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이 희망으로"‥건선 환자의 생물학제제 5년 사용기

[연중기획 희망뉴스] 생물학제제 처방 후 5년 이상 효과와 안전성 유지 입증
장기간 유지되는 깨끗한 피부, 신체적 정서적 건강에도 큰 전환점 제공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10-0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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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선은 '만성 피부질환'이다. 이는 즉, 한 번에 낫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A 씨(50대, 남성)도 그러했다. 이미 가족 중에 자가면역질환을 앓던 이들이 있어 스스로도 조심해 왔지만,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게 된 시기에 갑작스럽게 모친까지 떠나보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때문일까? 결국 A 씨는 건선을 피하지 못했고, 10년이 넘게 관리와 치료를 받고 있다.  

피부에 생기는 홍반이나 인설로 인해 건선을 단순 피부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건선은 인체의 면역학적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전염성 만성 피부질환이다. 겉으로 보이는 병변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건선 환자들에겐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뒤따르는 질환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한 여름에도 양복을 입는 편이라 여성들에 비해 피부 노출이 적죠.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덜 받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불편함이 계속 됐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예의상 피부 상태에 관해 질문을 잘 하지 않는데, 오히려 친인척들은 질문 세례를 퍼부어서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A 씨는 판상 건선으로 십수 년 고생해 온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밝다. 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를 피했고, 옷장에도 몸을 가릴 용도의 옷들만 가득했던 그다. 

하지만 이제 A 씨는 건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난다. 

그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 주치의인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조성진 교수의 권유로 생물학제제를 처방받은 이후였다.

◆ 생물학제제를 만난 뒤의 변화 

A 씨는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 현존하는 모든 치료법을 경험했다. 

그러나 내복약은 손톱이 갈라지고 입술이 뒤집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심했다. 간 또는 신장 기능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에, 크레아티닌이나 간 수치를 체크하며 복용을 일시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물을 중단하는 기간 동안 건선 증상은 당연히 악화됐다.

바르는 연고는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수준에 그쳤다. A 씨는 바르는 약을 피부에 바르면 번쩍거리고 끈적이는 탓에 외출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매일 저녁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연고를 바르느라 그의 아내도 고생을 해야 했다.

조성진 교수가 그에게 생물학제제를 권고했을 때에도 마지막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이었다고. 

그런데 A 씨는 생물학제제를 투약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전과는 다름을 확실히 체감했다. 

"마치 완치가 된 듯, 신체적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정신적 상태도 좋아져서 사회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생물학제제는 건선을 유발시키는 여러 면역학적 기전이 규명되면서 개발·도입되기 시작했고, 건선 치료 환경을 크게 개선시켰다. 

특히 TNF-α 억제제 보다 병변 개선율을 높인 '인터루킨(Interleukin, IL) 억제제'들은 건선의 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PASI(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 수치를 100까지 달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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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교수는 "인터루킨(IL) 억제제 출시 전 건선 치료의 목표는 PASI 75 정도였으나, IL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PASI 90, 100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PASI 90, 100이라는 것은 건선 병변이 90% 이상 사라지는 정도로 치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병변이 사라져 일상 생활이 가능해지고, 치료 효과에 만족해 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건선 치료 시, 환자들의 인식과 삶이 변화되는 부분에서 생물학제제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아시아 국가의 중증 건선 환자의 생물학제제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 관한 연구(Uncovering the unmet needs among psoriasis patients in the Asia-Pacific region, The Journal of Dermatology 2021)'에 참여했다.

중증의 건선 환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정성적 심층면접을 통해 생물학제제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살펴본 결과, 환자들은 '깨끗한 피부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치료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68%)했다. 이는 생물학제제로 치료하는 환자와 그 외 방법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 비슷하게 답변했다.

생물학제제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경구치료, 광선치료, 국소치료보다 생물학제제에 더 높은 치료 만족도를 보였다. 아울러 일반건강질문(GHQ)-30을 통해 건선 환자 대상으로 불안감을 평가한 결과, GHQ-30 점수가 유의미하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대부분의 중증 건선 환자들은 생물학제제로 건선이 거의 소실될 정도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며 "건선 환자에게 생물학제제는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서적 건강에도 큰 전환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터루킨 억제제들은 건선 환자들의 기대와 만족도를 높이면서, 각종 임상적 근거들을 보충해 나가고 있다. 

조 교수는 인터루킨 억제제의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 입증 데이터에 집중했다.

현재 생물학제제로 유지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를 가장 우려(44%)했다. 하지만 장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환자들의 우려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수는 "건선은 면역질환으로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기에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계 질환 또는 건선성 관절염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증가한다. 따라서 초기부터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장기간 효과를 유지한다는 것은 환자의 증상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표적으로 IL-23 억제제인 얀센의 '트렘피어(구셀쿠맙)'는 최대 252주 간 장기적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환자들이 그만큼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치료요법임을 입증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드디어 누리게 된 일상, 산정특례 문제 해결되길

어렵게 되찾은 일상을 A 씨는 그 누구보다 지키고 싶어했다. 

그래서 A 씨는 현재 건선 치료에 적용되는 산정특례 기준이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앞으로의 소망'으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2017년 6월부터 '중증 건선'에 한해 산정특례가 적용됐으나, 환자가 산정특례에 신규 등록을 하려면 약물 치료와 광선치료 '모두'를 실패해야 가능하다. 

광화학요법은 3개월간 주 2회 병원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약물치료와 광선치료를 모두 받기엔 현실적으로 직장 등 사회생활을 하는 환자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산정특례는 5년마다 재등록이 이뤄지는데, 중증 건선 환자는 특례 적용 기간 만료 1년 이내에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중단하고 다시 앞선 치료를 3개월 받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건선협회는 불합리한 중증 건선 산정특례의 신규 등록 및 재등록 기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물학제제를 처음 접할 때의 생경함은 곧 사라지고, 증상이 점차 좋아지다가 완치된 느낌,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이 전혀 없는 자유로운 상태를 갖게 되기 시작한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산정특례의 까다로운 조건이 완화돼 환자 부담이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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