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3기, '완치' 목표 세울 수 있는 '임핀지'가 있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실제 임상에서도 '임핀지' 효과 속속들이 확인
임상 3상 PACIFIC 연구에서 5년 기준, 임핀지 치료군 약 43% 생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06-28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손 씨(71세)에게는 우연한 발견이었다. 그러나 이 우연이 결과적으로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손 씨는 작년 11월 교통사고를 겪은 뒤 촬영한 엑스레이에서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곧바로 방문한 경희대병원에서 손 씨는 폐 좌상엽에 종괴를 확인했고, 조직 검사 끝에 비소세포폐암(NSCLC) 3기로 진단 받았다. 

3기 폐암은 수술이 가능한 암과 불가능한 암으로 나눌 수 있다. 손 씨의 경우 종양이 큰 혈관을 침범하고 있어 절제가 어려웠다.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은 동시적 항암-방사선 치료(CCRT)가 표준요법이기 때문에, 손 씨는 12월 초부터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잘 끝낸 손 씨는 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이승현 교수의 조언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를 이어 투약했다. 임핀지는 CCRT 이후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절제 불가 3기 비소세포폐암에 사용되는 치료제다. 

결과는 긍정적. 손 씨는 임핀지 사용 후 육안으로도 눈에 띄게 암이 줄어들었다.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손 씨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교통사고를 당해 폐암을 발견했지만, 그 계기가 아니었으면 치료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겠죠? 지금 치료를 잘 받고 있으니, 오히려 폐암을 일찍 발견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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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이승현 교수와 손 씨>

 

◆ '완치'가 목표인 3기 비소세포폐암

비소세포폐암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다. 따라서 증상이 발현되고 나면 이미 암이 진행이 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손 씨도 이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고 했으니, 교통사고가 아니었다면 치료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4명 중 1명은 진단 당시 병기가 3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술을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주변 장기와의 종양의 위치 관계에서 비롯된다. 

비소세포폐암 3기의 환자들은 커다란 종격동 림프절 침윤으로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한 절제 불가 상태로 발견된다. 암이 종격동에 아주 중요한 구조물인 대혈관, 심장, 식도 등을 침범하게 되면 물리적으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또한 환자에 따라 폐 기능이 너무 낮거나, 기저질환 따라 수술을 하기 힘든 케이스도 있다. 

이승현 교수는 "폐암 3기에서는 암과 종격동 구조물과의 위치 관계, 환자의 전신 상태를 고려해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폐암 3기도 A, B, C 병기로 나뉘어진다. 3A 병기는 여러 가지 치료 옵션 중 수술도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 3B, 3C 병기는 수술을 못하기 때문에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 순차 치료 보다, 더 효과가 좋은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를 주로 진행한다.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를 할 땐 두 가지 요법을 많이 쓰는데, 에토포사이드와 플래티넘(백금계) 항암제를 쓰거나, 탁셀 계통과 플래티넘(백금계) 항암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문제는 항암화학방사선 병용 치료 이후였다. CCRT 이후에는 약 20~30년간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 간 3기 NSCLC 치료에서 항암화학방사선요법보다 치료 효과를 개선한 치료제 개발 노력이 있었지만 제한적인 성과만 확인됐다.

이러한 탓에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 환자들은 CCRT 이후 치료 공백 상태에 놓여 재발이라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진행한 3기 폐암 환자들의 대부분이 1년 이내 전이나 재발을 겪었고, 10명 중 8~9명의 환자는 4기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3기 비소세포폐암은 절제가 불가한 경우에도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이다. 그럼에도 3기 폐암 환자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항암화학방사선요법 치료를 한다. 그 이후에는 추적 관찰을 통한 적극적 감시(Watch and Wait)가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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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치료 환경이 바뀌었다. '임핀지'가 등장하면서, 3기 폐암 환자 치료는 단숨에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절제불가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PACIFIC 임상 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핀지 치료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위약군 5.6개월 대비 11.6개월 향상된 17.2개월로 나타났다.

3년 시점에서 확인된 임핀지 치료군의 전체생존율(OS rate)은 57%로(vs. 위약 군 43.5%), 여전히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임핀지를 1년 투약한 후 3년 이상의 생존이 50%가 넘었다는 것에 의미부여를 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보다 더 긴 생존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이 교수는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공고요법으로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사용하면 생존율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즉, 약 30년 만에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된 것이다"고 말했다.

