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잊혀진 '에이즈'…"보건소 통한 조기 '예방‧진단' 중요"

[기획 Day by day]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날, 대한에이즈학회 김태형 기획이사
올해 '95-95-95' 캠페인 목표달성 위해 보건소 통한 '신속진단' 권고
PrEP 대상 확대 필요성 제기, 차별 금지 위한 의료인 교육도 진행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1-12-0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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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AIDS(에이즈) 혹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은 이전 '걸리면 죽는다'는 선입견과 다르게 현재는 약물치료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예방까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낙인과 질병에 대한 그릇된 혐오가 국민 인식 사이에 깔려있어 적극적인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선정, 매년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예방책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며, 국내 학회서도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홍보 및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메디파나뉴스는 이번 에이즈의 날을 맞아 대한에이즈학회 김태형 기획이사(순천향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사진)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에이즈 치료 현황과 예방‧진단을 위한 학회 활동을 조명해봤다.

◆낙인 짙은 질병 'HIV/AIDS'…인식 개선 및 치료 도모 위한 학회 노력
 
사회적 낙인과 혐오 대상이었던 HIV/AIDS는 1990년대 후반 세계 의학계는 해당 질환을 과학으로 해결, 약물치료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탈바꿈했고, 심지어 이제는 사회적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까지도 약물예방이 가능하게 됐다.

반면, 여전히 과학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르거나  진단을 기피하는 사람, 또 약값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다.

이에 대한에이즈학회는 진단이나 약물 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약물치료 보험급여 혜택 범위가 적절하게 확대되도록 관계기관 자문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HIV 감염인들이 차별없이 최신 의학지견에 따라 진료받을수 있도록 학회 회원 대상으로 정기적인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 차원의 HIV/AIDS 예방과 관리에 중요 정책을 제안하는 학회인 만큼 매년 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를 개최해 새로운 학술자료를 공유하고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개정을 수행한다.

특히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백신 접종을 우려했던 환자를 위해 학회는 백신 접종 및 부스터샷에 대한 한국형 맞춤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김 기획이사는 "코로나19 백신이 과거 타백신에 비해 이상반응 빈도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은 조절이 가능한 이상반응으로 HIV/AIDS 환자 역시 주치의와 상의 후 백신 맞는 것을 권고한다"며 "HIV/AIDS 환자는 백신으로 더 보호가 필요한 만성질환군임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여행제한, 자가격리 기간 등이 발생하면서 약 부족으로 치료 지연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국내에서 약을 타고 해외 체류중인 환자나 외국에서 처방받고 한국에 체류중인 환자의 경우 발이 묶여 처방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어 이미 치료제가 부족하지 않게 넉넉하게 처방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달라진 에이즈 종식 목표, '95-95-95'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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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0명 정도의 HIV/AIDS 환자가 발생하는 국내 HIV 감염인의 규모는 비슷한 사회경제 수준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사실 안심할 수 없다.

전세계적인 HIV/AIDS 기구인 'UNAIDS'가 지향하는 HIV/AIDS검진과 치료접근성 보장강화 '90-90-90' 캠페인(90% 이상 진단, 90% 이상 치료, 90% 이상 억제)이 이번해 3월부터 새로운 목표를 갖게됐기 때문이다.

UNAIDS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95-95-95 캠페인(95% 이상 진단, 95% 이상 치료, 95% 이상 억제) 기준을 달성하도록 목표를 지정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진단율이 65%에 그쳤고, 그 외에 치료와 바이러스 억제는 각각 87.5%, 90.1%로 UNAIDS 목표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기획이사는 "보건당국에서 오래전부터 보건소과 일부 관련 단체를 통한 무료검진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막상 검사를 받아야하는 분들이 쉽게 이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점과 사회적 낙인과 질병에 대한 그릇된 혐오 때문에 검사를 받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HIV/AIDS는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서 감염되는 질병이지만, 주된 증상은 성기 질병이 아닌 발열, 몸살, 설사, 인두통, 목의 림프샘염, 폐렴과 같은 전신적인 감염병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성병을 보건소에서 검사한다'는 생각 때문에 성기의 증상이 없거나 본인이 성생활이 활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보건소 이용이 더디다는 것이다. 

그는 "비유하자면 코로나19 감염이 중국여행 다녀온 분들에게 더 이상 의심하는 병이 아니라 현재는 일반적인 발열이나 기침을 하는 분에게 의심을 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HIV/AIDS는 진단이 늦어져 진행될 경우 암환자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면역저하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 폐렴, 망막질환, 뇌수막염이나 신경학적인 증상, 대상포진 등이 있을 때도 의심을 해야한다"며 "물론 이러한 질병이 있는 다수는 HIV와 관련이 없지만 드물게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HIV 검사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에이즈 극복 키워드 '보건소' 그리고 'P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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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가 제시하는 '국내에서 HIV/AIDS 부담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구하는 과학적인 방법'은 ▲누구나 쉽고 빠르게 진단, ▲빠른 (진단 즉시 당일) 치료시작 ▲고위험군의 노출전 예방요법(PrEP, Pre-exposure prophylaxis) 확대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사회적으로 극복해야하고 모든 국민이 무료 또는 저렴하고 빠르게 보건소 혹은 병원이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신속검사(현장검사)로도 검사가 가능해야 한다. 

김 기획이사는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전국 보건소가 무료 검진업무를 상당수 포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의학적으로는 진단과 동시에 하루라도 빨리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본인 건강회복과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 치료로 약 3-6개월이 지나면 바이러스가 미검출되는 시기가 오는데 규칙적인 치료로 바이러스가 미검출되면 배우자나 파트너가 감염되지 않는다는 U=U (undetectable = untransmissible)가 성립되기 때문에 이러한 긍정적인 목표를 위해서 모든 감염인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노출전 예방요법(PrEP)' 역시 학회가 꼽은 중요 키워드중 하나이다. 이는 HIV 감염노출 위험이 높은 비감염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요법으로 미국, 유럽, 태국, 대만 등에서 효과적인 발생률 감소가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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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의대도서관 유튜브>

이에 학회는 2017년 PrEP 진료지침을 개정, 지속적인 정책 개선을 제기함에 따라 최근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제한적으로 급여를 인정했다. 하지만 학회는 해당 요법의 본질을 위해선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PrEP은 의사나 의료기관, 보건당국이 주도하는 예방이 아닌 본인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예방이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사람들에게 폭 넓게 제공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약제는 HIV 예방 외 목적으로 오남용 될 소지가 전혀 없으며 노출 전 예방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복용을 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이용에 있어서 문턱을 낮춰줘야만 한다"고 제기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는 HIV/AIDS에 감염됐다가도 약물치료에 성공한 환자가 고령화되면서 일반적인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질병을 앓고 있다"며 "의학적으로 HIV와 무관하게 동반된 질환만 치료하면 되는 상태임에도 감염인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의료계에서도 이들이 차별없이 진료 받도록 노력해야하며 보건당국에서도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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