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혈압 측정, 환자 '동기부여'로 치료 전반 개선 가져올 것"

[기획 전·학·시]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가정혈압포럼 회장
가정혈압, 백의·가면고혈압 등 이상 고혈압 수치 잡아내…환자 치료 순응도 및 치료 개선 향상에도 도움
의료진, 환자 낮은 인식도 여전히 숙제…학회 차원 대국민 홍보·교육·자료 배포 진행

박선혜 기자 (yourname@medipana.com)2022-05-16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고혈압'은 국내 30세 이상 인구 중 약 30%의 유병률을 보이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전단계까지 합칠 경우 국민 절반이 고혈압·고혈압 전단계 상태로, 이는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등 국내 주요 사망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주의 및 사전관리가 요구된다.

이에 관련 학회에서는 가정에서 간편, 정확하게 혈압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가정혈압'에 대한 중요성을 제기하며 지난해 5월 '가정혈압관리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 경우 질환 인지율 70%, 치료율 66%에 그치는 등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데다 지침 발간 1주년이 된 지금까지도 가정혈압 측정이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더 적극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디파나뉴스는 대한고혈압회 가정혈압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노인병내과 교수를 만나 가정혈압 측정 중요성과 임상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평소보다 '높게' 혹은 '낮게', 이상 수치를 잡아내는 '가정혈압'

학회에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첫번째 이유는 혈압 측정 시 상황에 따라 혈압 수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일례로 병원에서 혈압을 잴 경우, 긴장감으로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백의고혈압이나, 오히려 진료실에서 혈압이 낮게 측정되는 가면고혈압을 겪을 수 있다. 

김철호 교수는 "혈압은 자기가 느끼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교감신경과 자율신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변화한다. 진료실 혈압은 교감신경과 자율신경의 변화를 많이 받기 때문에 실제로 진짜 혈압보다 높게 측정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압을 측정하는 주요한 보조수단으로써 가정혈압이 중요한 이유다. 뿐만 아니라 가정혈압 측정은 환자들에게 고혈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며, 치료의 적극성과 혈압 조절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가면고혈압은 진료실에서 혈압 측정 시 고혈압 전단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고혈압 전단계를 보이는 사람들이 집이나 회사 등에서 자가 혈압을 측정하면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할 수 있다. 일단은 고혈압 전 단계의 사람들, 즉 고혈압 경계부의 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씩 진료실 외 혈압을 측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가정혈압은 '심혈관질환' 예후를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진료실 외 혈압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유럽에서는 24시간 활동 혈압을 중요시하고, 일본에서는 가정혈압 측정을 강조하는데 심혈관질환 예측에 가장 좋은 것은 '야간혈압'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이 24시간 활동혈압이고 주간혈압 순이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야간 혈압은 대체로 주간혈압 보다 낮은데, 야간혈압이 높으면 주간혈압도 굉장히 높게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심혈관 질환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를테면 가정에서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측정했을 때 자기 전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질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가정혈압이 135mmHg(수축기압)이면 진료실 혈압은 140mmHg으로, 평균 5mmHg정도 낮기 때문이다. 

즉, 야간에 측정한 혈압이 120mmHg인 사람이 병원에서 측정할 시 140mmHg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야간혈압이 120mmHg인 사람과 병원혈압이 140mmHg인 사람의 위험도는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대개 아침혈압과 야간혈압이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보다 예측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일반적으로 가정혈압이 진료실 혈압보다 심혈관질환을 잘 예측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달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가정혈압관리지침'을 발표하며 환자에게 적극 가정혈압을 권고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는 진료 시 가정혈압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혈압 측정법, 측정기기 관리법 등을 교육하고가 정혈압 수치를 적는 수첩을 제공하고 있다.

◆지침 발표 1주년, 여전히 낮은 '활용도'…"환자·의사 모두 인식 개선 필요"

가정혈압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미국∙유럽∙일본 등 각국의 주요 학회에서는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간했다. 뒤를 이어 대한고혈압학회도 지난해 5월 '가정혈압관리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임상현장에서 '가정혈압'에 대한 인식이 기대에 비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오므론헬스케어가 전국 30~69세 고혈압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가정혈압 관리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가정에서도 꾸준히 혈압을 측정한다는 응답 비율은 40.7%였고, 가정용 혈압계를 사용하는 201명 중 매일 혈압을 측정하는 사람은 11.4%에 불과해 임상 현장과 환자 모두에서 가정혈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환자에 대한 가정혈압을 권장하는 부분에 대해 최근에도 높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나라 대비 우리나라 의료진의 가정혈압 권장에 대한 부분은 다소 낮다"며 "수가 등 제도적인 부분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명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인식도 재조사 등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임상현장에서 가정혈압에 대한 인식이 기대 대비 높지는 않다. 물론 많은 의료진이 고혈압을 진단하기 위해 가정혈압 진단이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의사의 권고와 더불어 임상현장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혈압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면 좋을 것"이라고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의사의 권고에 따라 가정혈압을 열심히 측정하는 환자분들은 혈압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가정혈압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의료진과 환자 각각에게 가정혈압 이점을 다시금 전달했다.

김 교수는 "의료진에게 가정혈압은 가면고혈압 환자를 발굴하는 것, 백의고혈압 현상을 필요 없는 투약을 배제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아침 혈압과 저녁 혈압을 비교하고, 둘 중 하나가 높으면 약제나 약제 투약시간을 변경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는 환자 치료가 더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환자들이 가정혈압을 스스로 측정하게 되면 꾸준한 혈압관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복약순응도가 좋아지고 이로 인해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환자에게는 본인 스스로 동기부여 차원에서 가정혈압을 적극적으로 측정하는 게 좋다고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학회는 가정혈압포럼을 통해 가정혈압 측정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을 통해 가정혈압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공공장소 속 혈압계, 측정법 바로 알아야…'인증' 기기 통한 가정혈압도 중요 

국내 가정혈압 측정 인식도가 낮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공공장소 혈압계 비치'가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은행, 약국 등 공공장소에 혈압계가 비치돼 있어 일상에서 혈압 측정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고혈압 환자가 아닌 사람이 가정용 혈압계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공공장소에 비치돼 있는 혈압계가 많아 구매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배경이 그렇다보니 환자 중 가정용 혈압계를 보유하고 있는 정도는 의사의 권고하는 수준에 따라 다를 거라 예상한다. 직접 진료하는 환자 경우에도 40% 정도만 혈압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장소에 비치된 혈압계 경우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거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환자가 아닌 경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혈압은 진동폭으로 측정하게 되는데, 두꺼운 패딩점퍼을 입고 그 위에 커프를 착용한다든지, 커프를 팔뚝 심장 높이에 차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분당서울대병원에서도 외래 심장센터에 전자혈압계가 5대 비치돼 있지만 종종 잘못 측정한 환자 수치가 진료 기록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러면 설명하고 다시 측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장소에 구비된 혈압계를 사용해 측정해도 좋지만 커프, 혈압계의 위치, 환자 복장 상태 등 올바른 상태를 인지하고 측정해야 정확한 수치를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정혈압을 측정하는 환자 경우엔 '국제 인증 표시'가 있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가정용 혈압계는 검증된 프로토콜을 통과한 혈압계 사용이 권고되는데, 국제 인증 기준을 받지 않은 경우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향후 가정용 혈압계 속 수치가 휴대폰에 자동으로 기록되는 기술이 발전하고, 또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록된 스마트폰 데이터를 의료기관에서 자동으로 병원 EMR 전자 차트로 옮기는 연동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고,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의료정책 재정비라는 숙제만 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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