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예 '핵의학과' 진료영역 확대로 활로 모색"

[기획 전.학.시] 대한핵의학과 민정준 회장
2014년 양전자단층촬영 검사 급여기준 변경에 타격
핵의학과 미래 먹거리 '테라노스틱 방사성의약품' 활성화에 집중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1-0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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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그 나라의 청년들을 보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은 "의료계 인기과를 보려면 전공의 지원율을 보라"라는 말로 변용될 수 있는데 최근 마무리된 2022년 전공의 모집 현황을 보면 의학계 기피과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외과, 응급의학과와 더불어 저출생 영향으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이런 오명을 쓰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모집에서 최하위 기록은 어느 과일까?

그것은 바로 '핵의학과'이다. 대한핵의학회에 따르면 2022년 전공의 전기모집에서 정원 22명에 3명이 지원, 최하위 지원율 13.6%를 기록했다.

핵의학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서 인체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사선과학 분과 학문으로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전문의는 전국에 254명이다.

소수정예 전공의를 뽑는 과임에도 지원자가 한 자리 숫자에 그쳐 과의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

하지만 이런 성적표를 그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한핵의학과 민정준 회장(화순전남대병원, 사진)은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진료영역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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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전자단층촬영 검사 급여기준 변경으로 진료영역 축소"

핵의학은 방사선이 나오는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추적자로 사용해 인체 정보를 얻어 생리와 병리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일례로 환자에 방사선의약품을 주사해 이것이 전신에 퍼지면서 병이 있는 부위로 모일 때 영상촬영을 통해 진단한다. 

방사성의약품이 온몸에 퍼지면 병변에 흡수돼 천천히 이를 없애게 되는데 이런 기전을 바탕으로 치료에 나서며 신경과학, 심장학, 종양학, 정형외과학 등 다양한 과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다. 즉 인체장기와 조직세포단위의 기능과 형태를 동시에 관찰하는 첨단 전문의학 분야이다.

핵의학과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바로 지난 2014년 F-18 FDG 양전자방출단층촬영(F-18 FDG-PET) 검사 급여기준이 변경되면서 진료영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민 회장은 "F-18 FDG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은 이전 대비 진료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각 임상 진료과들도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공동대응을 통해 심사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심평원과 함께 진행해 2개의 암종에서 개편된 심사기준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암 환자들이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공존하도록 학회에서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신입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있으며 최근 6년 동안에는 중도 탈락률도 급증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복지부의 전공의 정원 합리화 계획 때문에 인턴정원이 감소하고 인턴 수련동안 핵의학 수련기회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

민 회장은 "지난해 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의 전공의를 위한 수련교과과정 개편사업에 참여해 전공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향후 5년 동안의 역량강화 수련교육 발전계획을 수립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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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의학과 미래 먹거리 '테라노스틱'…진료영역 확대 노력

첨단 전문의학 분야로 미래사회에서 역할이 있는 과인 만큼 핵의학 의료의 다변화와 발전적 전망을 보여주기 위해 학회는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핵의학과의 미래 먹거리가 '테라노스틱(theranostic) 방사성의약품' 이라고 보고 국내 도입 및 진료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라노스틱은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 Diagnostics)의 합성어로 동일한 표적 분자를 사용해 치료 및 진단적 방사성동위원소 요법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 회장은 "테라노스틱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표적 방사성의약품 치료의 확산을 위한 임상시험 지원과 제도 개선을 주요 현안으로 삼고 있다"며 "방사성의약품 치료는 '치료제'로 분류되지만, 약리적 효과보다는 방사선이라는 물리적 효과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항암제와 다르고, 일반적 방사선치료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사성요오드 치료밖에 없던 시기에 산정되어 수십 년째 큰 변화가 없는 핵의학 치료 행위분류 개선 및 수가 현실화 작업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지면 일선 의료기관에서 핵의학 치료를 도입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현재 여러 제약사가 진행 중인 방사성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학회는 가이드를 지원하고 보건복지부,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도 소통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학회는 영상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영상기술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의 신기술도입과 기존 검사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중요한 이슈라고 보고 정책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민 회장은 "이미 지난 10여 년 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신경내분비종양, 뇌종양, 전립선암 등에 특화된 PET 영상기술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여 임상 도입되었고, 해당 질환 진료에서 필수적인 영상검사로 자리 잡았다"며 "수가에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환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지도록, 학회 차원에서는 건강보험 급여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민 회장은 지난 1년 임기 동안 핵의학 진료에 필수 항목인 방사성의약품의 공급 문제해결 및 적용 범위 확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공급 또는 수입 중단 방사성의약품의 긴급도입의약품 허가를 통한 핵의학 진료 공백 최소화 ▲방사성의약품 이용 활성화 TFT 설립 및 운영을 통한 방사성의약품 적용 영역 확대 ▲국내 미공급 방사성의약품 치료제의 국내 도입 가속화 ▲핵의학 분야 신의료기술의 신속한 국내 도입 및 임상 적용 등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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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및 진단 검사 특화 핵의학과 "코로나19 영향 크지 않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일상생활뿐만이 아니라 의료계에도 큰 파장을 미쳤다. 하지만 핵의학과는 이 충격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핵의학과 진료는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이뤄지고 있고, 외래나 입원 환자의 대면 진료보다는 영상 및 진단검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상이 주로 종양, 뇌신경질환, 심장혈관 질환 같은 중증질환이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진료량 감소 등과 등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았던 것.

다만, 핵의학 영상검사 시행 후에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코로나19 환자의 밀접 접촉자가 되는 경우가 있어, 이로 인한 관련 직원들의 격리 등으로 핵의학 진료에 차질은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확진된 환자의 핵의학 검사를 어떻게 안전하게 시행하느냐는 이슈도 대두됐다.

민 회장은 "학회는 대한감염학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감염 환자 및 의심 환자에서 핵의학 검사 및 진료 지침'을 정리해 발표했다"고 돌아봤다.

이 지침은 질병관리청의 의료기관 지침을 원칙으로 국제원자력기구 및 세계 핵의학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환자 이송, 기구 소독, 검사 관리, 직원 관리, 환경 관리, 세탁물과 폐기물 관리의 내용까지 포함했다.

코로나 이슈와 '전공의 지원율 최하'라는 어려움 속에 임기 1년 반환점을 돈 민정준 회장은 남은 임기동안에도 핵의학 진료영역 확대를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 회장은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방사성의약품의 활용도를 넓히고, 전립선 암의 68Ga-PSMA와 같이 새롭게 도입되는 방사성의약품이 잘 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인적자원인 젊은 핵의학자와 핵과학자들의 의사, 연구자, 기업인, 리더로서의 자질을 높이고, 그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핵의학의 본질을 대중들에게 잘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학술 프로그램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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