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희망 치료제'된 '제줄라'‥'유지요법' 의미 재정립

[연중기획 희망뉴스] 지난해 10월, BRCA 변이 난소암 1차 유지요법 급여 확대
유지요법 통해 '재발' 위험 크게 낮춰‥1일 1회 복용으로 복약 순응도 및 삶의 질 향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3-08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지속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난소암' 3기를 진단받았을 때 김 씨(49세)는 말 그대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결국 김 씨를 움직였다. 

김 씨는 힘든 항암화학요법을 끝낸 후, 2021년 11월부터 다케다제약의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 '제줄라(니라파립)'로 유지요법을 진행 중이다. 

항암화학요법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현재 제줄라 치료는 김 씨에게 일상생활의 기쁨을 제공했다.

"항암화학요법이 끝나고 주치의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제줄라로 '유지요법'을 하자고 권했어요. 그리고 그 선택에 있어 후회는 없습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산부인과 조치흠 교수<사진>는 그동안 수많은 난소암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조 교수는 PARP 억제제가 난소암에 사용되면서, '유지요법'이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4~5년 전만 해도 난소암 3기 이상 환자들의 생존율은 25~30% 수준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난소암 환자 10명이 2년간 치료를 받으면 이 중 5명만 생존하고, 여기서 또 5년이 지나면 2~3명 정도만 살아있는거죠.

그러나 PARP 억제제가 등장하고 유지요법이 표준 치료가 되면서, 이제는 치료 5년 후에도 전체 환자 10명 중 5명이 생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엄청난 진보라고 볼 수 있죠. PARP 억제제 유지요법을 통해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 난소암 수술에서 치료, '일상생활'을 찾기까지 

지난해 김 씨는 복부에 가스가 차는 듯한 느낌이 꽤 오래 간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배를 만져보니 아랫배 부분에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아랫배에 만져지는 이물감을 신경쓰고 있던 김 씨는 곧바로 산부인과 의원을 찾아갔고, 결국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김 씨가 2021년 5월, 계명대 동산병원에 방문했을 때에는 혹이 매우 큰 상태였다. 게다가 염증 수치도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수술을 먼저 해야 했다.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75%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3기 시점에 진단받게 된다.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세 가지 암의 발병 위험이 높다. 

이 중 자궁내막암의 경우 출혈이라는 명확한 증상이 있기 때문에 일찍 내원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난소암은 이에 비해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진단받는 시기가 다른 여성암에 비해 상당히 늦다. 

"난소암 환자들은 주로 복부 팽만감을 많이 느끼는데, 이 증상을 체감한다는 것은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씨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난소 및 자궁을 모두 수술로 제거했다. 이후 조직 검사를 통해 'BRCA1 변이 난소암'을 확인 받았다. 

과거 난소암 치료는 흔히 '어렵다'라고 판단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효과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약들이 개발되면서 난소암의 치료 성적도 개선되고 있다. 

김 씨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았다. 1주기에는 파클리탁셀(paclitaxel)+카보플라틴(carboplatin) 2제 병용요법을 시행했고, 2~6주기에는 베바시주맙(bevacizumab)+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3제 병용요법을 실시했다. 

"수술 이후 항암화학요법을 6주기 받았습니다. 1주기 때는 매우 힘들었어요. 구토 증상이 있어 일주일 간은 음식을 거의 못 먹었거든요. 손발 저림도 있었어요."

난소암 환자들은 수술 후 1차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 1차 치료에 환자들의 초기 반응률(initial response)은 90% 정도다. 즉, 약 90%의 환자들은 관해(remission)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관해에 도달한 환자 중 약 70%는 2년 내 재발한다. 그만큼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이다. 

그래서 조 교수는 항암화학요법을 완료한 김 씨에게 '제줄라'를 권장했다.  

"작년 11월 말부터 복용하기 시작해, 현재 3개월 정도 제줄라를 먹고 있습니다.

캡슐 두 개를 하루에 한 번 먹기 때문에 정말 편해요. 저는 잠들기 전, 매일 밤 9시 50분에 규칙적으로 제줄라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전 치료 과정에서 경험했던 부작용은 전혀 없으며, 일상생활도 잘 하고 있어요."


