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만난 희망뉴스 주인공‥'린파자' 유지요법 5년째, '난소암' 치료 변화의 증인

[연중기획 희망뉴스] 린파자 2차 유지요법으로 5년 이상 무진행, 장기효과 사례 축적
난소암 '장기 생존'에 대한 의학적 근거 쌓여‥1차 유지요법 급여 확대 필요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05-06 06:09

참고사진_김병기 교수와 환자 내외분.jpg

< 사진 설명 = 배우자 이정현 씨, 희망뉴스 주인공 원영란 씨, 삼성서울병원 김병기 교수 >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8년 9월이었다. 기자와 만난 원영란 씨는 난소암 환자였다.

참고 기사 : "`난소암`도 이겨낼 수 있어요"① BRCA 치료제 '린파자'로 부부가 웃기 시작했다
"린파자로 15개월 이상 효과를 보고 있어요"② BRCA 변이 난소암 환자, 급여 기간 제한에 입 열다


2014년 5월 난소암을 진단받은 원 씨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았으나, 재발이 됐다. 이에 2차적으로 케릭스(독소루비신염산염) 치료를 받았다.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과정에 꽤나 지쳐있었던 원 씨는 또 다시 재발을 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원 씨에게서 BRCA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고, 삼성서울병원의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올라파립)' 2차 유지요법을 제안했다. 

기자와 원 씨가 만난 2018년 9월은, 2016년 2월 23일부터 그가 30개월 이상 유지요법 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희망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21년 5월, 기자는 원 씨를 다시 만났다. 햇수로만 5년. 지금도 원 씨는 린파자 유지요법을 통해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3년만에 다시 만난 원 씨는 이전보다 더 밝아 보였다.

"과거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공포감이 컸어요. 그런데 린파자 유지요법 이후 주기적 검진을 통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며 희망을 갖게 됐죠. 3년이 지나고 또 5년이 된 지금, 제 삶이 크게 개선되니 약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 '린파자' 유지요법 선택, 희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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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교수가 원 씨를 만났을 때, 이미 그는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재발이 진행된 상태였다.

난소암 치료는 재발이 6개월 전이라면 백금 저항성, 6개월 이후는 백금 민감성 치료가 진행된다. 김병기 교수는 원영란 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백금 민감성 치료를 시작했다.

원 씨의 2차 치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이제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난소암은 1차에서 표준치료인 세포독성항암제 투여 후 10명 중 7명 이상이 재발한다. 그래서 그만큼 새로운 치료옵션에 대한 갈증이 컸다.

운명적이게도 2015년, PARP 저해제인 린파자의 STUDY-19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린파자는 난소암 2차 치료 유지요법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흔히 암 치료는 종양을 파괴하거나 없애는 치료 방법이지만, 유지요법은 항암효과를 더 오래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STUDY-19 임상에는 2차 이상의 백금기반 항암화학치료 후에 완전 또는 부분 관해 반응을 보인 265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그 결과, 바이오마커 중심의 분석에서 BRCA 변이 난소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11.2개월로, 위약군의 4.3개월에 비해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

또 STUDY-19 임상시험의 3차 중간분석 결과, BRCA1/2 변이(BRCAm)가 있는 환자에서 린파자 치료군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34.9개월로, 위약군 30.2개월보다 사망위험이 38% 낮았다.

STUDY-19 임상에서 항암치료가 끝난 환자를 대상으로 유지요법으로 약을 주거나 주지않은 경우를 비교해본 결과, 약을 투약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불과 5개월 만에 절반 이상이 재발했고 약을 먹은 환자는 11개월 정도 유지했다. 

원 씨는 김 교수의 제안으로 우리나라에서 린파자 2차 유지요법을 투여한 아시아 제1호 환자가 됐다. 원 씨가 2016년 2월 23일부터 린파자를 사용했으니 올해로 5년째다. 원 씨는 올라파립 유지요법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김병기 교수는 난소암 치료 효과에 예민한 기준을 갖고 있다. 난소암은 재발이 잦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난소암은 한번 재발되면 재발 주기가 점차 짧아집니다. 재발 환자가 내원하면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재발이 됐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하죠."

김 교수가 원 씨에게 올라파립 치료를 처음 권유했을 당시에도 8~9개월 정도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이런 와중에 STUDY-19 연구의 결과에 대한 추가 데이터에서 15% 정도의 환자가 5년이 지나도 약을 계속 복용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10명 중 최소 1~2명은 5년 이상 생존기간을 보이는 셈이다. 대조군에서는 5년 이상 무진행 생존을 보인 케이스가 0.8%(1명)에 그쳤다.

