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변화로 정신질환 치료…최면, 의학이자 과학"

[기획 전·학·시] 대한최면의학회 변영돈 회장(변영돈신경정신과의원)
최면의학 발전 3대 장애물 '낮은 수요·쉬운 진입 장벽·의료시스템'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1-17 06:08

20220114221817_vohgofdd.jpg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편한 쇼파에 누운 사람에 다가와 줄이 달린 시계를 흔드는 모습. 들숨과 날숨을 느끼다 "레드썬" 이라는 말로 유도하면, 이내 의식 밖에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이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아는 '최면'의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을 위해 목격자 대상으로 최면 수사를 하는가 하면, 최면술을 통해 전생 기억을 알아내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최면은 과학적 현상이고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분야인 만큼 의학적으로도 연구되고 있고 치료로 활용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모여 이 '최면치료'를 연구하는 대한최면의학회(이하 의학회) 변영돈 회장(변영돈신경정신과의원,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의학적 측면에서 최면을 조명해봤다.
 

1. 최명돈.jpg


◆ "최면치료, 불안장애, 우울증 정신과 영역 치료에 활용"

최면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동작 등 신호를 통해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학 범주에서는 불안장애, 우울증, 해리장애, 조현병, 양극장애, 불면증 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변 회장은 "사람이 어떤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면 정신 상태와 뇌 기능이 바뀌면서 편안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 시기를 기반으로 정신과적 치료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면을 유도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지만 의사들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활용하는데 의사와 환자 관계 맥락에서 의사가 말과 행위를 이용해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기능을 변화시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뢰와 믿음의 바탕 위에 의사의 말이 환자에게 그대로 이뤄지는 것. 그것이 바로 최면치료의 기본이다. 

변 회장은 "최면은 의학적 정신 치료의 모태가 되었으며,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최면 현상을 이용해 정신적, 육체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현대 의학의 한 분야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누구나 다 최면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spiegel 박사 연구에 따르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뇌 혈류 상태를 체크해보면 최면성이 높은 사람들은 뇌에서 피의 흐름이 활발했다.

즉 선천적으로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어 이를 고려해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변 회장은 "불안증, 조현병의 뇌 사진을 찍어보면 정상인과 똑같다. 과거 트라우마나 경험들 때문에 '뇌'라는 소프트웨어가 고장 난 경우가 있다. 최면상태를 유도해서 병에 맞는 암시나 상상을 유발해 병을 완화 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안장애 환자는 뇌세포들이 흥분되어 있다. 최면을 유도하면 뇌세포가 진정이 되면서 불안의 전압이 떨어진다"며 "뇌세포 흥분이 말초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데 이 불안한 감각을 없애는데 최면치료가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404040.JPG


◆ 변 회장과 함께 성장한 의학회‥최면 불모지에서 학회 발전

변영돈 회장이 국내 '최면 의학'이라는 불모지를 개척한 인사인 만큼 그의 행보가 곧 최면의학회의 역사이다.

서울의대 정신과 과정을 마치고 그는 미국 하버드대 정신과 Visiting 교수(외래교수)와 스탠포드 의대 정신과 Visiting 학자로 있으며, 최면의학 미국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1990년대 국내로 들어왔다. 이 자격을 바탕으로 최면을 전문으로 할 수 있는 개인적 토대이자 학회 참여가 가능했다.

변 회장은 "미국에서 배울 때는 학문이 완전히 세팅된 분야인 줄 알았는데 국내로 들어와 보니 아니었다. 이후 한국 환자 치료를 30년 넘게 하면서 기술과 이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업 초기 일반 정신과처럼 약물치료, 면담 치료를 병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최면으로 알려져 현재는 이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변 회장을 포함한 최면 치료를 하는 소수 정신과의사들이 모여 1987년 10월에 대한최면치료학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월례집담회, 독립적 워크숍 및 신경정신의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갔다.

대부분 신학문이 유입될 때는 반발이 있는데 최면도 초기에는 이런 벽에 부딪혀 의료계 내 자리를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변 회장은 "최면 치료 도입 초기에 약물치료, 다른 정신적 치료의 분야에서 견제와 저항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집단치료, 행동치료, 정신분석의 모태가 되었으며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최면 현상에 대한 이해는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는 의사들에게도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매년 최면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으며 학술논문으로는 최면에서의 뇌파 특성에 관한 연구, 최면에서의 전생 기억의 발생 기전에 관한 연구 등이 국제학술지에 등재된 바 있다.
 

1111111.jpg


◆ '낮은 수요'·'쉬운 진입장벽'·'의료시스템' 최면의학 발전 한계점

최면의학회 역사는 35년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최면치료를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최면 특성상 당사자가 최면을 원해야 하는데, 이런 수요 자체가 일단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변 회장은 "지금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 개 군에서 전공의들에게 최면의학을 가르치는데 최면의학을 알아도 최면의사가 되는 경우는 많지는 없다. 무엇보다 실습 기회가 많아야 하는데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면을 할 때에는 가족이나 환자가 동의가 필요한데, 약물치료와 면담치료 등등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다해보고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현재는 최면치료를 하는 겸하는 정신과 의원이 전국적으로 약 10여 곳에 불과하다.

아울러 최면에 대한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최면 의학이 가볍다고 폄하되는 때도 있다. 

변 회장은 "최면은 약물이나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누구나 유도기술은 간단히 배울 수 있기에 여기저기 최면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치료적 측면에서 깊이 들어가면 신체구조와 생리, 약물기전 등을 알아야 할 것이 많은데 일반 최면 자격인은 이런 이해가 부족해 치료할 수 없다"며 "의사가 아니더라도 최면술사가 될 수 있으니 최면의학에 대한 대중적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최면술을 배운 일반인들의 활동으로 최면의학 자체가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 이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면의학회가 봉착한 문제이다.

끝으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점은 바로 '3분 진료'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한다.

변 회장은 "미국에서는 정신과 병원에 가면 한 환자만 한 두 시간씩 진료가 진행되며 수가도 충분히 높다. 하지만 한국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라도 한 환자를 5분 이상 보기 힘들다. 따라서 대형병원에 최면 의학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회장은 국내 최면의학의 선구자로 학회가 발전하는 것에 계속 주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변 회장은 "지속적 임상 및 실험적 연구와 공부를 통해 회원과 비회원들에게 최면 현상을 좀 더 활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학술적 업적도 국내외적으로 차근차근 쌓아가고, 최면의학전문의를 키워내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 작성자 비밀번호 확인 취소

    나**2023.06.11 06:41:00

    우리아이(99년생, 남)가 기사의"불안장애 환자는 뇌세포들이 흥분되어 있다..." 에 해당되는것 같습니다. 일본유학가서 코로나시국에 3년간 혼자있다보니 어릴때부터 잠재되어있던 불안증세가 터져버린것 같은데... 권위있는분으로부터 최면치료를 받고싶은데, 변회장님 연락처를 알수 있을까요?
    010-8779-3264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