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적은 한국의 '의사과학자'‥'필요성' 알지만 '허들' 높아

카이스트와 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적인 의지‥의료계는 여러 우려 제기
해외에 비해 뒤처진 의사과학자 양성‥의지 확인한 만큼 '합심'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2-16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를 양성하고자 하는 의지는 크지만, 제대로 점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별도의 의전원 설립이 제안됐으나, 의료계에서는 의대 신설이 의사 정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의사과학자의 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주도한 주역은 의사과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과학계와 의료계의 이견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확실한 한 발자국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란 의사 교육 과정을 밟거나 마친 인재가 이에 기반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를 뜻한다. 의사과학자는 '중개의학연구자'로서 기초과학 연구와 임상진료를 연계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의사과학자 양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의사과학자가 바이오 헬스산업과 의생명과학 분야의 경쟁력을 얻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은 새로운 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의사과학자 양성이 큰 이익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연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대 및 치의대 재학생 2만5,000여명 중 의사과학자로 진입하는 수가 1% 미만이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700여 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되지만, 우리나라는 10명도 안 된다.

이에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이 직접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겠다고 손을 들었다.

카이스트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포스텍도 올해 의과학대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는 우수한 연구 역량과 인프라를 보유했고, 공학·과학 기반의 혁신적인 의학교육모델을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특성화대가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면, 학생들은 의사 자격증을 가진 채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물학, 화학 등을 심층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의료계는 의대 신설로 인한 의사 정원 확대 및 의사과학자가 임상의로 이탈할 경우를 우려했다. 

다만 의사과학자는 약 8년간 석박사를 마치기 때문에 개원 가능성이 낮다. 일각에서는 졸업 후 일정 기간 동안 임상의로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새로운 의대를 만드는 대신, 기존 의대에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

한 예로 연세대 의과대학은 지난해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을 발족한 바 있다. 사업단은 의과대학 인재들을 의생명과학과 바이오산업 리더로 육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세대학교는 현재 의학 교육 전주기에 걸쳐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생들이 생명과학·인공지능·공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

또 석산·연세 장학사업을 통해 의사 자격 취득 후 과학기술 분야 박사과정(MD-PhD)을 지망하는 학생을 미리 선발하고 있다. 전공의 대학원생 가운데 전문의 취득 후 과학기술 분야 박사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사업'을 통해 연세대 공과대학·생명시스템대학·약학대학·이과대학과 함께 과학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연세대는 매년 의대졸업생 및 전문의 취득자 중에서 신규 전일제 박사과정 학생 최대 10명을 선발해 기초생명과학·의생명정보학·의공학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MD-PhD 취득 후에도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연수 및 중개연구교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사업단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연세대학교를 세계적인 의사과학자 양성의 성공 모델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20대 국정 과제에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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