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간암'의 1차 표준 치료를 바꾸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한국인 대상으로도 3상 연구와 일관된 결과 확인‥처방에 자신감
"간암 치료의 새 시대, 빠른 급여로 환자에게 생존기간 향상 기회 제공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3-1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10년 넘게 정체돼 있던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 방향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오래도록 간암 1차 치료는 '넥사바(소라페닙)'에만 한정돼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허가된 1차 치료제들은 모두 넥사바보다 '비열등성'을 입증해 왔을 뿐이다. 

그런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IMbrave150 임상으로 소라페닙보다 '우월한 생존기간' 향상을 보여줬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3상 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보여 의사들에게 큰 신뢰감을 제공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사진>는 자신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암 치료에 새로운 시대를 연 것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전 교수는 실제 간암 환자들에게 티쎈트릭을 사용한 뒤, 극적인 변화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이 병용요법이 하루 빨리 '급여'가 되길 소망했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급여만 된다면 그동안 치료 기회가 없던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제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3상 임상과 일관된 리얼월드 데이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3상 임상연구 데이터가 발표된 후, 곧바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NCCN 가이드라인에서 간세포 암 1차 전신 치료의 선호 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권고(Category 1, Child-Pugh Class A only)되고 있으며, ESMO 가이드라인에서도 BCLC 기준 C단계 간 세포 암 1차 치료 에서 높은 수준[I, A]으로 권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가이드라인 개정 중에 있다.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대한 IMbrave150 3상 임상시험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기존 표준 치료(소라페닙) 대비 사망 위험을 42% 낮추고,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줄였다. 

지난해 업데이트된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티쎈트릭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소라페닙의 13.4개월 대비 5.8개월 연장된 19.2개월로,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가장 긴 전체 생존 데이터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간 '간암 1차 치료'에서 기존 표준 치료(소라페닙) 대비 유의한 생존기간 개선을 확인한 치료 옵션은 없었다. IMbrave150 연구는 소라페닙과 비교한 전이성 간세포암 연구 중 전체 생존기간 및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이 나타난 최초의 3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삶의 질, 신체기능, 역할기능 유지 측면에서도 소라페닙 대비 유의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IMbrave150 3상 임상 연구 데이터를 처음 접한 전홍재 교수는 그 때 당시를 똑똑히 기억했다. 

"간암에도 전신 항암 치료(Systemic therapy)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어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확실히 우월성을 보입니다. 전체 생존기간 뿐만 아니라, 무진행 생존기간 및 객관적 반응률도 월등히 좋았어요. 이와 같은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지(NEJM)에 실려 입증됐습니다. 

임상 연구 마지막에 삶의 질(QoL)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는데, 소라페닙 대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오랫동안 QoL을 유지합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우선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예외의 경우에 소라페닙, 렌바티닙 등 다른 치료제를 고려합니다. 이것이 최근의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우리나라의 간암 치료는 글로벌 기준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죠.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간암 치료제를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더욱 인상 깊은 것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리얼월드 데이터에 제 환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데이터가 발표되기 전부터 결과는 이미 알기도 했고, 데이터가 발표된 후 더 자신감 있게 처방할 수 있게 됐죠." 


해당 연구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국내 11개 암센터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간세포암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총 1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작년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1)에서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환자들의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은 IMbrave150과 일관되게 관찰됐다.  

평균 추적 기간이 약 6개월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환자 총 138명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6.5개월로 IMbrave150에서 집계된 6.8개월과 거의 상응하게 나타났다. 

"모든 간암 치료제 연구의 특징일 수 있지만, 3상 임상인 IMbrave150은 환자 등록에 제한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기준들이 까다로웠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출혈 위험군은 모두 제외됐습니다.

그런데 간암 환자는 기본적으로 출혈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 환자들이 연구에 그대로 포함됐을 때 일관성을 보일지 궁금했죠. 

다행히 이번 리얼월드 연구에서 3상 임상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자신있게 임상 현장에 티쎈트릭 적용이 가능해졌어요."


IMbrave150 3상 연구와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아직 도달하지 않을 만큼 상당히 길었다. 이 덕분에 의사들은 티쎈트릭 병용요법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기대하고 있다. 

◆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한 '티쎈트릭'의 효과 

지난해 전홍재 교수를 찾아온 81세 여성 환자 A씨는 간에 15cm가 넘는 큰 종양(mass)이 있는 상태였다. 

