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췌장암'은 치료 과정이 어렵고 기대 여명이 짧다는 인식이 많다.
특히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 전이를 경험한 췌장암 환자는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조차 적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췌장암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세르비에의 '오니바이드(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가 2차 치료제로 효과를 입증하면서부터다.
오니바이드는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하는 항암요법 이후 진행된 환자에서 플루오로우라실 및 류코보린과 병용해 사용된다.
젬시타빈 치료는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췌장암 또는 국소진행성 췌장 환자의 1차 선택요법 및 보조요법으로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다.
오니바이드는 젬시타빈 기반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 대상, 대규모 글로벌 3상 NAPOLI-1을 통해 생존기간(OS) 연장을 확인했다.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대규모 연구 진행조차 쉽지 않다는 여건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또한 오니바이드는 약물의 체내 전달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3가지 약물을 병합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기존에 쓰이던 4가지 병합치료에 비해 이상반응 부담을 낮췄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약 이야기]에서는 젬시타빈 기반 치료에 실패한 췌장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오니바이드'에 대해 알아 본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약 이야기, 이하 알.쓸.신.약]은 치료제에 대해 '환자의 시각'에서 질문을 만들고, 제약사 관계자나 관련 의사에게 답변을 듣는 코너입니다. 답변 내용은 최대한 쉽게 해설하기 위해 일부 각색될 수 있습니다.
◆ '췌장암', 치료 미충족 수요 높은만큼 연구도 증가
'췌장'은 위장의 뒤에 있는 장기다. 소화를 돕는 효소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생산한다.
췌장암은 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외분비 암종(exocrine tumor)과 내분비 암종(endocrine tumor)로 분류된다.
이 중 외분비 암종은 췌장 내에서 효소를 생산하는 외분비 세포에 암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모든 췌장암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췌장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0년 10,889명이었던 췌장암 환자는 2020년 기준 21,451명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췌장암의 2014-2018년 5년 상대 생존율은 12.6%로 과거에 비해 1~2% 늘었으나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서는 매우 낮다.
췌장암은 특징적으로 증상이 없고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이 생긴 경우 복부나 등 통증, 황달, 체중 감소, 소화 장애, 당뇨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복부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췌장의 특성상, 증상이 다른 소화기 장애 증상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일반적으로 다른 암종은 외과적 수술도 고려할 수 있지만, 췌장암은 80%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 4기 상태에서 진단이 된다.
췌장암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췌장은 십이지장, 간, 동맥 등 다른 기관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췌장암 진행에 따라 췌장이 두꺼운 조직인 간질(stroma)로 둘러싸여 종양 부위에 치료제가 전달되는 것을 막아 치료가 어렵다.
만약 췌장암을 초기에 발견해 암이 췌장에만 있거나 췌장 밖으로 크게 퍼지지 않은 경우(병기 1기, 2기) 수술이 가능하다.
아울러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라도 기술이나 항암치료 기법이 발달하면서 광범위한 절제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암세포가 주변 혈관, 장기에 넓게 퍼져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을 받는다.
췌장암에도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가 있다. 그렇지만 항암제 사용 대상인 환자, 즉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국내 췌장암 환자는 많지 않다.
면역항암제 역시 췌장암을 대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인 약은 아직 없다. 이에 아직까지는 항암화학요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이처럼 췌장암에 대한 치료적 미충적 수요가 높은만큼, 최근에는 약물의 전달률을 높이고, 함께 쓰는 항암제 개수를 줄이는 등 새로운 치료 요법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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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췌장암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췌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췌장은 우리 몸에서 무엇을 담당하나요?
이명아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 췌장은 위장관 뒤 쪽에 위치한 15cm 정도 크기의 장기입니다.
음식물 섭취 후 이를 소화시키기 위한 각종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죠.
분비된 호르몬과 소화 효소에 의해 소화된 각종 영양분이 신체 여러 군데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있도록, 췌장 주변에는 중요한 장기와 혈관들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췌장의 기능이 저하되면 소화 효소 분비가 잘 안되기 때문에 음식물을 섭취하더라도 적절하게 소화시킬 수 없습니다. 영양분 흡수에도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소화 불량과 영양 결핍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에 장애가 생겨 당뇨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Q. 췌장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증상이 있을까요?
