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당뇨병 대란 위기…국가적 해결이 필요하다"

[인터뷰]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국내 당뇨 환자 600만 명 달하지만…치료율 좋은 주사제 사용량은 낮아 
"임기 내 GLP-1 RA 주사제 교육 수가 등 개선 해결해 나갈 것"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2-11-14 06:08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11월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당뇨는 최근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다. 또 약 2,000만 명은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상태다.

이에 대해 대한당뇨병학회는 '제2의 당뇨병 대란 위기'라 진단했다. 

그럼에도 국내 당뇨병에 대한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RA)를 비롯한 인슐린 주사 사용량이 6분의 1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사진)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주사제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환자의 주사 공포감과 처방 의사의 교육 시간 부족 문제"라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주사제 교육 수가를 포함한 정책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면서 "주사제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기 위한 올바른 지식도 환자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 이사장은 올바른 당뇨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따라야 한다"며 "또 식이요법 및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을 열심히 복용해야 한다. 당뇨병은 환자 본인이 노력해야 하고 당뇨병에 대해 의사만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원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당뇨병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 30년 정도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합병증이 증가했다. 눈에 발생하는 합병증과 신장 문제로 투석을 받는 것이 합병증으로 인한 가장 불편한 부분이다. 요즘에는 암이 가장 큰 사망 원인이지만, 10년 전에는 심혈관계 합병증이었다.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을 위한 약제 중심으로 치료에 접근을 해야 한다. 

최근 유럽 당뇨병 학회를 다녀와서 느낀 점이 있다. 영국에서 진행된 UKPDS 44년 연구는 환자군을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를 식이요법 중심의 표준관리군과 설포닐유레아/인슐린, 과체중 환자의 경우 메트포민 등 약물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군으로 나눠, 합병증 예방 결과를 비교했다. 

20년 추적관찰 결과, 적극적 혈당조절군에서 심장 합병증 등 여러 가지 합병증 위험이 표준관리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24년 추적관찰 동안에는 두 환자군에 대한 치료 개입이 없었다. 

그 결과, 조기 적극적 혈당조절군은 치료 개입 없이도 심근경색 등 합병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초기 20년 동안 적극적으로 치료한 환자군은 마지막 24년동안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4년 후에도 좋은 예후를 보였다. 

UKPDS 연구 결과는 중요한 데이터다. 진료한지 3~40년이 되어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임상 현장도 연구 결과와 일관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반드시 처음 진단받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Q. 최근 당뇨병 치료에서 주사제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치료 현황은.

-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DPP-4 억제제를 처방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GLP-1 RA는 DPP-4 억제제보다 더 빠르게 작용한다. 환자들이 GLP-1 RA를 초기에 사용하면 결과가 좋겠지만, 한국 보험 기준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GLP-1 RA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보험 기준은 국가적,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주사제는 GLP-1 RA와 인슐린으로 두 가지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주사제 사용률이 낮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주사제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환자의 주사 공포감과 처방 의사의 교육 시간 부족 문제가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인슐린 주사 사용량이 6분의 1밖에 안 된다. 처방 의사가 환자에게 주사제 교육을 진행할 시간이 부족하다. 경구제를 처방할 경우 복약지도에 필요한 시간이 짧은 반면, 주사제는 1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주사제가 한국에서 자리 잡기 힘들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해 주사제에 대한 공포가 크다. 이 두 가지 문제는 같이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 정책적인 문제는 복지부, 질병청, 미디어가 함께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해, 접점을 도출하고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등 주사제 교육 수가를 포함한 정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번째 주사제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올바른 지식을 환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디어 홍수로 인해 당뇨 관련 잘못된 정보나 가짜 뉴스가 많아 환자들이 잘못된 지식을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접하게 된다. 예전에는 유튜브에서 인슐린을 맞으면 말기 환자이거나 잠깐의 인슐린 주사 투여로 마약처럼 중독된다는 소문도 환자들 사이에서 전해졌었다. 

주사제 공포감을 개선하기 위해 제약사 차원에서 주 1회 투여이며, 일회용인 주사제를 출시해 환자 투여 편의성을 개선한 주사제 옵션이 많다. 이 문제는 기업, 학회, 정부 기관에서 함께 해결해야 된다. 합병증 예방을 위해 초기에 GLP-1 RA나 인슐린을 사용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한 것이 중요하다. 30년 전만 해도 인슐린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인슐린도 일주일에 맞는 인슐린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GLP-1 RA는 주1회 투여로 보편화돼 있는 등 복용이 편리한 약제들이 다량 출시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논의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학회 유튜브, 카톡 채널 통한 당뇨 인식 개선"  

Q. 처음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가 경구제가 아닌 GLP-1 RA, 인슐린 등 주사제를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할 경우 예후는 어떠한가? 

- 주사제를 통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예후가 좋으며, 이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대한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도 당화혈색소가 초기에 10~15%인 경우 주사제를 우선 권고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초기에 바로 주사제를 쓰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심혈관 위험성이 있는 환자는 GLP-1 RA을 최초 치료로 시작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 1위가 최근 암으로 바뀌었지만, 심혈관계도 무시 못하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의 사망 원인으로 심혈관계가 낮아진 이유에 순환기 선생님이 복합적인 치료를 잘 지도해서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혈당이 높고 심혈관계 가족력을 보유하거나 심혈관계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주사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및 연구 또한 충분하다.

