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의사·환자 '인식' 향상 먼저…약제 급여도 급선무"

[기획 전·학·시] 대한심부전학회 강석민 회장
환자·의사 인지도 떨어지는 '심부전', 고령환자 조기 발견 및 치료 위한 대국민 캠페인 진행
ATTR-CM 환자, 발견 어렵고 치료 더욱 힘들어…환자 100% 부담으로 치료 접근성↓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2-05-09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면서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은 나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심부전'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면서도 발병 5년 이내 절반이 사망할 정도로 위중한 질환이다.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주로 심장 질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증상은 호흡 곤란, 다리 부종, 만성 피로 등으로 특이적이지 않아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심부전은 일반인에게도 경각심과 인식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새로운 치료가이드라인에 의사들의 적극성이 떨어져 있는 만큼 치료 전환도 더딘 편이다. 

특히 희소난치성 심부전 질환 중 하나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은 의료진·국민 모두에게 인식이 부족한 만큼 환자를 찾아내기도 어렵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도 힘들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새롭게 취임한 대한심부전학회 강석민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을 만나 학회가 바라보는 국내 심부전 관련 문제점과 앞으로 임기 동안 해결해야할 과제를 짚어봤다.
◆ 임기 동안 첫 번째 계획 '인지도 향상'…질환 인식 떨어지는 '고령' 환자 잡아야

대한심부전학회는 심부전 치료 및 연구를 위해 2003년 대한심장학회 산하 연구회로 창립됐다. 2018년 3월 대한심부전학회가 정식 출범한 이후로 5년째 국내 최고 심혈관계 심부전분야 전문가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강석민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대한심부전학회 새 집행부의 장으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강 회장이 이번 임기동안 가장 무게를 둔 사업 과제는 '대국민 심부전 인지도 향상을 위한 홍보 강화'이다. 

그에 따르면 심부전은 나이가 듦에 따라 유병률은 올라가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가 많은데, 본인이 무슨 병인지 모르고 약을 처방 받는 경우도 있다. 

2020년 40~69세 성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한 질환 인식 조사에서도 심부전 질환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1.5%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질환 인지도를 보였다. 또한 질환별 증상을 알고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 전체 응답자의 약 18.8%만이 심부전 증상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대부분 심부전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는 대표적 증상인 호흡 부전, 부종, 만성피로 등에 대해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해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찾와았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치료 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상황일 때가 많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이처럼 고령 환자에게 심부전이라는 질환 정보와 복약 필요성, 관리법 등에 대한 교육적인 홍보를 통해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심부전의 인식 확대를 위해 매년 유튜브, 토론회, 심부전 바로알기 캠페인 등 여러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여러 행사를 개최할 방침이다.

강 회장은 "심부전은 환자가 병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꼭 심장내과 전문가한테 찾아가서 진료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환자들 중 불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약을 먹거나 한약에 침을 맞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병을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방과 재활, 약물 복용, 영양, 운동 다방면에서 관리가 중요한 질환인 만큼 심부전을 진단 받은 환자들이 말기 심부전으로 진행되지 않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환자 스스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 계획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의사와 정부의 지지가 함께 바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 약이 있어도 못쓰는 'ATTR-CM' 환자들…인식 만큼이나 떨어지는 치료 접근성

심부전 질환에 있어서도 가장 인식도가 떨어지는 소외된 질환이 있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은 체내에서 단백질 트랜스티레틴이 잘못된 단백질 접합을 거치면서 심장에 비정상적으로 축척돼 심장 근육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진행성 '희귀질환'이다.

이는 질환 특성상 다양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발현되고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오진되기 쉽다. 숨이 차고, 기력이나 입맛이 없는 등 삶의 질이 대체로 나빠지지만 유전형과 달리 정상형(wild type)인 경우, 65세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 탓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신장, 뼈 등에 침착돼 손, 허리, 다리 등이 저려서 신경학적 증상으로 보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치료만 받다가 증상이 심해져야 심장내과를 찾아오기도 한다.

의사 역시 이러한 환자에 대해 'ATTR-CM' 질환이라 의심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관심이 필요하다.

강 회장은 "ATTR-CM 환자는 혈액 바이오마커로 구분할 수 없고 방사선동위원소를 통해 아밀로이드가 심장에 얼마만큼 쌓여있는 지를 보는 Tc-99m PYP 검사(Technetium 99m pyrophosphate)를 통해 구분한다"며 "진단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의사가 먼저 알아보고 환자가 해당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심장내과에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실 가장 큰 해결과제는 치료제 접근성이다. 그동안 ATTR-CM 환자는 명확히 쓸 수 있는 약물이 없고 대증 치료로 이뇨제 처방이 최선이었다. 평균 생존율도 2~3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근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약물이 등장했지만 워낙 고가인 만큼 쓸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유일한 ATTR-CM 치료제 타파미디스(제품명 빈다맥스)는 간에서 생성되는 불안정한 단백질을 안전화시켜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해외 임상연구를 통해서도 증상 완화 및 생존율 증가를 확인했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해외에서는 당연하게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가 고스란히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약이 분명하게 있음에도 다수 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사용을 시작하거나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완치가 아닌 병의 진행을 늦춰주는 이 약물은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재정적 영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약을 빨리 쓰고 싶고, 정부는 재정 문제 때문에 고민이 되고, 사회 단체에서는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며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는 사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환자들을 위해 적절한 타협선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학회는 희소 난치성 질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연구를 지행하고, 심부전 치료제 적응증 확대 등을 위한 급여화 확대 노력을 추진 중이다.

◆ "결국은 '의사' 인식도 변해야"…학회, 치료 확대 위한 교육·홍보 노력 이유

강 회장은 심부전이든 난치성 질환 'ATTR-CM'이든 조기 진단 및 신속한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제기했다.

그는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과 같이 치료 효과가 좋은 특정 약제를 권고해도 쉽게 처방 패턴이 바뀌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고혈압 조절율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 중에는 환자가 약을 잘 안 먹고 관리를 잘 안 하는 것도 있지만 의사의 처방 패턴을 바꾸는 게 힘들다"며 "보통 부작용 없이 몇 년 동안 잘 처방해온 약이 있으니 새로운 약이 좋다고 해서 곧바로 바꾸지 않는다. 이처럼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좋은 약이 나오더라도 의사들에게 교육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러한 의사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 및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학적 근거(Scientific evidence)'라는 정확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하는 만큼 의사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국민, 정부와도 협력해서 관심이 높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심부전의 다학제적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정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 2~3분 진료 시스템으로는 심부전 환자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며 "이제 의사 개인의 능력으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시대는 끝났다. 과거에는 명의라고 했지만 이제는 환자군이 고령이고, 여러 가지 동반질환이 많기 때문에 심부전만 아닌 다학제 진료, 즉 여러 가지 질환의 환자에 대한 통합적인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효과적으로 환자의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는 끝났고 환자의 삶과 생활을 치료해야 한다. 헬스케어가 아니라 라이프 케어라고 한다. 운동이나 영양부터 시작해 질병까지, 환자의 삶을 케어해주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다. 이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전달했다.

결국 여기엔 '정부'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가는 급성기 질환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만성 질환을 계속 방치하게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의료비 지출도 늘게 된다. 입/퇴원을 반복하고, 개인 의료비도 올라가고 보험 대출도 증가하게 된다.

그는 "이런 환자를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병원이 재입원율을 줄이는 등 성과를 보이면 나라에서 경력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입원율을 줄이고 만성질환 관리를 잘하면 나라에서 평가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만성질환에 대해 정부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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