이명아 교수 = 췌장암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진행이 됐을 경우 복부나 등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췌장의 머리 부분은 담도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종양에 의해 담도관이 막혀 황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체중 감소, 갑작스런 당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Q. 드라마에서는 췌장암 진단이 곧 시한부 선고 같이 표현돼요. 췌장암은 정말 치료하기 어려운가요?
이명아 교수 = 췌장암은 조기 진단법이 개발돼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위 장기와 혈관과 접해있다 보니 암이 발생하여 쉽게 주위 장기로 침범합니다.
그래서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어도 발견됐을 당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이 됩니다.
또한 췌장 주변에 간, 위 등 중요한 장기와 대동맥, 간문맥 등 주요한 혈관들이 밀접하게 붙어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암과 달리 타 장기에 전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췌장암은 진단이 늦고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80% 이상인데, 그동안은 항암화학요법 치료 효과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췌장암 주위의 두꺼운 간질(stroma)로 막을 형성하다 보니 항암제를 투여해도 종양으로 잘 전달되지 않았죠. 아울러 면역반응도 잘 일으키지 않습니다.
게다가 췌장암이 잘 걸리는 연령층이 평균 65세 이상 고령이 많습니다. 그래서 항암화학요법의 독성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였습니다.
다행히 2010년 이후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약물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들 중에는 초기 수술이 불가능했어도, 수술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종양 크기가 줄어든 분들도 있죠.
많은 전문가들이 췌장암 연구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췌장암으로 진단 받은 뒤, 나쁜 미래만을 상상하지 않아도 됩니다.
Q. 저는 다행히 췌장암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 이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만약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다면 수술을 아예 받지 못했을까요?
이명아 교수 =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진단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췌장암은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재발률이 매우 높습니다. 수술 후 첫 2년 이내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수술할 당시에는 췌장에만 국한돼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수술 후 전신 상태가 회복되면서 보이지 않던 종양이 자라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다른 종양과 다르게 수술을 받은 모든 췌장암 환자들은 수술 후 전신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육안적인 종양을 전부 제거했더라도 절단면에서 현미경으로 암세포가 관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방사선 치료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행히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이용되는 항암제도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훨씬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들이 도입됐습니다. 따라서 5년간 무병상태를 유지하고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간혹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깨끗하게 제거되기는 어려운 상태에서 진단되거나, 당장 수술이 어려워도 적극적인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수술을 전담하는 외과, 항암화학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종양내과, 방사선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방사선 종양학과 전문의 등이 다학제 협진을 통해 수술 전 치료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 췌장암의 위치, 진행 정도에 따라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담당 주치의와 치료 계획에 대해 같이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췌장암 수술 후, 혹은 항암 치료 중 겪을 수 있는 이상반응이 있나요?
이명아 교수 = 췌장암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 아닙니다. 때문에 수술 자체에 따른 합병증도 있고 수술적 제거 후 영양섭취, 소화 능력의 장애를 겪기도 하죠. 췌장이 제거된 상태이므로 당뇨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수술의 범위와 절제 정도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어떤 수술을 받게 될 것인지, 이후 어떤 합병증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수술할 주치의와 상의하길 바랍니다.
항암화학요법의 경우 전신으로 약물이 투여되기 때문에 독성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골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돼 백혈구 감소증,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용되는 약제에 따라 간 기능, 신장 기능, 신경학적 합병증, 탈모 등의 다양한 전신 증상이 나타납니다. 사용할 약제에 따른 독성이 어떠한 것이 있으며,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을 항암치료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독성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며 회복이 가능합니다. 보조 약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독성을 걱정해 항암화학요법을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만약 신체적으로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합병증이 예상되는 경우, 각 환자의 상태에 맞춰 항암제를 선택하고 혹은 용량이나 투여 방법을 변경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와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치료로 인해 나타나는 어려움을 망설이지 말고 말해주세요. 의료진이 함께 어려움을 덜어주는 치료방법을 찾아볼 것입니다.