◆ '난소암'에서 '유지요법'이 갖는 의미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1차 이후 재발을 겪는 환자가 약 85%에 달할 정도로 치료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난소암은 재발이 반복될수록 무진행 생존기간이 단축된다. 따라서 난소암은 재발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이 치료의 주요 목표다.

그런데 PARP 저해제는 난소암에서 초기 치료 후 항암 효과를 더 길게 유지해, 재발을 방지하는 '유지요법'을 도입시켰다. PARP 억제제 덕분에 난소암은 '장기 생존'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만큼 큰 발전이 있었다.

이미 PARP 억제제를 통한 유지요법은 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표준 치료로 언급되고 있다. 

"난소암의 재발을 막는 역할을 하는 약제가 PARP 억제제입니다. 

물론 PARP 억제제를 통한 유지요법을 시행하더라도 재발을 경험할 수 있어요. 다만 유지요법 환자들의 재발률이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확실히 차이를 보입니다."


난소암은 여러 연구를 통해 BRCA 변이, 상동재조합결핍(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 등의 바이오마커(biomarker)가 발견됐다. 

제줄라는 BRCA 변이 등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백금 기반 요법에 반응한 난소암 환자의 1차 유지요법에 사용할 수 있다. PRIMA 연구에는 재발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줄라는 모든 환자군에서 효과를 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제줄라는 1차 백금기반요법에 반응(CR 또는 PR)한 BRCA 변이 난소암 환자 유지요법에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 적용됐다. 

"제줄라는 PRIMA 임상을 통해 BRCA 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난소암 환자에서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습니다. 생존율과 관련된 데이터 또한 우수하게 나타났죠. 

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생존율'인데, 제줄라는 확실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줄라와 같은 치료제는 의료진에게는 전쟁터의 총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난소암에서 1차 유지요법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의료진과 난소암 환자 모두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위험과 불안감을 안고 있다. 1차 치료 이후 PARP 억제제 사용으로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환자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제줄라는 명확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내 가족에게도 편하게 권할 수 있어요. 

난소암은 첫 치료에서 관해에 도달했다가 재발을 경험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유지요법으로 재발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만 있다면 당장 써야죠. 이미 유지요법은 난소암 치료의 기본이자 표준 치료가 됐습니다."


치료제가 생존율의 우수함을 보여줬다면, 그 다음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이 '삶의 질'이다. 

여기서 제줄라는 복약편의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제줄라를 사용한 환자들의 반응이나 만족도 역시 긍정적입니다. 

치료 효과를 넘어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 강점도 있고요. 제줄라는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 최대 73%으로 높고 평균 반감기가 36시간으로 깁니다. 이로 인해 국내 허가된 PARP 억제제 중 최초로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죠.  

항암 치료를 받은 이후의 환자들은 체력이 많이 약해져 있고 삶의 질이 하락해 있는 상태인데, 1일 1회 복용 방법은 치료 순응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울러 제줄라는 환자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개별맞춤형 용량으로 처방할 수 있고, 처방량 조절을 통해 이상반응 관리도 합니다. 약제 용량을 조절한다 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감소되지 않기에 부담없이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처방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그동안 난소암 치료 환경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환자들에게 절대 '희망'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물 치료를 받으면 정말 힘들어했어요. 

의료진들은 환자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계속 신경을 씁니다. 종양만 치료한다기보다는 환자의 정신적·심리적 안정까지 고려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의료진을 믿어 주세요. 

제줄라처럼 우수한 표적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앞으로도 난소암은 다양한 치료제들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잃지 말고 반드시 생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김 씨도 난소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상황을 똑똑히 기억했다.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울었지만, '의료기술이 많이 좋아져 금방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저 역시 처음 난소암을 진단받았을 때 많이 속상하고 낙담했죠. 그렇지만 이미 생긴 일이 없던 일이 될 수 없잖아요. 다른 환우분들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치료에 전념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굳게 가져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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