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력 확대‥"문제 해결법 아냐" vs "더이상 미룰 수 없어"

복지부, 의사 인력 확충에 긍정적‥현 의료 인력의 효율화 추진
의료계,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 담당하려면 10년 걸려‥"현안 해결 못해"
의사 수 부족 문제는 향후 더 큰 부작용 낳아‥"의대 증원으로 균형 맞춰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27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필수의료, 지역 공공의료 문제가 커지면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의사 인력 증원'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보다 적나라하게는 의료계는 철저한 반대를, 그 외의 업계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라졌다.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을 증원해 의사를 늘린다고 해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의사 인력 확대가 마치 '만병통치약' 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이들이 필수의료를 담당하려면 10년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현안이 해결될까. 단순 의사 수 증원보다 인력의 재배치 문제가 급선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도 강경했다. 국내 의료 이용률은 계속 올라가지만 OECD 평균치에 못미치는 의사 수급 문제는 향후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 반박했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2000년 의정합의, 2007년 의대 정원 합의 등으로 지금의 수준이 정해졌다. 그동안 의료 이용, 의사에 대한 수요도 2배 이상이 늘었다. 반면 등록 의사수는 1.5배 증가했다. 앞으로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미 우리 사회는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겪고 있다. 점점 심화되는 의사 인력 부족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시급하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의사 인력 증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송양수 과장은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그에 맞는 해답 제시가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현 인력의 효율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최소 10년 뒤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다가올 미래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현 시점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한국보건행정학회 2023 전기학술대회에서는 '의사인력 정책 : 어디로 가야 하는가?' 100분 토론이 마련됐다.

이날 좌장을 맡은 고려대학교 윤석준 교수는 의사 인력과 관련해 공통 질문 몇 개를 던졌다.

Q. 윤석준 교수 : OECD가 발표한 '2022 한국 경제 조사 보고'에 따르면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보다 적다. 해당 통계에 대해 동의하는가?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 보건의료체계가 국가별로 다르고 저마다 맥락이 있다.

단순히 OECD 평균보다 부족하니까 우리나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무리다. 복지국가 유형별 의사, 간호사의 업무 분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숫자를 비교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 : 나라별 시스템이 다르기에 일률적 비교는 힘들겠지만, 해당 통계는 다양한 의료시스템을 가진 OECD 국가의 평균치를 본 것이다. 나는 이 점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의 58.0%에 그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 의료 시장, 국민 소비, 의료 수요 등을 반영해 조정하면 이는 OECD 23~2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송양수 과장 : 물론 통계 수치가 정책 결정에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OECD 자료를 기초로 많은 근거를 생성한다.

우리나라와 반대로 많은 OECD 국가가 의료 수요가 증가했다는 이유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거나, 확대 중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3,500명에서 3,058명으로 감축했다.

앞서 90년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 인력 대부분이 50대다. 이들이 10년 뒤엔 은퇴를 하는데, 은퇴 대비 신규 진입 수가 적어 앞으로 인력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의사 인력 관련 다양한 연구가 쌓이고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객관적 자료에 기반해 수급을 추계했는데 공통적 지적이 의사 인력 부족이었다.

해석의 관점에 따라 반론도 있으나 해당 연구들은 최대한 존중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윤석준 교수 :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요양병원을 포함하면 평균보다 3배 높고, 요양병원을 제외해도 2배 높은 수준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병상수가 늘어난 만큼 주요 의료 인력도 증가해야 한다. 과도한 병상수 증가가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보험부회장 : 몇 년 내에 수도권 중심으로 병상이 크게 늘어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다 대학병원 분원이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분원은 정부의 실패 정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병원급은 병상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중소병원들만 해도 병상은 많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지 못한 효율적이지 않은 정책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김태완 정책부회장 : 병상수가 늘어난 만큼 그에 필요한 의사 인력, 의료 인력 많아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OECD 통계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환자는 해외에 비해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는 특성이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분원으로 최소 병상이 6,300병상 이상 증가할 예정이다. 과연 이 병상을 책임질 의료 인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다.

병상총량제 이야기가 나온 만큼 확실히 정부가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

前 서울시립대학교 보건대학원 최병호 교수 : 우리나라는 많은 병상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치료하는 방식이 선진국과 다르다. 단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적게 쓰고 병상, 장비, 진단기기를 늘려서 이윤을 취하는 형태다. 병원 운영 방식이 굉장히 기업화돼 있다. 이러니 의사 소득이 OECD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을 과연 의사들이 탈피하고 싶은가 자문해 보길 바란다.

의대 정원 증원을 너무 우려하지 말고, 10년 계획으로 하면 된다. 또한 의대 정원이 변동 가능하게끔 유연하게 접근할 수도 있다.

Q. 윤석준 교수 :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으로 인해 필수의료가 크게 관심을 받았다. 이 당시 뇌출혈 간호사를 치료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으나 사망했다. 신경외과 의사 수가 적은 것이 아닌, 개두술과 같은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한국의 필수의료는 숫자 문제가 아닌, 의료 양성의 문제가 아닐까?

김진현 교수 : 의사의 배치와 분포는 광역별, 지역별 총량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아주 오래도록 전공의 졸업생은 3,000명 수준이다. 전공의 정원은 4,000명이지만 매번 1000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기 있는 과들은 금방 채워지지만, 비인기과는 선발 인원을 못뽑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족한 총량에서 발생한 결과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계는 수가가 낮아서 선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거 전공의 선발을 위해 흉부외과의 수가를 100% 인상한 적 있다. 이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해결됐나? 아니었다.

과목 간 불균형은 총량과는 별개로 전공의 결정에 기반한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 : 의대 정원의 총량을 2배 늘려도 신경외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수가 OECD 대비 많은데 왜 응급을 택하지 않을까? 지금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병상을 연동해 의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상당 의사 인력 기준을 만들고 상급종합병원의 대개혁이 요구된다.

민승기 부회장 :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족하지 않지만, 이들이 개두술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세부 전공에 대한 불균형이 심한 탓이다.

대부분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면 척추질환 위주로 진로를 택한다. 수가도 좋고 환경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신경과에 전체적인 투자를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문제도 그렇다. 비뇨의학과의 경우 1년에 50명을 겨우 채운다.

반면 성형외과 전공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상식적으로 성형외과 의사가 국내에 더 필요할까?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이러한 불균형이 생긴 것이다. 정책적 결정과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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