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금 대불재원 의료기관 부담 '합헌'…금액 산정법은 개선해야

헌재,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기관 경제적 부담 덜어주고,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에 기여 판단
대불비용 부담금 액수 산정 요건은 구체화해야...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 과제 부여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7-23 06:0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재원을 의료기관개설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대불비용 부담금의 금액마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여, 부담금의 액수를 어떤 요건하에 추가 징수하기로 했는지조차 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된다며 내년 말까지 개선 입법하라고 명령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불비용 부담금에 관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중 일부 조항 문구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의 조정 및 중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특히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의 설립 근거를 담고 있으며,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법원의 판결 등으로 손해배상금이 확정됐음에도 손해배상의무자로부터 배상금을 지급 받지 못했을 경우 조정중재원이 이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손해배상의무자에게 구상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재원인데 해당 법률 제47조 제2항에서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조정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 재원을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헌법소원의 계기는 지난 2018년 1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정중재원은 당시 의원급 대불 재원이 소진됐다며, 의원급 보건의료기관개설자 29,675명을 상대로 '2018년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를 통해 각 79,300원을 부과했다.

해당 소식에 대한의사협회는 추무진 전 의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직접 조정중재원을 찾아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불금을 일방적으로 강제징수하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청구인들은 그해 4월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계속 중에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및 제4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같은 해 12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에 대불비용 재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하여 우선 조정중재원이 미지급된 손해배상액을 대불하고, 사후적으로 배상책임이 있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그 대불금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고 보건의료인의 일시적인 경제적 곤란을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특히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에 기여하는바, 이러한 측면에서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공적과제와 객관적으로 근접한 집단이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한 집단적인 책임이 있다"며 "의료기관개설자는 대불금의 지급으로 인해 분쟁의 신속한 종결이라는 효용을 얻게 되므로, 공적 과제와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도 인정된다"고 전했다.

나아가 "대불비용 부담금의 납입이 지체되거나 거부된다면 대불제도의 재원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점, 대불비용 부담금 납입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 이 사건 징수조항은 단지 그 징수의 방법을 규정한 것으로서 부담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부담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밝혔다.

제4조에서 의료기관 개설자에 적용될 수 있는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해당 부담액이나 납부절차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므로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며 역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분쟁조정법 제2조에서 '그 금액'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손해배상금 대불청구가 점차 증가했고, 대불금 구상 실적은 극히 저조하여 적립된 재원은 빠르게 고갈됐다. 이에 따라 선례의 예측과는 달리 대불비용 부담금의 추가 징수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며, "그럼에도 이 사건 위임조항은 부담금의 액수를 어떻게 산정하고 이를 어떤 요건 하에 추가로 징수하는 지에 관하여 그 대강조차도 정하지 않고 있고, 관련 조항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를 예측할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반복적인 부담금 추가 징수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대불비용 부담금이 '부담금관리 기본법'의 규율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입법자의 관여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며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의 위임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할 지에 관하여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제2조의 '그 금액'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4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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