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한뜻으로"‥공급자 단체, 간담회에서 '밴딩' 증가 요청

30일 2차 재정소위 전 가입자-공급자-공단이 참여하는 간담회 개최
건보 재정 흑자, 물가 상승률에 맞춘 수가 인상 등 밴딩 규모에 대해 언급 예정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26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오는 30일 만큼은 공급자 단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

수가협상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밴딩(추가 소요액)'과 관련해 공식 요청이 있을 예정이다.

2024년 요양급여비용계약(이하 수가협상)의 일정이 촉박하게 잡힌 가운데, 지난 22일 재정운영위 제1차 소위원회 회의가 진행됐다.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재정소위가 최종 환산지수 밴드를 결정하면, 공단은 최종 밴드 범위 내에서 의약계를 대표하는 공급자 단체와 협상 절차를 거쳐 환산지수를 정한다. 이것이 수가협상의 일반적인 절차다.

그동안 전체 수가 인상 분(밴딩)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고 통보하는 방식이었기에 일명 '깜깜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재정소위 2차 회의는 오는 30일 오후 4시에 예정돼 있는데, 당일 오후 2시에 가입자-공급자-공단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약속돼 있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자리가 마련되긴 했으나, 준비가 되지 않았고 일방적인 만남이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만남의 시간도 굉장히 짧았기 때문에 간담회의 개념을 대입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엔 정식 간담회다.

지난 22일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윤석준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해당 만남에 대해 언급한 뒤, 23일에는 유선으로 각 공급자 단체에 공지가 됐다.

24일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의 2차 협상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만남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노출되진 않았다.

공급자 단체들의 방향은 25일이 돼서야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25일 2차 협상을 마치고 나온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공급자 단체들이 '밴딩의 규모 확대'를 위해 합심할 것임을 들을 수 있었다.

수가협상은 한정된 밴딩 내에서 공급자 단체들이 나눠 갖는 형식이다. 따라서 밴딩 규모가 커야 유형별로 갖는 전체 수가 상승분이 커진다. 반대로 밴드의 총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으면 분배가 적절하게 될 수 없다.

공급자 단체는 지속적으로 밴딩 규모의 합리적인 책정을 요구해 왔다. 특히 올해는 건강보험 재정이 24조 흑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밴딩의 상향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총 급여비 100조 시대에 밴딩은 재정 상태의 흑자, 적자 상황에 상관없이 2% 전후로 책정돼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밴딩은 ▲2016년 6,503억 원 ▲2017년 8,143억 원 ▲2018년 8,234억 원 ▲2019년 9,758억 원 ▲2020년에는 1조 478억 원이었다. 이후 2021년 9,416억 원으로 내려갔다가 2022년 1조 666억 원, 2023년 1조 848억으로 다시 높아졌다.

공급자 단체는 그간 밴딩은 2% 전후였고 이 수준으로 수가를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밴딩이라는 절대적 기준치를 미리 정하고, 이 한계선을 지켜야한다는 원칙이 고착화됐다고.

그러므로 올해는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지가 커졌다.

2023년의 경우 최저 임금 인상률(5%), 민간임금 협약 인상률(5.1%), 소비자물가 상승률(5.1%) 등 5%대의 사회적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기획부회장은 "임금이나 물가 인상률 등 기본적으로 발생되는 사회적 인상 요인을 밴딩 산출 시 기준점으로 설정해야 한다. 최저 임금, 민간 임금, 소비자 물가 등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의료만 제자리이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도 "사상 최대 건보 재정 흑자를 냈으면 그만큼 돌려줄 필요가 있다. 24조 원을 다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을 배려해 달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30일 간담회는 공급자 단체가 가입자 단체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다.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은 "최대한 공급자 단체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작년에는 아주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올해는 공식적인 간담회다. 각 단체별로 준비를 잘 해서 밴딩을 높이는 부분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급자 단체 단장들은 주말을 포함해 간담회 전까지 여러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 전해졌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수진 보험이사는 "공급자들의 입장을 하나로 뭉쳐 전체 밴드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진 않았으나, 각 공급자 단체들이 갖고 있는 지표들을 근거로 어떤 형식으로 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위 윤석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공급자-가입자 간 만남이 성사된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가입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동시에 가입자는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대표다. 환산지수를 조정하는 작업이 국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표해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하되, 가입자들의 삶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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