◆ 췌장암에서 확실한 임상적 혜택 보여준 '오니바이드'
과거에는 췌장암의 1차 치료 후, 재발했을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오니바이드'가 등장한 이후 췌장암 치료 환경도 크게 바뀌어갔다.
췌장암 1차 치료로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이 대부분 쓰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2차 후속 치료로 '오니바이드'가 당연하게 제안될 정도.
2017년 국내 허가받은 오니바이드는 이리노테칸 성분을 봉입화(encapsulazation)해 약제의 체내 전달 기술을 향상시킨 항암제다.
2015년, 오니바이드는 젬시타빈 기반 치료에 실패한 성인 전이성 췌장암 환자 417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 NAPOLI-1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NAPOLI-1 연구 결과, 오니바이드 병용요법은 5-FU+류코보린 병용요법 대비 전체 생존 기간(mOS)을 6.1개월 늘렸고,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mPFS)은 3.1개월 증가시켰다.
전이성 췌장암은 환자의 전신 상태가 임상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경우가 많아 신약의 효과, 안전성 근거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NAPOLI-1 임상 결과는 췌장암 치료 환경에서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니바이드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2019년 국내 연구진은 국내 성인 전이성 췌장암 환자 86명을 후향적으로 연구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생존 기간(mOS)은 9.4개월, 무진행 생존기간(mPFS)은 3.5개월로 글로벌 임상인 NAPOLI-1과 일관된 혜택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다른 2차 치료 옵션과의 후향적 비교 연구도 이뤄졌다.
해당 연구는 국내에서 젬시타빈 기반 1차 치료 이후, 오니바이드 혹은 폴피리녹스로 2차 치료를 받은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오니바이드 치료 환자군과 폴피리녹스 치료 환자군은 전체 생존기간과 무진행 생존기간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환자 연령에 따라서는 일부 차이가 있었는데, 70세 이하에서는 폴피리녹스 치료 환자군이, 70세 이상에서는 오니바이드 치료 환자군의 전체 생존기간이 더 길게 나타났다.
한편, Grade 3 이상의 이상반응과 백혈구 감소증, 말초신경병증은 폴피리녹스 치료군에서 더 흔하게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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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젬시타빈 기반의 1차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전이가 확인됐어요. 이후에는 어떤 치료 옵션이 있나요?
이명아 교수 = 가장 대표적으로 오니바이드 요법과 폴피리녹스 병용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오니바이드 병용요법은 오니바이드, 5-FU(5-플루오로우라실), 류코보린 총 3가지 약물을 사용하는 항암화학요법입니다.
이 요법은 임상 연구 당시에도 주목을 받았어요. 1차로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에서 진행이 된 상태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오니바이드는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연구에서 생존기간의 향상을 입증한 약물입니다.
2차 치료를 받는 췌장암 환자분들의 전신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에도 비교적 독성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폴피리녹스 요법은 이리노테칸, 5-FU, 옥살리플라틴, 그리고 류코보린 총 4가지 약물을 사용하는 요법으로 젬시타빈 기반으로 하는 요법과 동일하게 1차 치료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요법입니다.
젬시타빈 기반의 약물로 치료하다가 진행이 됐을 땐 폴피리녹스로 전환해서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독성 문제가 있기에, 2차 치료로 시도했을 때 전신 상태가 어느 정도 좋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전신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2개 이상의 항암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TS-1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4주동안 경구로 복용하다보니 독성이 심하지 않더라도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들은 먹는 약도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나 표적 치료제를 이용한 여러 신약 임상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입증한 약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상이 된다면 신약 임상 연구에 참여해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Q. 오니바이드 성분이 이리노테칸이던데, 기존의 이리노테칸 약물과 오니바이드는 무슨 차이가 있나요?
이명아 교수 = 오니바이드의 성분은 폴피리녹스에서 사용되는 항암제인 이리노테칸입니다.
오니바이드는 이리노테칸 성분을 리포좀이라는 작은 공 모양의 물질 안에 넣었습니다. 즉, 일종의 캡슐을 씌운 상태로 볼 수 있죠. 이러한 형태 덕분에 이리노테칸 성분을 보호해 혈관으로 췌장암까지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두꺼운 조직(간질, stroma)으로 둘러싸인 췌장암 조직에 도달했을 때, 이리노테칸을 감싸고 있던 캡슐이 벗겨지며 약물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약물의 전달력을 기존의 이리노테칸보다 더 높였다는 것이 오니바이드의 차이입니다.