B형, C형 간염 환자였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종양을 미리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암 진행이 꽤 된 상태로, 종양이 담도도 누르고 있어 스탠트를 삽입할 정도였다. 

2021년 6월, 전 교수는 A씨에게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치료를 바로 시작했다. 

전 교수는 티쎈트릭+아바스틴을 이미 처방해 본 경험이 있었고, 두 개의 치료제를 함께 사용한다고 해도 우려할 만한 부작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IMbrave150에서 확인된 이상반응은 티쎈트릭과 아바스틴의 다른 질환에 대한 개별 연구에서 알려진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관됐다. 

"현재 할 수 있는 치료 중 가장 좋은 치료법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라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반응이 없다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치료를 시작했죠."


전 교수의 선택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15cm 크기의 종양이 있어 A씨는 옆구리가 불편하고 통증을 호소했다. 첫 사이클 이후 A씨는 통증 감소를 먼저 느꼈다. 

"환자가 스스로 몸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는데,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없더군요. 

플라시보 효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해 냉정하게 2 사이클 뒤 CT를 살펴봤습니다. 드라마틱하게 종양의 크기가 절반 정도로 감소했고, 암 수치도 많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작년 6월 처음 치료를 시작했을 당시, 환자의 간암표지자수치(AFP)는 3,500ng/ml였다. 지금은 1.3ng/ml까지 떨어져서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있고 종양이 컸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종양 크기가 줄어들었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자체가 무난(tolerable)합니다. 치료 초기에는 며느리가 항상 동행했는데, 최근에는 A씨 혼자 병원에 방문해 투약하고 갈 정도로 몸 상태가 더 좋아졌어요."

전 교수는 간암에 확실한 1차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반가워 했다. 더불어 그는 환자의 '삶의 질'을 챙길 수 있는 간암 치료제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간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유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암이 진행하지 않는 것도 포함해서요. 

기존 치료제들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간 기능을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상대적으로 그런 점이 덜합니다. 티쎈트릭 투약 환자들은 간 기능을 잘 유지하면서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 티쎈트릭 '급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지난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2020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에 허가 받은 뒤, 약 1년 4개월만이다.

현재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 승인 및 복건복지부 고시를 기다리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도가 개정되기 전, 티쎈트릭 처방을 위해 일부러 전 교수를 찾는 환자가 줄을 이었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 기간 동안 발생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비용을 포괄수가로 묶어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만 지불하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다. 

이 신포괄수가제는 매달 수백만 원의 비급여 약값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고, 실손의료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암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건강보험 등재가 되지 않은 일부 고액의 비급여 약제라도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는 약값의 5%~20%만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암환자들은 분당차병원 등 전국 98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찾아다녔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급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포괄수가제는 경제적 부담없이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이에 제도가 개정되기 전인 작년에는 굉장히 많은 환자를 받았습니다. 

절반 이상이 주요 대학병원 센터에서 온 환자들이었어요. 주치의들이 본인의 환자를 일부러 보내주셨거든요.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급여로 쓸 수 있는 제한적인 치료 옵션을 처방하지 않고, 저에게 보내주신 거에요. 전원의 목적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써있기도 했어요. 

작년 말까지 약 280명정도의 환자를 받았는데, 그 이상은 여력이 안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가장 의미있고 좋은 치료제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환자를 가장 생각하는 주치의가 저에게 환자를 보내줬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전 교수는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신속하게 급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 적용이 된다면 간암 치료의 급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 교수는 티쎈트릭 병용요법의 급여는 모든 간암 전문의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라 짐작했다. 

무엇보다 티쏀트릭 병용요법은 간암에서 흔하지 않는 '관해' 데이터도 갖고 있다. 


2020년 5월 NEJM 게재된 IMbrave150 임상 데이터에 의하면, 티쎈트릭 아바스틴 병용요법을 투여한 환자 중 5.5%에서 완전 관해(complete response)가 확인됐다. 대조군에서는 완전 관해를 보인 환자가 없었다. 

"티쎈트릭 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약 30%의 환자들은 장기 생존이 가능해졌으며, 8% 환자는 관해로 완치에 가까운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죠.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못 받기에는 너무 효과가 좋은 치료제입니다. 정부는 환자가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4기 암 환자, 진행성 간암 환자라 하더라도 절대로 희망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전 치료제와는 클래스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급여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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