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의 좌절, 다시 피어난 생의 꽃‥서울성모 '신장 재이식' 성공

20대 첫 이식 후 거부반응으로 재투석…고도감작 극복하고 2차 이식 성공
장기 대기 중 7차례 기회 무산…"뜨개질로 버틴 시간, 기적처럼 돌아왔다"
정병하 교수 "철저한 자기관리 덕에 생명 기회 지켜내, 많은 환자들 희망 되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17 11:20

50대 말기 신부전 환자가 고도 감작으로 재이식이 어려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두 번째 신장이식 수술로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에게 뜨개질로 만든 카네이션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20년 넘는 투병과 7번의 좌절을 이겨낸 끝에 다시 생의 꽃이 피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최근 고난이도 신장 재이식 수술에 성공하며,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50대 여성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환자 경 모 씨는 20대 초반 말기 신부전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1999년 첫 번째 신장이식을 통해 건강한 일상을 기대했지만, 7년 뒤 이식 신장의 기능 저하로 다시 투석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더 큰 어려움은 그다음이었다. 이식 이력이 있는 환자는 면역 체계가 기억한 이식된 조직에 대해 '고도 감작(High sensitization)' 상태가 돼, 이후 재이식이 매우 어려워진다. 실제로 경 씨는 이식 후보에 오를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항체로 인한 급성 거부반응 위험 때문에 7차례나 수술을 미뤄야 했다.

경 씨는 포기를 생각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조카와 어머니를 위한 뜨개질을 하며 정신적 버팀목을 삼았다. 뜨개질로 만든 모자, 조끼, 식탁보를 가족과 주변에 나누며 긴 투석 치료 기간을 견뎠고, 의료진은 항체 반응을 정밀 분석하며 이식 기회를 준비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4월, 유전자형이 비교적 일치하는 뇌사자 기증으로 재이식 기회를 얻게 됐다. 사전에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항체 주사 등 치료를 받은 뒤 수술에 들어갔고, 이식 후 2주 만에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현재 이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거부반응 없이 신장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 씨는 치료를 맡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직접 손편지를 전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저에게 두 번의 기회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저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 받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는 "신장투석이 길어지면 혈관 석회화 등 합병증으로 인해 정작 기회가 와도 이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경 씨는 철저한 식이 조절과 자기관리로 건강 상태를 유지해 이식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생명을 나눈 뇌사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사례가 지금도 이식 차례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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