Q. 국내 췌장암 환자에게서 오니바이드의 항암 치료 효과는 어땠나요?
이명아 교수 = 2019년에 국내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진행한 후향적 분석 연구가 있습니다. 젬시타빈 기반 치료를 받고 진행이 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니바이드 2차 치료를 살펴봤죠.
이 연구 결과, 기존의 오니바이드 3상 임상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체 생존 기간(mOS)은 9.4개월이었고, 무진행 생존기간(mPFS)은 3.5개월이었습니다.
물론, 이 결과는 다른 암종에 비해 짧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췌장암 1차 치료를 이미 받은 상태에서 병이 진행했고, 과거 이 환자들에 대해서는 약물 치료 자체가 불가능했거나 전통적인 항암제로 치료했을 때 생존기간이 3-6개월 이내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9개월 가량의 생존기간 연장은 상당히 의미가 깊습니다.
과거 수술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6개월 이내 였습니다. 현재 1차 치료 기간에서의 생존기간 연장 기간과 2차 치료에서 다시 연장된 기간을 합쳐봅시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의 생존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Q. 오니바이드 병용요법은 3가지 약물, 폴피리녹스 요법은 4가지 약물을 섞어 쓰는데요. 더 많은 약물이 섞일수록 효과가 좋지 않을까요?
이명아 교수 = 2개의 치료 요법에 사용되는 약물 중 류코보린은 항암제는 아닙니다.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오니바이드 병용요법은 2가지 항암제를 쓰고 폴피리녹스 요법은 3가지 항암제를 사용한다고 보는게 더 정확합니다.
약물의 개수가 많다고 해서 더 좋은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약물과의 상호 작용에 의한 상승 효과가 어느 정도로 나타나느냐, 약물이 얼마나 더 잘 종양 세포에 전달이 되고 작용하느냐가 중요하죠.
실제 1차 치료에서도 폴피리녹스의 3가지 요법이나 젬시타빈/아브락산의 2가지 약물요법에서 효과는 비슷합니다.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하는 약물을 이미 치료받고, 2차에서 폴피리녹스와 오니바이드 요법을 후향적으로 비교했을 때에도 효과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독성의 양상과 형태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예상되는 독성 양상을 고려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의료진과 상담하고 환자에게 잘 맞는 치료 요법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치료요법을 버틸 충분한 체력이 있는지, 혹은 이전에 옥살리플라틴 때문에 말초신경병증(손발 저림 증상)으로 고생한 적이 없는지를 충분히 고려해 보길 바랍니다.
치료 과정 역시 환자의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치료받도록 해야 합니다.
Q. 폴피리녹스 병용요법으로 치료했지만 종양이 진행됐습니다. 이전에 젬시타빈 기반 요법도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면, 오니바이드 요법을 사용해도 될까요?
이명아 교수 = 폴피리녹스 요법에 이리노테칸 성분이 있고 오니바이드의 성분 또한 이리노테칸입니다.
때문에 폴피리녹스 치료를 하다가 진행이 된 경우에는 기대 효과가 저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니바이드의 임상연구도 젬시타빈 기반으로 치료받은 후 진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젬시타빈 사용 경험이 있던 환자에게 2차로 오니바이드 요법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고된 연구들에서 폴피리녹스를 오랜 기간 쓴 다음에 진행한 환자에서도 오니바이드의 효과가 지속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앞선 폴피리녹스의 효과와 사용 기간, 휴약 기간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시도해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Q. 췌장암 1차 치료제들은 급여가 돼 있습니다. 오니바이드를 포함 2차 치료에 사용하는 치료제들도 모두 급여가 되나요?
이명아 교수 = 최근 췌장암 치료 급여 기준이 상당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짧은 치료 시간 동안 제한적인 선택지와 비용 부담을 안고 있던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죠.
대표적으로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요법을 1차 치료 외에 2차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니바이드의 경우도 급여를 할만 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최근에 받았습니다.
아직 급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급여가 돼 췌장암 환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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