Q. 학회 유튜브 채널인 '당뇨병의 정석'을 운영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체감되는가. 

- 2년 밖에 안됐지만 구독자가 약 10만 명이다. 300만 조회수를 달성한 컨텐츠도 있어 인식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학회는 유튜브를 통해 홍보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을 통해 주사제에 대해 보수적인 환자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한다. 

유튜브 채널 외에 카카오톡에서도 '당당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당당이를 검색해 친구 등록하면 내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등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을 보면 다른 정보에 귀가 쏠리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꿀이 당뇨에 좋다는 등 식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당뇨 치료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식품에 대한 정보를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당당이 채널이나 당뇨병의 정석을 통해 인식 개선을 이루고자 한다.

Q. 그럼에도 우리나라 주사제 처방은 낮다. 주사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주사제를 거부하거나 꺼리면 어떻게 복약 지도를 하는가.

- 종합병원의 경우 당뇨병을 담당하는 간호사 등이 있어 주사제 교육이 가능하다. 시간 여유만 있으면 바늘이 가늘어 통증이 적은 주사제를 환자가 직접 경험할 수도 있어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하지만 1차 의료기관의 경우 동일한 수가 아래, 비교적 짧은 복약지도로 처방 가능한 경구제 대신 약 20분가량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주사제 교육을 진행한 후 주사제를 처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이에 대한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 만성 관리 질환 시범 사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어 본 사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겪어야 할 것이다.

"효율적 당뇨 관리 위해 의사 믿고 따라 달라"

Q. 학회 이사장 임기도 절반이 지났다. 그동안의 평가, 이후 현안과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예정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공약을 냈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 얼마나 이뤄냈는가를 정리해보니 아직 남은 것이 많다. 공약에 미래 세대 양성, 상생 화합하는 학회, 세계적인 학회로 도약하기 위한 학술대회 및 학술지로 위상을 높이기, 정책 개발 등 네 가지를 공약으로 냈다. 

미래 후배들을 양성하지 않으면 학회에도 미래가 없기 때문에 젊은 의료진들의 교육과 성장을 강조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학회 지회 모두를 방문해 각 지역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이에 더해 여러 단체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 당뇨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방문했을 때 학회와 그곳 당뇨병연구자들간에 조인트 심포지엄도 학회 최초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언젠가는 우리 학회에서도 노벨상이 나와야 될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래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야 하며,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아 당뇨병인 제1형 당뇨병을 중점화 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환자들이 초등학생의 나이라 부모들이 가슴 아픈 병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질병의 중증등록이 안 돼 있다. 이와 관련된 문제들은 현재 지속적으로 환우회와의 이야기해서 국회,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한, 세계 당뇨병의 날을 통해 초고령화 시대 당뇨병 대란을 어떻게 같이 극복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며, 그 일환으로 정책 공유를 하고 있다. 

학회는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10월6일부터 8일까지 전 세계 30여 개국이 참여한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 'ICDM 2022(International Congress of Diabetes and Metabolism)'가 서울에서 열렸다. 유럽에서는 유럽 당뇨병 학회, 미국에서는 미국 당뇨병 학회, 아시아에서는 ICDM이 주도하겠다는 꿈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일환으로 학회 공식 학술지 DMJ가 있다. 올해 임팩트 팩터는 5.893으로, 전 세계 내분비학회지 중 상위 25% 안에 들어갔으며, 현재 상위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간행 이사를 하면서 SCIE(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를 만들었다. 이는 아시아에서 발행하는 당뇨병 학회지 중 거의 1등이다. 

Q. 11월14일이 세계 당뇨병의 날 캠페인 주간이다. 이번 캠페인 주제와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 올해 캠페인 주제는 '당뇨병 치료에 대한 접근성 강화, 내일을 지키기 위한 교육(Education to Protect Tomorrow)' 등이다.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인구가 약 6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2012년 당시 205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환자 수 600만 명을 30년 정도 앞서 도달한 것이다. 당뇨병의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 단계의 인구가 약 1,583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 2,000만 명 이상이 당뇨병 또는 당뇨병의 위험에 처해있는 실정으로, 당뇨병 제2 대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많은 당뇨병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 국민적인 인식 형성이 중요하다. 이에 국내에서는 초고령 사회에서 '빨라진 당뇨병 대란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푸른빛 점등식 등의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했다면, 여러 의료진들, 미디어,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관계자분들과 1시간 이상 질의응답, 패널 및 종합토의를 통해 색다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 당뇨병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팩트를 이야기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어떻게 제2의 당뇨병 대란 위기를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는 학회만으로는 안 되며 미디어, 정책 관련 기관을 포함해 전 국가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중점을 두고 있다. 

Q.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국민들께 당뇨병과 관련해 당부할 말은?

- 첫 번째는 진료하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좋아야 하며, 환자는 의사를 믿고 따라야 한다. 두 번째는 당뇨병은 완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이요법 및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을 열심히 복용해야 한다.

또, 가짜 뉴스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당뇨병은 환자 본인이 노력해야 하고 당뇨병에 대해 의사만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채널들을 학회에서 운영하고 있고 학회 홈페이지도 개편하여 일반과 전문의로 나누어져 있다. 당뇨병 관련 전통적인 학회는 55년 된 대한당뇨병학회가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정보 현혹되지 않고 반드시 믿고 따라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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