◆ 5년 생존율 43%, '완치'라는 목표에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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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는 암의 크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치료를 잘 받고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다시 암세포가 활성화돼 종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공고요법'은 줄어든 암세포를 계속 줄어든 상태로 유지시키거나, 더 남아있는 암세포를 없애는 목적으로 추가적으로 하는 치료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등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3기 비소세포폐암의 동시적 항암화학방사선요법 이후 표준요법(Category 1)으로 임핀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손 씨에게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임핀지 처방을 계획하고 있었다. 

손 씨는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 보다 임핀지 치료 이후에 종양의 크기가 더 줄어들었다. 

손 씨는 첫 CT 촬영 당시 종양이 약 5cm 정도였다. 폐동맥을 침범하고 있는 상태여서 수술이 불가능했다.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찍은 올해 2월의 종양 크기는 2.4cm였다. 그리고 4월 임핀지 4회 치료 이후 첫 번째 반응 평가 CT 결과, 종양은 1.9cm로 더 감소했다. 

손 씨는 "처음에는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긴장을 했지만, 면역항암 치료를 진행하다 보니 별달리 힘든 부분은 없었다. 내가 환자가 맞나 할 정도로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스스로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최근 임핀지가 보여준 5년 이상의 장기 생존율 데이터에 주목했다. 여기서 거듭 강조되는 부분은 비소세포폐암 3기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병기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암은 5년 동안 재발을 하지 않으면 '완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PACIFIC 임상 추적 분석 연구 결과에 의하면, CCRT 시행 이후 임핀지 치료 환자의 5년 생존율 추정치는 42.9%로, 위약군의 33.4%와 대비되는 결과를 보였다.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은 임핀지 치료군에서 47.5개월을 기록했으며, 위약군은 29.1개월을 기록했다. 

1년 간의 최대 치료 과정을 거친 후, 임핀지 치료 환자의 33.1%는 임상 참여 후 5년 경과 시점에 질병이 진행되지 않았으나, 위약군은 19%에 불과했다. 

이러한 5년 생존율은 암환자 및 가족들에게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고 심리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이다. 생존한 환자 대부분이 치료를 종결한 후 5년 경과 시점에도 질병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완치 목적(curative-intent)의 폐암 3기 치료에 있어 큰 발전이다.

이 교수는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만 하게 되면 비소세포폐암 3기의 약 5년 내 재발률은 약 80%다. 그러나 공고요법을 진행하면, 재발률이 80%에서 65%로 줄어든다. 실로 엄청난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임상연구란 철저히 통제된 환경 내에서 수행됐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 적용할 때에는 더 긍정적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장기간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하겠지만, 임상데이터에서도 위약군과 5년 생존율이 10% 정도 차이가 난다. 실제 현장에서는 임핀지의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치료제가 '있고 없고'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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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제 자신있게 치료 계획을 세운다. 수술이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3기에 치료제가 있고 없고는 상당히 큰 차이를 보여줬다. 

게다가 임핀지는 국내에서 2020년 4월부터 'PD-L1 발현율 1% 이상의 환자에서 관해공고요법'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임핀지는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PD-L1 발현 양성(동반진단검사 VENTANA)에서 PD-L1 발현율 ≥ 1%)으로, 백금 기반 동시적 항암화학방사선요법(CCRT)을 최소 2주기 이상 시행한 이후 42일(6주) 내에 질병 진행이 관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치적 목적으로 투여하는 경우 급여가 된다. 급여 인정 기간은 투약 시작일로부터 최대 1년까지.

이 교수는 "임핀지를 쓰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임핀지를 쓴 환자들의 재발률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다행히도 내 환자들 중에서는 심각한 이상반응도 거의 없었다. 안전성 면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다. 지난해부터 임핀지는 급여 적용이 시작돼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편안하게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제 이 교수는 3기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3기 폐암은 초기가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과거 3기 폐암은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아 완치까지 가는 환자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임핀지라는 신약으로 재발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데이터가 도출됐어요.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환자들에게서 긍정적 반응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비소세포폐암 3기은 선입견 없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완치까지 갈 수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손 씨도 자연스럽게 미래를 꿈꾼다. 

"여행도 하고, 일도 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이제는 스스로도 몸이 많이 나아진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가끔씩 왜 이런 병에 걸려서 살아야 하는지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친절한 주치의를 믿고, 앞으로 남은 치료를 잘 받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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