 수 있습니다.

2021년 어느 여름날에 제가 쓴 책을 보고 원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제가 쓴 책을 보고서 요청한다고 하더군요. 원고를 써주고 그쪽 정기간행물을 받아 보고 사단법인 간건강협회라는 것을 알았고 설립자가 2020년 고인이 되었다고 해서 인터넷 검색해 보니까 ‘상계동 슈바이처’라고 하는 김경희 의사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던 것은 이분이 배재학당 선배이시고 상계동에서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에게 감동받아서 나도 사단법인 간환우협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2021년 7월부터 시작해서 2022년 3월에 설립 완료하였습니다.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데는 헌신적인 노력과 조건 없는 투자도 있어야 하더군요. 그리고 설립 시 이사들 경력사항도 아주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사회적으로 명성 있는 고교 동기들에게 부탁했더니 모두 흔쾌히 수락해 주었습니다.

모두 무료봉사하는 것입니다. 설립 시 기초 자본금과 운영비, 독립된 사무실 임대료 등 3~4천만 원은 조건 없이 기부채납하고 그것에 대한 각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년 서울시 정기감사와 회계감사도 받습니다. 아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원금과 기부금의 입출금 내역도 매달 홈페이지에 올려야 합니다.

사단법인 설립 후 매일 나의 일과 중 80% 정도는 이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환갑까지 사는 것이 나의 목표이었는데 이제부터 남은 인생은 보너스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이 일에 매달려서 저같은 간환우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보람 있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매일 올리는 수많은 자료 보고 공부하고 치료 방향에 대해 조언도 해 주고 있고 치료 잘 받고 있다고 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서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작년 엘리베이터회사 대표이사 공모가 있었는데 후배가 추천을 하는데 잠깐 마음이 흔들렸었는데 이내 접었습니다. 어쩌면 10여 년 전에 제가 대표이사가 되었으면 저는 지금 여기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단법인 설립 후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 활동, 그리고 30여 년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은 인맥을 통해 기부금도 받으며 정기간행물 `행복나눔`을 발행해서, 간질환 환우들이 적극적인 정기검진을 통해 아직 완치제는 없지만 복용만 하면 완치개념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신 항바이러스제 베믈리디를 간수치와 관계없이 HBV DNA 바이러스만 검출되면 복용을 시작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급여기준이 너무 높아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항바이러스제 복용 안 하는 분들의 간암 발병률이 두배정도 더 눞습니다. 이제 좋은 항바이러스제가 나왔는데 의사들이 대한간학회 진료가이드라인 급여기준이 안되면 괜찮다고 하는 말만 믿고 안심하며 지내다가 어느날 간암발병후 후회한들 이미 버스는 지나가 버렸습니다.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하며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서 살아가면 보통 사람과 똑같이 평생 무탈하게 살아 갈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나의 인생을 간환우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나의 마지막 소망입니다.

[기고] 민경윤 비영리 사단법인 간환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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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메디파나뉴스 : 메디파나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3-03-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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