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만 집중하니 의과학자 양성 힘들지…'의학 교육' 개편해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서 쓴소리… 의과학자  생태계 구축 필요
"의사 국가 고시에 기초의학 교과목 편성해 의대생 연구 과목 접해야"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6-17 06:07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의사들이 의사과학자 영역으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의과학 교육은 임상 의사 양성 교육 위주로 가르치고 있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6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의대 교수들은 "의과대학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우 서울의대 연구부학장은 "사회적으로 의사과학자라고 하면 의사보다는 과학자에 더 방점을 찍는다. 결국, 연구 개발이 주가 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포지션으로 의사 출신들이 연구에서 많이 활동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현재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기초의학 수업 비중이 점점 줄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의과대학생들이 의사과학자를 지망하는 동기 유발 기회가 줄어든다고 진단했다.

김인겸 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경북의대, 사진)은 "임상의사들이 기초의학 중요성을 간과하는 등 이유로 의사 국가 고시에 기초의학이 교과목으로 미포함돼 있다"며 "의과학자 양성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면 의과대학이 하나 더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과정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임상 술기 시험을 방학기간에 시행하고 4학년 2학기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의학과 학, 석, 박사 통합 과정 도입 등을 통해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의대생들이 의학교육 과정에서 연구분야를 접하지 못하다 보니 의과학자를 꿈꿀 기회가 없다고 진단했다.

안신기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연구 관련 정보를 강의로만 전달할 수 없다. 의학교육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학생이 의과학자 과정을 필수적으로 경험하게 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의과학자로 살아가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행복하다고 느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의과학자 생태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의과학자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교육 과정에서 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넓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교육만으로는 의과학자를 양성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다른 트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 교수는 "의과학자는 학부에서만 양성할 수 없다. 전공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임상진료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의대 교육 이후 필드에서 3년 이상 새로운 과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의학 교육이 단지 일차진료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요구를 살펴보고 의사들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학계는 이미 30년 전부터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왔던 의과대학 기초교실은 교수수급을 걱정해야 할 처지이다.

2005년 의전원의 도입과 함께 시도된 의과학자 양성과정(MD-PhD과정)은 안착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다른 시도로서 의과학대학원 모델은 2006년 카이스트에서 처음 시도됐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은 2006년부터 16년간 200명 이상의 의사출신 이학·공학박사를 양성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산업계로 진출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이다.

대한의학회 박정률 부회장(고대의대)은 "의사라는 것은 원래 진료와 연구를 다 해야 하는 직군인데 실상은 전문의를 따고 개원을 하게 되면 연구를 나 몰라라 한다. 의학 교육 개편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질 자체는 선진국인데 교육과 수련은 전문직업성은 지원이나 개별적 부분이 미흡하다. 정부 지원과 전문가들 간 논의를 통해 의사과학자들이 많이 양성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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