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블랙홀' 의대…쏠림 해법 빠진 증원 논의

의대 쏠림에 서울대 합격선 하락, 신입 휴학도 4년간 3배
"정부 정원 확대 추진하면서 쏠림 해법 고민하고 있나 의문"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03 06:0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의대 쏠림에 대한 해법 없는 정원 확대는 '인재 블랙홀'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초등 의대반'이 성행할 정도로 기형적 의대 선호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원 확대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서울대 자연계 정시 합격선이 고려대, 성균관대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평균 70% 기준 정시 합격선은 서울대가 93.9점으로 전년 대비 1.1점 낮아진 반면, 고려대는 94.9점으로 1.1점 상승하고 성균관대는 93.6점으로 0.2점 상승하면서다.

종로학원은 의약학계열 쏠림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했다. 최상위권 성적을 보유한 만큼 타 대학 의약학계열에 동시에 합격, 이동 하면서 합격선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의대 쏠림 현상은 이미 교육계에 고착된 문제다.

지난달 서울대가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입학한 신입생 3606명 가운데 225명, 6.2%가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70명에서 올해 225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의대를 목표로 반수를 하기 위해 휴학하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인재도 다시 의대에 도전하는 '인재 블랙홀' 현상이다.

사교육계에는 초등학교부터 의대를 준비하는 초등 의대반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대학 구성원에 '박사후 연구원'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이공계 석박사 인건비와 장학제도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나친 의대 쏠림에 국가 발전을 견인할 이공계 인재가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 논의는 인재 블랙홀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학원계 한 관계자는 "학생들 입장에선 의대 정원 확대는 곧 기회의 확대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재도전을 고민하던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국가 최상위 인재들이 몰려드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견인에 기여할 수도 있는 인재가 의대로만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의사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좋은 면만 알려져 왜곡돼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IMF 이후 의사가 안정적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커졌는데, 지나치게 좋은 쪽으로만 알려진 것 같다"며 "의사 개인 삶의 질을 따져봤을 때, 가족이 행복하지 본인이 행복한가라는 물음이 나오는 상황도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적 관점에서도 오히려 바이오 과학자가 필요하지 임상의사가 더 필요한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속 교수는 최근 의대 쏠림 관련 교육현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놀라울 정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초등 의대반을 다니며 경쟁 속에 살아왔다면 당연히 보상을 바라고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을 선택할 것 같더라"며 "기피과 문제와 필수의료 붕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쏠림은 해결된 적 없고 갈수록 심화되는데, 정부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쏠림 해법도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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