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거 싫어요"‥피부 시술 시 '수면 마취' 병행, 오남용 문제 괜찮나

'프로포폴' 사용한 수면 마취, 통증 심한 시술에서 의사 및 고객 만족도 높여
너무 잦은 프로포폴 사용은 심리적 중독 가능성 높여‥오남용 시 부작용도 커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17 11:2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아픈 게 너무 싫으면 간단한 수면 마취도 가능해요."

A 피부과 의원에 최근 유행하는 피부 시술을 문의했다. 얼굴 곳곳을 주사해 약을 넣어야 하므로 통증이 뒤따랐다.

통증에 대해 우려하자 A 상담 실장은 "수면 마취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한 배우가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배우는 바늘 공포증 등 통증에 취약했기 때문에 간단한 시술에도 수면 마취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횟수가 너무 많다. 그는 2021년과 지난해를 합치면 총 100회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전문가들은 시술을 이유로 행해지는 잦은 프로포폴 투약, 즉 수면 마취가 자칫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A 상담 실장은 "통증에 대해 거부감이 큰 고객을 대상으로 수면 마취를 제안하고 있다. 소량의 투약으로 자고 일어나면 시술이 끝나 있어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 마취가 불법이나 잘못은 아니다.

너무 큰 통증을 동반하는 시술의 경우 수면마취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엔 임플란트 시술을 할 때도 수면 마취를 통해 힘든 과정을 완화시켜 주기도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시술 자체가 아픈 경우 시술자와 시술받는 환자 둘 다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너무 아파하면 에너지나 횟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수면 마취가 유리한 선택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통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커지면서 의사들 역시 환자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너무 잦은 프로포폴 투약과, 수면 마취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자고 일어나면 시술이 끝난다'는 과도한 홍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에서 프로포폴은 시술을 이유로 오남용 문제가 커져 2011년 마약류의 하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 안전사용 기준'을 통해 프로포폴을 오남용 가능성이 큰 약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금도 성형, 피부 커뮤니티에서는 손쉽게 '수면 마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소개글만 봐도 프로포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포폴은 정맥으로 투여해 빠르게 단시간 동안 작용하는 전신마취제다. 수술이나 검사 시 마취를 위해 사용되는데, 하얀색 액체 형태의 모습이 우유와 비슷해 '우유 주사'로도 불린다.

프로포폴은 소량만 사용해도 사람에 따라 황홀감, 개운함 등이 나타난다. 다른 마취제와 달리 빠르게 회복되고 마취 중 호흡 마비 등의 부작용도 적다. 반대로 오남용을 하면 호흡 곤란, 심혈관 기능 저하, 기도 폐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포폴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때문에 오남용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약 자체의 중독보다는 심리적인 중독 및 수면에 대한 욕구 등이 잦은 프로포폴 투약을 불러일으킨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개원가에서는 다양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통증이 너무 큰 시술의 경우 수면마취가 도움이 되지만, 국소 마취나 마취 크림 등으로도 충분히 시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가 커지자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의료계 종사자는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의료용 마약류 처방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이 마약사범을 잡아들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남용 경고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통시스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화제가 된 연예인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로 고발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난 만큼 이를 활용한 통계 분석을 현재보다 더 자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를 기반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 등 처방 기준을 벗어나 부적정한 처방을 지속한 의사에 대해 행위 금지 명령을 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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