"마침 아시아 1호 환자인 원영란 환자를 비롯해 몇몇의 환자분이 5년 이상 린파자 유지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2~3년 차만 해도 의심 반 기대 반의 심정이었지만 이제 5년쯤 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영국에서는 임상이 시작된 지 벌써 8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효과를 유지하는 환자가 보고됐습니다. 의사들끼리 이 정도면 완치로 봐도 되지 않겠냐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 린파자는 2017년부터 급여가 됐기 때문에, 김병기 교수는 원 씨와 같이 2차 유지요법의 성과를 보여주는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2017년 10월부터 린파자가 보험이 된 이후 복용을 시작한 제 환자가 두 명 정도 더 있습니다. 이들도 햇수로만 5년 정도 됐죠. 그들도 원 씨와 같이 삶의 질 부분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원 씨와 김병기 교수는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건강해진 것이 의사 입장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

"정말 행복합니다. 환자의 임상적인 결과에 대해 가장 예민한 사람은 환자 본인이겠죠. 그 다음은 가족들이겠지만, 또 가족만큼 신경을 쓰는 사람이 주치의입니다. 치료가 잘되면 같이 행복하고 즐겁지만, 치료가 잘 안되면 마음에 큰 부담감이 생겨요. 그런데 원영란 환자분처럼 많이 개선된 분들을 만나면 희망을 갖게 됩니다. 모든 환자를 좋게 만들 수는 없지만,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분들이 있어 기쁩니다."

◆ 린파자 유지요법 5년, 삶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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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만난 원 씨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긍정적인 마음'이었다.

2018년 당시만 해도 여전히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채워질 동안 어느새 원 씨의 마음엔 믿음이 생긴 것이다.

"2018년 인터뷰를 할 때에는 우울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삶의 질이 좋아진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요."

원씨와 배우자 이정현 씨는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정현 씨는 아내가 잘 버텨주는 것이 그저 감사하다고 전해왔다.

"옆에서 아내를 지켜봤을 때 정말 많이 건강해졌다고 느낍니다. 최근 받은 정기 검진에서도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어요. 이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원영란 씨와 이정현 씨는 본인들의 경험을 환자 커뮤니티에 직접 공유하기도 한다.

"처음 린파자 유지요법을 시작할 당시, 아내는 1호 환자이기 때문에 주치의 외에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가 현재 64개월째 치료를 이어가고 있기에, 이 경험을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갖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 난소암, 이제 장기 생존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이제 난소암도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의학적 근거가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정책적 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때다.

2017년 10월, 린파자가 2차 유지요법에 급여가 됐을 당시, 백금계 항암제 완료 후 8주 이내 투여 및 투여기간은 '15개월까지'만 인정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해외에서는 투여기간 제한 없이 장기간 유지요법으로 급여가 인정되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을 뒀던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급여기간 제한은 풀리게 됐으나, 이제 보다 효과적인 PARP 억제제를 '1차 유지요법'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SOLO-1 연구를 통해 린파자는 새로 진단된 BRCA 변이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1차 유지요법에서 위약 대비 장기적인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백금 기반 화학항암요법에 완전 또는 부분 반응을 보인 환자들이었다.

5년 추적 관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린파자가 무진행 생존기간을 4.5년 이상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백금 기반 화학항암요법 1차 치료에 반응을 보인 후 위약을 투여한 경우에는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이 13.8개월에 불과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린파자는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7% 줄이고,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56개월로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5년째에는 린파자 치료군 환자의 48.3%가 질병 진행 없이 치료를 지속한 반면, 위약 투여군은 해당 비율이 20.5%에 불과했다. 린파자 치료 기간의 중간값은 24.6개월이며, 위약군의 투여 기간은 13.9개월이었다.

SOLO-1 임상은 BRCA 변이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2년간 진행된 1차 유지요법이 치료가 중단된 후에도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치료 5년 후에도 치료를 받은 여성 환자의 절반 정도는 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BRCA 변이 진행성 난소암 치료에 상당한 진전을 의미한다.

김병기 교수도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 관심이 높았다.

"SOLO-1과 STUDY-19 임상을 비교해보면, 앞서 2차 치료로서 올라파립을 복용한 환자의 15%가 5년이 지난 시점에 무진행 생존을 유지하지만, 수술 및 항암 치료 후 1차 치료로서 올라파립은 50% 이상이 재발되지 않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1차에서 유지요법을 시작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 또 2년 후 복용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 대한 긍정적인 사례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SOLO-1 임상 시험에 참여했던 한 환자가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거주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항암 치료를 끝내고 SOLO-1 환자로 등록돼 올라파립 복용을 시작한 케이스죠. 2년 복용이 끝나고 재발 없이 다시 캐나다로 갔는데, 7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히 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과거 난소암은 생명 연장 개념의 치료가 대부분이었으나, SOLO-1을 통해 완치(Cure)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난소암 분야 표적 치료제는 현재 베바시주맙과 올라파립, 니라파립에 한정돼 있다. 게다가 해당 약제들의 보험 기준은 너무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재로서 초발암은 BRCA 돌연변이에서만 급여 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반면 재발암에서는 돌연변이에 상관없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밝혀져 있기 때문에 급여 범위를 확대했으면 좋겠습니다. SOLO-1 데이터 관련 BRCA 돌연변이 허가 또한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됐죠. 많은 난소암 환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만큼 가능하면 허가와 급여가 빠르게 진행되길 바랍니다. 난소암에서만 특별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발생 빈도가 낮다는 점 때문에 불이익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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