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사라졌나요? 보이지 않는 차별 아직 남아있어요"

[기획 Day by day] 1월 30일 세계 한센병의 날, 한센복지협회 김인권 회장(서울에스병원)
영양상태 개선, 치료법 개발로 2019년 이후 한국인 한센병 환자 없어
"과거 한센병 앓았던 재활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아직도 존재"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1-2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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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은 과연 무엇일까? 페스트나 천연두, 심지어 감기도 아니다. 바로 '한센병'이다.

인간이 문자를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문헌에 등장한 한센병은 한때 '문둥병'이라는 이름으로 맹위를 떨쳤다.

일단 병에 걸리면 '나병' 바이러스가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해 조직을 변형시켜 피부 괴사가 일어나 외형이 일그러진다.

이런 이유에서 환자들은 공동체에서 추방돼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소록도'에 격리돼 치료가 진행됐으며 아직도 약 300여명의 환자들이 모여 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2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연간 1만 명당 1건 미만으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한국을 한센병 완치 국가로 분류했다.

하지만 과거에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이 있고 외국 국적 환자가 종종 나오고 있어 사회적 관심과 치료 과정에 재활이 필요하다.

메디파나뉴스는 오는 1월 30일(1월 마지막주 일요일) '세계 한센병의 날'을 앞두고 한국한센복지협회 김인권 회장(서울에스병원 외과, 사진)을 만나 한센병 현주소와 협회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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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견 변하는 한센병, 단순 피부질환 아닌 전염병"

한센병에 걸리면 외관상 피부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과거에는 피부병의 하나로 인식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병은 분명한 '전염병'으로 치료 이후에도 재활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한센병은 나병균에 의해 신경마비로 감각이 소실된다.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날씨변화를 이기지 못한다"며 "가장 문제는 피부가 괴사가 되면서 손과 발, 얼굴형태가 손상된다는 점이다. 한센병을 완치해도 후유증은 남아 일반 사회에 섞여 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한센병 질병 퇴치와 연구, 치료 이외에도 한센 후유증 장애인들에 대한 재활과 복지에도 관여하고 있다.

과거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던 시절의 한센병은 피부만 닿아도 전염되는 무서운 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편견과 달리 감염력은 결핵균보다 100배나 약하고 BCG 접종만으로 예방되는 질환이다.

국내 한센병 환자는 지난 2008년부터 한 자릿수를 보이다가, 2019년 이후 한국인 한센병 환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 국내 등록환자 9,000여 명…2021년 외국 국적자 2명 감염

그럼에도 과거 한센병에 걸렸다가 치료와 재활 중인 환자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나라 한센병 등록환자는 약 9,000명 정도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환자는 4,000여 명에 달한다.

또한 우리나라 국적이 아닌 외국 국적 주재민 중 새롭게 한센병에 걸리는 사례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새롭게 한센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2명인데 모두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들이 한센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근무하던 공장과 교회에서 우려가 컸다고 한다"며 "과거에는 외국인 발병 환자를 즉시 추방했지만, 지금은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센병은 현재 거의 사라진 전염병으로 간주돼 일반병원에서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센복지협회 역할이 중요하다.

김 회장은 "이번에 감염된 환자도 처음에 대형병원에 가서도 진단을 못 받았고 한센병이 의심돼 조직 검사지를 협회에 보내 확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센 바이러스는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전체 스크리닝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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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한센시설 안된다" 여전히 낙인 찍힌 한센병

19세기 한센병 발견 당시, 의학계에서는 "이 병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니 격리만이 유일하다"고 규정했다.  

특히 병 특성상 환자 외형이 아주 끔찍해져 혐오반응이 다수였다.이런 이유에서 일제시대 소록도에 격리됐고 이들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후 영양상태가 좋아지며 새롭게 한센병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내에는 약 9,000여명 정도 한센병에 걸렸던 환자가 있다.

이들은 피부 괴사와 형태변화로 일상생활이 힘들기에 꾸준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한센복지협회 산하 전국 11개 지부에서 환자를 관리하는데, 21세기인 현재에도 시설 자체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실정이다.

김 회장은 "한센복지협회 서울지부가 노후화돼 이전하려고 했는데 지역 주민의 반대로 이전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님비 현상(NIMBY:not in my backyard)을 보니 아직 소외감이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 감염병은 다시 돌아올 수도…"균주배양 정부가 나서 관리해야"

협회의 역할은 한센병 환자 치료와 재활뿐만이 아니다. 바로 이 '나병'균에 대한 연구와 바이러스를 배양해 균주 유지도 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전염병 특성상 언제든 유행이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 실제로 결핵도 절멸했다가 다시 유행한 바 있다.

김 회장은 "나균 자체가 배양이 어려운데 쥐의 발바닥에는 살아있을 수 있다. 협회 산하 나병연구원에서는 다음 세대 계대배양을 하며 한센균을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바와 같이 전염병 관련한 대비는 그 나라의 국력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런 바이러스 관리 문제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영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바이러스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균들은 그 나라마다 특색이 있기에 현재 협회가 유지하고 있는 한센균을 포함한 바이러스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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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장 연임, 향후 3년간 과제는?

지난 3년간 임기에 이어 올해부터 또다시 3년간 협회장을 맡은 김인권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그것은 바로 한센복지협회 역할 변화이다. 새로운 한센병 환자가 사실상 사라진 만큼 이에 맞춰 협회도 진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협회 중앙회 건물조차 없이 떠돌 상황에 봉착했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한 한국한센복지협회는 지난 1975년 이경재 신부가 성 라자로 마을을 만들며 50년간 임대해줬다. 이제 2025년 계약 만료를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김 회장은 "새롭게 땅을 구해서 건물을 지으려고 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있다. 현재 천주교 측과 임대 연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비단 중앙회 뿐만이 아니라 지부에서도 건물 노후화가 심하다. 그러나 새롭게 단장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한센 재활 환자들 케어에도 한계가 있어, 정부에 이동진료 버스 충원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지역 곳곳에 한센병을 앓았던 환자들이 있는데, 코로나 사태 속에 보건소에서 케어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이동차량을 통한 방문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이 버스가 중앙회에 한대 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동진료소를 늘려 권역별로 관리할 수 있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Behind: 의사 김인권, 한센병 치료에 나섰던 배경은?

김 회장이 전공의 시절이던 1975년 당시 국내법상 무의촌에서 6개월 인턴을 해야 다음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이때 그가 근무한 곳이 바로 소록도였다.

당시 3,500여 명의 환자가 있던 이 소록도 근무 인연을 시작으로 공보의도 소록도로 지원했고, 이내 한센환자의 손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 성장했다.

이후 그는 나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애양원에서 40년간 근무를 하며, 사회에 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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